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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영화 ‘내 손끝에 너의 온도가 닿을 때’의 원태민, 도우 "배우이기 전에 인간으로서 이해"

[人더컬처] 영화 '내 손끝에 너의 온도가 닿을 때' 원태민·도우
2023 화제작 '비연담'의 스핀오프

입력 2024-05-20 18:30 | 신문게재 2024-05-2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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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시절의 꿈은 애니메이션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거였지만 성적으로 인해 실기 위주의 학교에 집중했다고 미소짓는 도우. (사진제공=VAST엔터테인먼트)

 

한명은 김수현, 또 한 명은 박서준의 신인 시절을 보는 것 같다. 누가  김수현이고 누가 박서준인지는 영화 ‘내 손끝에 너의 온도가 닿을 때’를 보고 각자가 판단할 일이다. 지난해 인기리에 종영된 BL(Boy Love)드라마 ‘비의도적 연애담’ 스핀오프인 이 작품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한 달간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해 목표금액인 3000만원을 훌쩍 넘어서며 그 팬덤을 증명했다.

 

어릴적 부터 형제처럼 자란 호태(원태민)과 동희(도우)는 고등학생이 돼 오랜만에 고향인 강릉에서 만난다. 죽음과 절연으로 아버지를 잃은 공통점을 가진 두 사람. 호태의 아버지는 얼마전 세상을 떠났고 무슨 이유때문인지 동희의 아버지는 늘 주먹을 휘두른다. 두 살 연상인 자신에게 절대 “형”이라고 부르지 않는 상남자 호태는 간만에 만났지만 여전하다. 입은 거칠고 욱하는 성질은 죽지 않았다.

 

수영선수로 다져진 훤칠한 키 덕분인지 전학오자마자 교내 인기남으로 급상승한다. 집에서 쫓겨난 동희는 엄마들끼리 친자매 이상으로 친했던 인연으로 호태네 집에 머물며 전교 1, 2등을 놓치지 않으며 모범생으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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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정신적 지주로 어머니를 꼽은 그는 “지금도 늘 공부하신다. 얼마전 대학원에도 진학하셨다. 대화를 많이 나누는 살가운 관계는 아니지만 고민이 생기면 늘 가족과 상의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VAST엔터테인먼트)

 

원작 웹툰이나 드라마에서 발랄한 멍뭉미를 발산했던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다. 늘 차분하고 비밀스럽게 호태의 찬란한 연애를 바라본다. 자신에게 들이대는(?) 여자들에게 “그러던지”라는 두루뭉실한 말로 연인관계를 허락하는 호태의 얼굴엔 상처가 끊이질 않는다. 헤어질 때 전여친들에게 한대 맞는 걸로 정을 떼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호태를 잡으러 교실에 들이닥친 전 여자친구 두명을 피하려다 졸지에 입을 맞추게 된다. 일본영화 ‘러브레터’를 오마주한 듯 교실커튼이 흩날리는 순간 교차되는 두 남자의 입술은 영롱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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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비의도적 연애담’에서 남다른 팬덤을 누렸던 호태와 동희의 풋풋한 학창시절을 담은 스핀오프 ‘내 손끝에 너의 온도가 닿을 때’의 공식포스터. (사진제공=넘버쓰리픽쳐스)

 

“원작 팬들에게 그 신은 정말 중요한 거라서요.(웃음) 잘 살리는 게 관건이었죠. 드라마 속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연기톤이라 사실 기쁜 마음에 출연하면서도 예민한 마음이 컸습니다. 동성애 성향을 숨겨야 하는 과거의 동희는 늘 수줍고 뭔가 주눅 든 캐릭터거든요. 되려 비오는 날 난로를 켠 말랑한 분위기에서 거칠게 입을 맞추는 두 번째 키스신에서 진이 엄청 빠졌던 기억이 생생합니다.”(도우)

 

많이 알려졌다시피 실제로는 원태민이 나이가 많다. 같은 학교(한국예술종합학교) 1년 후배지만 학교에서 마주친 적이 없었다는 도우는 “군제대 후 연기에 대한 열망이 대단했던 형을 좋게 보는 선후배들이 많았다. 진짜 주변에 칭찬밖에 없더라. 친해지기도 전에 내적 친밀감이 컸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사실상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입는 것, 먹는 것도 줄이고 운동도 일부러 하지 않았습니다. 나이 서른이 넘어서 교복을 입는 건 한계가 있다고 봤거든요. 수영대회에서 지고 나서 우는 장면이 어색했다고요?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고픈 마음이 실패한거니까 좀 아이처럼 울고 싶었어요. 유치해보이는 그 울음이 보였다니 다행입니다.”(원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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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열이 많아서 약간 껄렁하게 교복을 오픈해서 입는 극 중 스타일이 찰쩍이었다고 밝힌 원태민. (사진제공=다홍엔터테인먼트)

 

극 중  호태는 유년시절을 함께 보낸 동희가 이성으로 느껴지며 혼란을 느낀다. 단정한 교복차림에 미술을 좋아하고 가끔 보이는 미소가 너무 아름답다. 실제 남중과 남고를 나와 공대를 다녔던 원태민에게 동성애는 멀리 있는 미지의 세계가 아니었다. 그는 “한국에서 편견이 있을 수 있지만 용기를 주는 작품이라고 자부한다. 동희와 호태의 호흡이 워낙 쫀득해서인지 팬들의 기대가 대단했다”면서 “도우가 실제로는 나보다 더 남자같은 성격”이라고 말했다. 옆에 앉아있던 도우 역시 “그 감정이 이상한 게 결코 아니라는거지”라고 맞장구치는 모습이었다. 

 

이어 “드라마 이후 우리 둘 다 남성 팬들이 확 늘어서 기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도 대중교통을 즐겨 탄다는 그들은 서로 바라보며 “하긴 얼마 전에 둘이 카페에 앉아서 커피 마시는데 알아봤잖아”라며 처음 느꼈던 유명세를 신기해 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원태민은 고향인 대구에서 극 중 동희처럼 반장은 기본으로 전교회장을 도맡아 했을만큼 ‘엄친아’였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제 교육에 올인하셨던 어머니는 여전히 걱정이 많다. 하지만 요즘 내가 너무 행복해하니까 걱정을 좀 덜 하신다. 소녀같으신 분”이라며 배우로서의 끼는 아버지의 DNA에서 왔음을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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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뮤지컬 ‘이프아이월유’ 무대 위에서 에너지를 얻고 있다는 원태민. (사진제공=다홍엔터테인먼트)

 

“눈매가 아버지를 닮았거든요. 그게 제 장점이자 단점이긴 한데 첫인상은 좀 사나워보이다가도 한 없이 순수한 일희일비를 담은 눈빛이 저의 자랑입니다.”

 

무엇보다 도우는 원작 드라마에서 함께 호흡맞춘 차서원, 공찬과 자신들의 공통점으로 남자형제만 있었던 사실을 언급하며 “당시의 좋았던 분위기, 우정 덕분에 ‘내 손끝에 너의 온도가 닿을 때’를 찍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삼형제 중 둘째인데 지금보면 방목형으로 키워주신 부모님께 다시 한번 존경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굉장히 크고 넓은 울타리 안에서 자유롭게 키워주셨다는 걸 아는 나이가 된거죠. 가족특징이기도 한데 불행한 기억은 금방 잊어요. 100점은 아니더라도 늘 행복하다고 느끼고요. 그 감정을 동력삼아 저에게 맞는 옷을 입은 듯한 편안한 연기를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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