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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화장이 지워지지 않게' 먹어야 한다! 넷플릭스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

[#OTT] 넷플릭스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의 두 얼굴
10대 소녀들의 노동착취인가 전통계승인가에 대한 의견 분분

입력 2023-05-31 18:00 | 신문게재 2023-06-0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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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샤가 되기 전 마이코가 되기 위한 과정도 쉽지 않다.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의 한 장면.(사진제공=넷플릭스)

 

중학교를 갓 졸업한 소녀 둘이 전통이 살아 숨쉬는 교토로 향한한다. 한국으로 치자면 서울도 아닌 경주로 간 셈이다. 어린시절부터 자매처럼 자라온 키요(모리 나나)와 스미레(데구치 나츠키)는 수학여행에서 인기절정의 게이샤 모모코(하시모토 아이)를 보곤 한눈에 반한다. 

하얗게 분칠한 얼굴과 목덜미, 우아한 걸음걸이, 화려한 기모노는 기본으로 뛰어난 미모를 지닌 모모코는 교토 기온을 대표하는 유명한 예술인이다. 춤과 노래, 악기를 수준급으로 다루며 6년 연속 ‘최고의 예능인’으로 꼽힌 인물로 두 소녀는 모모코처럼 일생을 기온의 예술인으로 살기를 희망하며 연습생 마이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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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의 우정은 걷는 길은 달라고 늘 함께다. 키요와 스미레는 호흡 좋은 투수와 포수 같은 모습으로 극을 이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은 정식 게이샤가 되기 위한 수련 과정을 거치는 합숙소 사쿠를 배경으로 한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소녀들은 누구나 일정기간 동안 각종 허드렛일을 하며 마이코로 데뷔한 20대 선배들을 언니로 그리고 한 때는 게이샤였으나 이제는 은퇴한 중년의 여성들을 어머니로 부르며 깍듯하게 모셔야 한다. 

 

소꿉친구인 두 사람은 모모코를 배출한 곳에서 낮에는 춤, 밤에는 언니들의 시중을 들며 연습에 매진하지만 운명은 두 사람의 실력 차이를 각인시킨다.

 

늘 엉뚱하고 매사에 긍정적인 성격의 키요는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노력파 스미레와 비교당하고 마이코로서의 자격을 잃는다. 박자는 놓치고 악보를 외우지도 못하며 춤사위마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향으로 돌려보내질 찰나 숙소에서 식구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요리사가 허리를 다치면서 대타로 키요가 가정식을 만들며 ‘반전’이 일어난다. 사실 키요가 눈을 반짝이던 곳은 각종 기예를 익히는 연습장이 아닌 주방이었다. 할머니와 함께 살며 숙련된 손 맛이 익숙한 그는 전국에서 모인 언니들과 엄마의 다양한 입맛을 아우르는 ‘집 밥’의 힘을 발휘한다.

사쿠 식구들은 키요를 아오모리로 돌려보내지 않고 요리사라는 일자리를 제안한다. 그렇게 키요는 스미레와 함께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간다. 총 9화로 이뤄진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은 게이샤와 마이코들의 활기찬 세계를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동시에 그들이 먹는 맛있는 음식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지만 늘 심금을 울린다. 

 

몇대째 의사집안인 스미레의 아빠는 딸이 마이코가 되는 걸 결사 반대하며 “결국 술시중을 드는 일”이라며 낙향을 권한다. 하지만 딸이 누구보다 일본의 전통문화를 사랑하고 타고난 자질이 있음을 알게 되면서 마음을 고쳐 먹는다. 그 계기는 계절반찬으로 흔하디 흔한 가지조림이었다. 키요는 스미레의 아빠에게 평범한 가지를 간장과 맛술에 오랜 시간 절여 익숙하지만 늘 찾게되는 ‘맛의 추억’을 소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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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코 역할을 맡은 하시모토 아이는 유독 요리 영화와 인연이 있다. 한국에서도 리메이크 된 ‘리틀 포레스트’에서 고향에 돌아와 자급자족의 삶을 사는 캐릭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청혼을 받은 모모코가 은퇴를 고민할 때 초심을 잡게 해준 건 크림 스튜다. 직업적으로는 프로지만 마이코들에게 좀비 역할극을 맡길 만큼 엉뚱한 왕언니의 심란한 마음을 위로한 이 음식은 보는 것만으로도 따끈함이 전해진다. 

한국 관객들에게 생경한 ‘일본 전통 기예’의 세계를 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스마폰을 소유하지 못하고 평소에도 늘 기모노 차림으로 일상을 보내야 하는 20대 여성들의 삶은 확실히 시대를 역행하는 느낌이다.

네일 아트나 파마는 상상도 할 수 없고 늘 음악과 춤을 연마하며 평생을 예술인으로 살아야 한다. 머리를 올린 날에는 스타일 유지를 위해 목 베개를 하고 고양이 잠을 자야하는 고통도 견뎌내야 한다.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의 연출을 맡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이 세계를 지나치게 미화했다는 비난도 이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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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하는 과정보다 재료를 고르는 모습에 집중하는 영상은 주인공들의 서사에 더욱 집중하게 만든다. 실제 155cm알려진 모리 나나는 안짱다리로 걷는 원작의 이미지를 연기로 구현한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전통을 이어가려는 10대 소녀들의 일상을 지나치게 훈훈하고 가정적으로 다뤘다는 점은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의 공개 직전 전직 마이코들의 증언이 트위터를 통해  폭로되면서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암묵적으로 음주를 강요당하고 스폰서를 위해 혼욕을 하거나 늦은 시간까지 접대가 이어졌다는 폭로는 베일에 쌓여있던 마이코들의 삶을 수면 위로 노출시켰다.

전통이라는 이유로 유지되던 폐쇄성에 대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입장은 단호하다. 올해 초 일본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그는 “이 작품은 자신이 있을 곳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했던 나의 20대를 돌아보며 만들었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어딘가에 네 자리는 있다’라는 격려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현지의 잡음만 차단한다면 36부작으로 방영된 애니메이션을 찾아보고 싶을 정도로 음식 힐링 영화로서 매력은 차고 넘친다. 특히 사쿠를 운영하는 엄마의 스승이 늘 현빈의 사진을 벽에 걸어놓는 한류 팬이고 딸이 좋아하는 배우로 이제훈, 엄태웅 등이 거론되는 장면에서 터지는 웃음은 현지의 논란을 한방에 잠재울 만큼 강력하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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