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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황당해도 재미있는걸 어.떡.해!… 양자경의 오스카 수상을 응원한다!

[#OTT] 웨이브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독점 안방 서비스
美 아카데미상 11개 최다 후보

입력 2023-02-08 18:30 | 신문게재 2023-02-0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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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는 양자경, 스테파니 수, 키 호이 콴, 제이미 리 커티스가 출연한다. (사진제공=웨이브)

 

원래 주인공은 성룡이었다. 할리우드에서 ‘액션 연기’로 알아주는 그에게 이민자 가정의 다사다난한 시간여행이야기는 다행히(?) 시대의 흐름을 탔다. 성룡은 때마침 촬영 스케줄이 꽉 차 도저히 틈이 나지 않았고 절친인 양자경을 적극 추천했다. 이에 대해 다니엘 셰이너트 감독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멋진 액션 영화를 찍을 거니까 주인공은 남성이어야 돼”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공동 연출을 맡은 다니엘 콴 감독은 “성룡 말고 다른 좋은 남자배우가 떠오르지 않았다”고 당시의 막막함을 전했다.


양자경의 원래 캐스팅은 ‘성룡의 아내’였다. 결국 두 사람은 과감히 스토리를 바꿨고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탄생됐다. 제95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노미네이트 발표에서 무려 10개 부문, 11개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최다 노미네이트 작품으로 등극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지난해 조용히 국내 극장에서 사라졌다. 오스카 시즌을 앞두고 다시 한번 흥행세를 타자 배급사 워터홀컴퍼니는 “오는 3월 12일 오스카 시상식을 앞두고 최우수 작품상 및 여우주연상 수상 기원의 3대 공약 중 하나로 발표한 국내 재개봉 날짜를 3월 1일로 확정했다”고 공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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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수상이 예상되며 발빠르게 재개봉을 결정지은 영화의 공식포스터.(사진제공=워터홀컴퍼니(주))

 

OTT 웨이브에서 단독 서비스 중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 양자경은 다중우주 속에서 다양하게 존재하는 인물이다. 에블린의 첫 번째 우주는 다소 평범하다. 이민자 가정의 세탁소 주인이자 레즈비언 딸을 둔 동양인이다. 이 세계에서 그의 히스테리를 묵묵히 받아주던 남편은 사실 이혼을 준비 중이다. 그것도 친정아버지의 생일파티 당일날 벌어진 일이다.

배우가 되길 바라는 아버지의 뜻을 어기고 남편을 택했지만 둘 사이에는 이미 남은 게 없다. 하필이면 깐깐하기 그지없는 국세청에 세금신고를 하러 간 날이 모든 게 바뀐 날이었다. 남편은 갑자기 멀쩡한 신발을 거꾸로 신으라고 말하고 장난감 눈알을 장난스럽게 붙인다.

멀티버스 안에서 수만명의 자신이 각자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에블린은 졸지에 모든 능력을 발휘해 세상과 가족을 구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직역하면 ‘모든 것, 모든 곳, 한꺼번에’를 뜻하는 제목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각 파트의 제목이기도 하다. 스토리만 보면 “또 유니버스야?”라고 고개를 돌릴지 모른다. 하지만 SF, 액션, 코미디, 어드벤처, 판타지를 넘나드는 양자경의 모습이 시간가는 줄 모르게 만든다. 에블린은 여러 세상에서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던 수많은 인생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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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데뷔만큼은 하늘같은 선배인 키 호이 콴의 액션 연기도 양자경에 밀리지 않는다.(사진제공=웨이브)

 

얼굴을 마주치고 싶지 않은 국세청 직원과 손가락이 기이할 정도로 큰 세상에서 연인으로 지내기도 하고 하나 밖에 없는 딸의 딜도를 무기 삼아 전세계의 빌런으로 거듭나는 바람에 ‘피의 대결’을 벌이기도 한다. 세탁소 주인에서 쿵푸 고수가 되고 현실의 모습처럼 화려한 스타의 삶을 사는 그의 모습은 갑자기 시공간을 넘어 하나의 돌멩이가 되기도 한다. 이 황당한 전개가 이해되는 이유는 모든 상황을 찰떡같이 소화하는 양자경 덕분이다. 미국에서 아시아계의 삶을 다룬 영화가 다른 영화들을 제치고 가장 많은 후보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부한 평행우주 이론을 훌륭히 이끈 양자경은 올해 골든글로브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고 이번에는 오스카 트로피에 도전한다. 아시아 영화를 홍콩이 장악했던 1990년대 ‘예스 마담’으로 이름을 날린 지 35년, 할리우드에 진출한 지 20여년, 60살이 돼서야 이룬 쾌거다. ‘인디아나 존스’로 아역 스타가 됐지만 무술 감독으로 더 오래 활동한 베트남계 미국 배우 키 호이 콴은 에블린의 남편 웨이먼드 역할로 ‘트로피 내조’를 톡톡히 했다. 같은 날 남우주연상을 품에 안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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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아버지의 꿈을 이룬 양자경. 말레이시아 출신의 스타이자 그의 실제 할리우드 속 모습과 흡사에 눈길을 끈다.(사진제공=배급: 워터홀컴퍼니(주))

 

이날 무대에 오른 양자경은 자신의 수상 소감 중 반주가 흘러나오자 “한대 칠 수 있다. 진심이니까 조심해”라 농담하며 “내가 맞설 수 있도록 어깨를 대준 이들, 나처럼 생겼고 나보다 먼저 여기 온 이들, 나와 함께 이 여정에 함께 할 이들, 우리를 믿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스크린에서 내리자마자 발 빠르게 OTT 서비스에 나선 웨이브 글로벌라이선싱팀의 김도형 매니저는 “북미개봉 이후 역주행하는 영화로 성적이 남달라 눈여겨 보고 있었다. 호불호가 있긴 하지만 오스카를 노려 봄직한 작품”이라며 “MZ세대에게 익숙한 멀티버스가 더해져 웨이브 독점 공개(1월 5일)작품 영화 장르 1위를 장기간 놓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상을 살면서 전혀 기대하지 않고 있다가 ‘나만 알고 싶은 보물 같은 것’을 발견하는 순간이 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바로 그런 영화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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