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방송·연예

[비바100] 이런 '신인류'라면 기꺼이 '되고싶다'… 디즈니+ '커넥트'

[#OTT]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순한 맛', 韓배우들의 열정이 채워

입력 2023-02-01 19:24 | 신문게재 2023-02-02 11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23020106
미이케 타카시 감독은 "현장에서 리더 역할을 잘 해줬다. 하동수 역할이 '고독' 안에 살고 있는 캐릭터인데 연기로 승화하더라"며 배우에 대한 신뢰를 나타냈다. 사진제공=디즈니+)

B급 고어물이나 호러 장르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디즈니+의 ‘커넥트’는 일단 재밌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배우의 공이 8할 이상이다. 매니악한 장르물의 대가로 잘 알려진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세계관이 ‘여전히 제자리’라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그를 세계적인 반열에 올린 1999년 연출작 ‘오디션’에서 출발한 기발함은 ‘쓰리, 몬스터’ ‘착신아리’에서 멈춘 게 분명하다. 아니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K콘텐츠 특유의 매력이 남 달라서일까. ‘커넥트’의 설정과 영상미의 부족함은 지난해 12월 디즈니+에서 공개되기 전부터 해외 싱가포르를 비롯해 부산국제영화제까지 열혈 홍보에 나선 주연배우들의 존재감이 채웠다고 볼 수 있다.

신대성 작가의 동명웹툰에서 출발한 ‘커넥트’는 죽지 않는 몸을 가진 새로운 인류로 구분되는 동수(정해인)가 장기밀매 조직에게 납치당해 한쪽 눈을 빼앗긴 뒤 벌어지는 추격액션스릴러다. 자신의 눈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살인마 진섭(고경표)에게 이식됐다는 것을 알고 그를 쫓는 불사의 추격을 담아낸 이야기로 꿈틀거리는 촉수와 사지절단, 뒤틀린 관절이 곳곳에서 튀어나오지만 의외로 미학적이다.

커텍트1
극중 진섭이 그린 살인 예고 아트북. (사진제공=디즈니+)

 

극 중 사이코 패스인 진섭은 누가 봐도 평범한 회사원이다. 일처리가 확실하고 준수한 외모에 성격도 무난하다. 하지만 자신의 살인 결과물을 하나의 작품으로 전시한다. 그의 작품을 본 대중들은 분노과 공포 대신 ‘다음에 공개될 콘셉트’를 궁금해하는 아이러니에 괴로워 한다. 다카시 감독은 대중의 이런 이중적인 심리를 놓치지 않는다. 

동수의 어린시절은 최근 화제의 넷플릭스 시리즈 ‘더글로리’에서 동은(송혜교)이 당했던 고데기 열 체크 수준 이상을 상상하면 된다. 어린시절 우연히 시작된 떨어지거나 다친 경험들이 그저 선혈과 상처로 이어지지 않고 바로 복귀되는 탓에 ‘괴물’로 불린 상터를 지녔다. 당시에는 왕따에 불과했지만 성인이 된 후 ‘커넥트’라고 불리는 불사의 재생력을 지닌 특성을 알게 된 장기밀매단은 동수의 몸을 원하고 경찰도 연쇄살인 용의자로 그를 추적한다.

디즈니+1
'커넥트'는 한국 드라마 사상 최초로 일본 영화감독인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연출을 맡고 국내 최고의 제작사인 스튜디오 드래곤이 제작을 맡아 기획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사진제공=디즈니+)

 

‘매운 맛’의 설정은 4화부터 본격화된다. 자신의 안구를 이식받은 진섭이 살인마라는 것을 안 동수는 예고된 살인을 막고자 한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다카시 감독은 전작에서 보여준 가학적인 답습을 이어간다. 지난해 내한 인터뷰를 통해 그는 “솔직히 말하면 제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원작의 매력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으로 제가 선택을 받았다”면서 100편이 넘는 연출작은 거장 답게 “주변에서 ‘당신이 왜 세계적인 OTT와 유명 한국배우들과 작업하느냐?’며 되묻는다. 여전히 보수적이고 매우 정형화돼 있다. 그렇기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는 겸손함을 보였다. 

디즈니+3
이제는 'OTT의 요정'이라 불려도 무방한 김혜준. 넷플릭스 '킹덤'으로 눈도장을 찍은 그는 이후 여러 작품에서 눈부신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디즈니+)

 

여러모로 ‘커넥트’는 시즌 2를 기대하게 만든다. 신체를 절단하고 내장을 꺼내도 죽지 않는 자신의 능력을 일찌감치 깨달은 이랑(김혜준)이 혼란스러워하는 동수에게 “세상이 우릴 받아들일 수 없다면 바꿔야 해. 우리는 세상을 전복시키고 지배해야지”라고 말하는 것과 동시에 몸에서 촉수가 뻗어 나와 벌어진 상처를 봉합하며 의외의 빌런이 예고되는 엔딩이 예고되기 떄문이다.

극중 배우 고경표의 건조한 연기톤은 기대 이상이다. 이전과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으로  구독자들의 시선을 강탈하는 하지만 체중감량에 실패했음을 솔직히 밝히면서 “좋은 시기와 시절에 잘 태어난것 같다. 마르고 날렵한 이미지인 사이코패스 역할을 맡았기에 감독님에게 일말의 죄송스러움이 있다. 외형보다는 자신만의 섬뜩한 신념과 명분을 지닌 살인마를 연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디즈니+4
극중  과감한 노출신도 불사한 고경표. (사진제공=디즈니+)

 

더불어 극 중 김뢰하, 양동근, 조복래, 장광, 오하늬 등 명품 배우가 보여주는 의외의 캐릭터도 이 작품의 재미다. 연기력은 정평 났지만 수많은 작품에서 범인, 양아치, 내시 등 대부분 조연에 머물렀던 이들의 ‘한방’은 적재적소에서 디즈니+의 ‘혜자스런 혜안’을 증명한다. 제작비는 남달라도 ‘볼 것 충만한 작품’을 남기겠다는 결연이 돋보인다. 

보자마자 흥얼거리게 되는 OST ‘나의 노래’는 YG 대표 프로듀서이자 가수인 선우정아가 직접 작곡, 작사에 참여해 특유의 음악적 색깔을 짙게 담아냈다. 또한 이번 앨범에는 작품에 출연한 배우 정해인의 버전은 물론 연기와 함께 음반활동을 하고 있는 양동근이 편곡한 버전, 싱어송라이터 하범석의 버스킹 감성이 듬뿍 담긴 버전까지 다양하게 수록돼 있어 다채로움을 선사한다.

디즈니+
‘커넥트’는 기획 단계부터 서구권에 팬덤이 형성돼온 아시아 장르물에 대한 욕구를 성공적으로 채워준 작품으로 평가된다.(사진제공=디즈니+)

 

한쪽 눈을 빼앗긴 동수의 결핍은 정해인의 몫이다. 그 눈을 가진 진섭과 시야를 공유하게 된다는 신선한 설정부터 특이한데 ‘D.P’로 짧게 호흡한 고경표를 직접 감독에게 추천한 것으로 알려져 훈훈함을 안겼다. 서로 반대편에 서 있는 동수와 진섭은 극 중에서의 극한 대립과 쫄깃한 추격전을 펼치는 모습을 살벌하게 표현해내며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신인류인 ‘커넥트’지만 살면서 느낀 외로움과 고통 그리고 점차 각성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해 낸다. 다크 판타지 스릴러 ‘커넥트’를 필두로 국내 론칭할 당시 개봉작으로 점찍은 ‘카지노’를 비롯해 발빠르게 시즌2를 제작한 ‘형사록’까지 디즈니+의 ‘한국사랑’은 당분간 계속될 듯 싶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