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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무대 뒤, 배우의 삶이 궁금해 리모콘을 눌렀더니 '눈물'만 남았네! 티빙 '뜻밖의 여정'

[#OTT] 티빙 '뜻밖의 여정' 의외의 감동 퍼레이드
한국인 최초 아카데미 조연상 수상한 윤여정의 '미나리'이후의 삶
국적,나이,성별 불문 친구들이 보여주는 실제 모습

입력 2023-01-11 18:00 | 신문게재 2023-01-1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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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여정2
코디네이터가 전무했던 시절, 모든걸 ‘내돈내산’하며 연기했던 시기는 그에게 남다른 패션 감각을 갖추게 만드는 명약이 됐다. (사진제공=CJ ENM)

  

아무도 예상 못했다. 70대 후반의 여배우의 미국 숙소에 ‘이런 친구들’이 속속 도착할 줄은. 나이도 성별도 직업도 다른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직업에 모두 만족하고 누구보다 깐깐하다. 그리고 모두 ‘배우 윤여정’을 사랑한다. 

 

나영석PD가 야심차게 준비한 tvN ‘뜻밖의 여정’은 여러모로 얻어걸린(?) 듯한 뉘앙스가 강하다. ‘삼시세끼’ 시리즈를 통해 툴툴거리는 일꾼 이미지를 부여 받은 이서진, 할말과 할일에 있어서는 조금의 오차도 없던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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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PD의 예능 중 가장 고퀄리티를 꼽는다면 아마 ‘뜻밖의 여정’이 아닐까. 무작정 웃고 즐기는 프로그램을 넘어 추억과 사람이 남은 보기드문 수작이다. (사진제공=티빙)

유창하지는 않지만 “내 모국어는 영어가 아니다”라는 당당함과 위트 넘치는 수상 소감에 외신들은 열광했고 하루 8시간이 넘는 화상 인터뷰를 소화해야 할 만큼 그에게 쏟아지는 러브콜은 대단했다. 

 

차기작으로 선보인 애플TV의 ‘파친코’는 전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윤여정의 존재감을 다시금 부각시킨 작품이다. 

 

‘뜻밖의 여정’은 긴 시간 ‘파친코’의 프로모션을 소화하고 있던 윤여정을 따라 미국에서 아카데미 시상자로 나선 근황을 따라간다.

무려 8년 전에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누나’(이하 꽃누나)로 안면을 튼 나PD와 윤여정은 이후 여러 프로그램을 함께했고 최고의 궁합을 보여준 사이다. 

 

윤여정은 도도해보이는 외모와 달리 여린 속내를 간간히 보여줬고 이는 시청률 견인에 제대로 한몫을 했다. 젊은 시절 결혼과 함께 두 아이를 키웠던 미국에서의 시간은 윤여정에게 한국 밖에서의 돌발 상황도 너그럽게 넘어갈 정도의 언어실력과 연륜을 갖추게 했다. 이는 여배우들 ‘만’ 모여 떠나는 배낭여행을 단단히 결속시켰다.


비록 수십년을 쓴 고데기가 고장나 어린 후배 이승기가 대체품을 구하기 위해 유럽 도시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진풍경도 펼쳐졌지만 100만원에 육박하는 신상 다이슨만 쓸 것 같은 윤여정의 소박한 모습은 당시 큰 울림을 안겼다. 

 

20년도 더 된 고데기만큼이나 ‘뜻밖의 여정’에서도 미국에 올 때마다 지인의 집에서 찾아다 쓰는 믹서기가 등장한다. 한국에서부터 가져오기에는 짐이 크고 그렇다고 버리기엔 멀쩡한 믹서기는 에피소드 내내 윤여정의 아침을 책임지는 효자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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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평소에 먹지 않는 라면을 해외에서는 무조건 챙겨 먹는다는 윤여정, 주변에 폐끼치기 싫어 운동하는 일상도 가감없이 담겼다. (사진제공=CJ ENM)

 

윤여정은 자신의 매니저로 등장한 이서진에게 “할 줄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는데 왜 데리고 왔냐”고 툴툴거리고 다음날 자신보다 늦게 일어나는 걸 용납 못한다는 듯 “얘, 그냥 짤라”라고 일갈한다. ‘뜻밖의 여정’은 아카데미 수상자에서 시상자로 참석하는 윤여정의 주변에서 실제 매니저 역할을 하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인간 윤여정을 파헤친다.

40년 지기인 꽃분홍은 그동안 언론에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은 윤여정의 두 아들과도 허물 없는 사이다. 혼자 낯선 공간에서 못 자는 자신을 위해 기꺼이 침대 한 곁을 내주는 친구의 츤데레 매력을 발설(?)한다. 

 

10년 전 팬으로 만나 모든 패션 관련 일을 돕고 있는 브랜드 매니저 경삼, 광고기획자로 만난 독일계 한국인 이인아 감독은 모든 외신과의 일정과 통역을 전담하는, 흡사 딸 같은 존재다. 윤여정은 이들에 대해 “자식이어도 못 했을 일을 해주는 친구들이다. 이 사람들이 하라면 나는 무조건 따르는 편”이라며 순한 양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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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삼,정자,꽃분홍, 인아등 본명과 애칭이 오고가는 윤여정의 친구들은 스스럼 없이 길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때론 서로 타박하며 자연스러운 미소를 짓게 만든다.(사진제공=CJ ENM)

 

프로그램의 대미는 ‘미나리’를 번역한 홍장여울의 인터뷰에서 터진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는 “좀 더 건강을 챙기셨으면…”이라고 말하다 말고 카메라 프레임 밖으로 사라진다. 한국에서 영화연출과 시나리오의 번역가로 활동 중인 그는 12년 전 홍상수 감독의 막내 스태프로 있다가 윤여정과 인연을 맺었다.

 

충무로에 근로표준계약서가 전무하던 시절 최소한의 인원만 챙겨 당일 시나리오를 써서 주기로 유명한 감독의 밑에서 고군분투하던 그에게 따듯한 밥을 사주며 인연을 이어온 윤여정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아무 말도 못했다고, 그저 카메라 밖에서 오래 울었다는 자막만 나온다. 배우가 궁금해서 누른 리모콘 위로 눈물이 흐른 건 처음이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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