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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예뻤던 그때처럼 편히 쉬렴~" 반려견과의 마지막 이별 아름답게

[스타트업] 반려동물 전용 납골함 제작 '애프터 라이프'

입력 2018-01-31 07:00 | 신문게재 2018-01-3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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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애프터라이트
스타트업 애프터라이트 반려동물 납골함(사진제공=애프터라이트)

 

# ‘용용이’를 위해 예쁜 납골함을 선물하다

“2014년 4월 6일 봄날에 제가 키우던 반려동물인 강아지 ‘용용이’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넜어요. 병원에서 한참을 울다가 용용이를 다시 집으로 데려가기로 했죠. 얌전히 누워있는 용용이의 몸을 만져보는데 아직 온기가 남아있어 더욱 마음이 아팠어요. 반려동물 장례업체에서 화장을 마친 용용이가 한 움큼의 재가 되어 나오는데 눈물이 주르륵. 용용이를 작고 예쁜 납골함에 넣어주었어요. 장례업체에서 제작해준 납골함은 하얀 보자기에 싸여 있어 용용이가 행복해하는 느낌보다는 우울해하는 것 같아서요. 그리고 지금 용용이는 자기가 제일 좋아했던 침대 앞 책장에서 편히 쉬고 있답니다.”

평소 자신이 너무나 아끼고 사랑하던 반려동물이 죽고난 뒤 장례업체에서 건네준 납골함이 좀더 예쁘게 만들어졌으면 하고 생각했던 김준성 대표는 죽은 반려동물이 편히 쉬었으면 하는 바람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인터넷을 수소문해 납골함을 디자인해주는 곳을 찾았고, 용용이를 닮은 모양으로 납골함이 제작된 것을 보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김 대표는 문득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슬픈 경험을 해야 하는 반려인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 이걸 창업 아이템으로 삼으면 어떨까.’ 그렇게 스타트업 애프터 라이트(AFTER LIGHT)가 창업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 포기를 모르는 세 청년이 의기투합하다…“스타트업 캠퍼스 3총사”

 

스타트업 애프터라이프1
스타트업 애프터라이트 송면근·차원식·김준성 공동대표(왼쪽부터). (사진제공=애프터라이트)

 

지난해 6월 경기도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진행한 창업 경진대회에서 수상한 애프터 라이트는 스타트업 캠퍼스 8층에 사무실을 얻어서 사업을 진행 하고 있다. 애프터 라이트는 ‘반려동물을 떠나 보낸 반려인의 마음을 위로하는 기업이 되자’는 취지 아래 현재 가정 내에서 언제든지 추모 가능한 특별한 반려동물 납골함을 제작하고 있다. 초기 창업비도 만만치 않았던 송 대표는 스타트업 캠퍼스 창업 교육을 받으며 만난 차원식(27)·김준성(27) 공동대표와 의기투합해 현재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 첫 제품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목표 펀딩 금액에 200%를 달성한 상태다. 애프터 라이트는 향후 동물병원, 반려동물 화장업체 등에 납품을 하게 되면 더 큰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 반려동물 문화가 더욱 발전 함에 따라 사업의 가치가 증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은 사회가치적 제품에 대해 다수의 사람들이 투자를 하고, 목표 펀딩 금액을 달성하면 시제품을 만들어 사업을 진행하도록 돕는 곳이다.

애프터 라이트는 지난해 8~9월 본격적으로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했고, 첫 시제품은 11월 말께 제작됐다. 현재 약 15명 정도의 고객이 1개당 23만원 하는 반려동물 납골함 구입을 완료한 상태다.


# 경험해보지 않고 판단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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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애프터라이트 송면근·김준성·차원식 공동대표(왼쪽부터). (사진제공=애프터라이트)

 

김준성 공동대표의 경우 20대 대부분을 자신의 일과 꿈을 찾는 과정에 투자했다. 군 제대 후 스포츠 마케팅에 관심이 생겨 관련 동아리 활동을 하고, 이후에는 일반적인 마케팅 업체에서 일했다. 일하는 틈틈이 사회적 활동에 관심이 생겨 다양한 사회봉사에 참여했다. “제 생활 신조가 ‘경험해 보지 않고 판단하지 말자’ 입니다. 답은 정해져 있지 않고 내가 답을 정해가야 합니다. 또 단순히 개인적인 성공이 아닌 사회에 도움을 주면서 개인의 성장도 함께 이뤄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많이 고민하다가 송 대표와 차 대표를 만났습니다.”

차원식 공동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며 자금 확보에 애를 먹었다. “자금 확보 문제가 가장 큰 것 같아요. 현재 정부 창업 지원금을 받아서 진행하고 있지만 사업을 확장하는 부분에서 자금 확보가 필요한데, 어려운 점이 많죠.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묵묵히 걸어가다 보면 저희의 가치를 알아봐 주실 분이 계실 거라고 믿고 있어요.”


# 반려인들의 마음을 헤아리다

 

스타트업 애프터라이트
스타트업 애프터라이트 반려동물 납골함(사진제공=애프터라이트)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창업자를 만났다는 송 대표는 ‘꾸준함’이 힘이 됐다고 한다. “대부분 창업자들이 하시는 말씀이 ‘사업 진행이 잘 안돼도 꿋꿋이 버텨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버티는 힘도 능력’이라는 거죠. 처음에는 그 말이 마음에 와 닿지 않았는데, 직접 사업을 이끌어 가보니 그 말씀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되더군요. 힘들 때마다 제게 최면을 걸어요. ‘버텨라. 포기하지 말자’라고 되뇌다 보면 어느 새 심각했던 고민이 풀어질 때가 많죠.”

올해 창업 2년차를 맞는 애프터 라이트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납골함을 주문한 고객에게 첫 제품을 잘 전달하고, 다양한 루트를 통해 회사를 알려낼 계획이다. 김준성 대표는 “저희 제품을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판매도 안정적으로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반려인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30대 중반과 20대 후반을 성실히 살아가고 있는 이시대 평범한 청춘들이기도 한 애프터 라이트 송면근·김준성·차원식 대표는 자신들과 같은 시련과 도전, 창업 앞에 마주한 청춘들에게 ‘포기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라’는 응원을 건넸다.

“인생은 길을 걷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좁은 골목길을 여기저기 걷다 보면 결국 모든 길이 통해져 있는 것 같더라고요. 만약에 어떤 일을 하다가 잠시 멈추고 다른 일을 하더라도 이전에 했던 일이 어떤 식으로라도 지금 하는 일과 연결돼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포기하는 게 아니라 ‘잠시 멈춰 놓는다’라고 여겼으면 해요. 포기만 하지 않고, 하고 싶은 여러 가지 일을 해내다 보면 반드시 좋은 행운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이재훈 기자 ye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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