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이 올해 시무식에서 “근본적인 혁신을 통해 큰 행복을 만들어 사회 공동체와 나누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
최태원 회장이 최근 제2의 창업을 선언하며 변화와 혁신으로 SK그룹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최 회장은 최근 대규모 투자와 인적 쇄신, 조직문화 개편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의 제2 도약’이라는 미래청사진을 그리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이 같은 모습은 선친인 고(故) 최종현 회장이 IMF 외환위기가 오기 직전 “임금과 이자는 치솟고, 환율은 턱없이 낮아 경제가 위기를 맞을 것이다”고 예언했던 모습을 떠오르게 하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은 최근 그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수장 및 구성원들을 1960년생 젊은 CEO(전문경영인)들로 물갈이하는 한편 경영진과 임직원들과의 소통을 제고해 최적의 사업, 조직, 문화의 구체적인 변화와 실천계획을 마련했다. 이 같은 모습은 과거 이건희 삼성 회장이 최 회장의 아버지인 고 최종현 회장에게 ‘10년을 소리 없이 준비하는 미래 설계자’라는 별명을 붙여준 일화를 연상케 하고 있을 정도다.
최 회장은 60년 재계 역사에 없었던 ‘초유의 실험’을 꺼내 들었다. 최 회장이 올해 시무식에서 “근본적인 혁신을 통해 큰 행복을 만들어 사회 공동체와 나누겠다”고 밝힌 것. SK그룹 발전의 성과물이 투자, 고용 등의 형태로 나타나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삼성, 현대차 등 주요 그룹들이 변화와 혁신을 올해 경영화두로 내세운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한 발 더 나아가 ‘사회적 기업’으로의 진화를 공식 선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게 재계 안팎의 해석이다. 이를 위해 그는 △경영시스템 업그레이드 △비즈니스 모델 혁신 등을 제시했다.
이 같은 최 회장의 개혁작업은 그룹 내 세대교체와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오너십 강화가 밑바탕이 되고 있다. 실제로 최 회장은 올해 미래를 담보할 신산업 발굴을 위해 책임경영을 전제로 한 오너십을 꺼내 들었다. 이는 최 회장이 기회 있을 때마다 “혹독한 대가를 치르지 않기 위해선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며 신사업 발굴 등을 강조해왔던 것과 무관치 않다. 젊은 CEO를 내세워 미국 금리인상 등 글로벌 경제의 파고가 높아진 상황에서 중국 등 해외 시장 개척 및 경쟁력 강화에 본격 나서겠다는 포석이다. 특히 바이오·전장사업 등 신성장 동력인 미래 먹거리 발굴에 ‘젊은 피’를 수혈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 같은 패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지난 8월, 46조 규모의 중장기 투자계획을 발표한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8월부터 오는 2019년 6월까지 총 2조2000억원을 투자해 충북 청주에 신규 반도체 공장과 클린룸을 새로 짓는다.
이천 SK하이닉스 사업장 전경. |
특히 최 회장은 지난 2015년 8월 경영복귀 이후 공격적인 M&A (기업인수합병)을 통해 미래 청사진을 그려가고 있는 상태다. 이를 위해 그는 최근 전문경영인들에게 바이오, 에너지, 반도체 등 미래 먹거리 발굴 및 육성에 대한 아이디어 발굴을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이 작업은 올해 최 회장의 진두지휘 속에 본격화될 예정이다. 이 같은 최 회장의 복안 속에는 현 위기 탈출에 대한 해법도 있지만, ‘글로벌 기업’으로의 재도약 의지도 숨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SK그룹과 최 회장에게는 올해가 ‘글로벌 기업’의 초석을 다지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은 앞으로 지배구조 개편과 미래 먹거리 발굴이라는 숙제가 놓여 있는 상황에서 최태원 회장이 최근 선제적 대응을 통해 돌파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박종준 기자 jjp@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