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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더 뚜렷해진 개인 취향… 쉿! 조용한 사람들 뜬다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김난도 외 '2025 트렌드 코리아'·김용섭 '라이프 트렌드 2025'

입력 2024-10-12 07:00 | 신문게재 2024-10-1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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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매년 이맘때가 되면 다음 연도 트렌드를 조망하는 서적들이 대거 쏟아져 나온다. 그런 서적들 가운데 매년 압도적인 인기를 끄는 책이 두 권 있다. 하나는 서울대 김난도 교수팀이 매년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다른 하나는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의 <라이프 트렌드> 시리즈다. 둘 모두 트렌디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매우 의미 있고 유익한 전망을 내놓는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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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트렌드 코리아|김난도 외|미래의창

 

◇ 김난도 외 <2025 트렌드 코리아> … 경계와 고정관념이 무너진다

매년 영어로 된 합성 신조어로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예측해 온 서울대 트렌드 코리아 팀은 내년 ‘뱀의 해’ 2025년의 10대 소비 트렌드 키워드를 ‘SNAKE SENSE’로 잡았다. 남다른 감각으로 먹이를 잡아채는 뱀의 놀라운 능력을 의미한다.

S는 ‘Savoring a Bit of Everything’이다. 저자들은 옴니보어(Omnivores) 소비, 즉 ‘잡식성 소비’가 새 트렌드가 될 것이라 예측했다. 소비의 전형성 대신 나이와 성별, 소득에 따른 경계와 구분 없이 완전히 새로운 개인별 소비시장이 구축될 것이라 전망했다. 모든 과거의 선입견과 고정관념은 폐기되고, 개인의 취향이 더욱 뚜렷해지는 ‘옴니보어’ 소비자가 뜰 것이란 전망이다.

N은 ‘Nothing Out of the Ordinary: Very Ordinary Day’다. 여기서 ‘아주 보통의 하루’를 뜻하는 ‘아보하’가 나온다. 위험한 세상 속에서 작지만 위로가 되어 주는 무언가를 찾는다. 푸바오나 은우·정우 형제들이 대표적이다. 불행한 것도 싫지만 너무 행복한 것도 바라지 않는 삶을 추구한다. 하루를 무사히 넘기는 것에 감사하고, 내일도 오늘 같기를 바라는 평온한 일상이 중시된다.

A는 ‘All About the Toppings’, 이른바 ‘토핑경제’다. 본질보다 추가적·부수적 요소들이 더욱 주목받아 새로운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게 된다. 같은 도우라도 토핑이 다르면 이름과 가격이 달라지듯이, 같은 제품이라도 무엇으로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 ‘나만의 것’이 된다. ‘최고의 상품’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상품’이 추구된다. 그만큼 소비자의 ‘창의성’이 기대된다.

K는 ‘Keeping It Human: Face Tech’, 즉 ‘페이스테크’다. 첫 인상이 중요한 만큼, 앞으로는 기계에 표정을 입히고, 사람의 얼굴과 표정을 정확하게 읽어내며, 사용자마다 각자의 얼굴을 만들어주는 ‘페이스테크’가 뜰 것이라고 한다. 특히 이제 사람의 감정을 읽고 대응력까지 갖춘, ‘인간에 가까운’ 기업과 상품이 선택을 받게 될 것이므로 이 기술이 필수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E는 무해력(無害力, Embracing Harmlessness)이다. 내게 해 끼치지 않고 자극이나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작고 귀엽고 순수한 것들이 사랑받는다. 무해한 힘이 진짜 힘 된다. 스스로를 ‘긁힌 세대’라고 자조하는 젊은이들에게 이런 무해한 존재들이 희망이 된다. 푸바오나 미니어처 열풍, 대충 그린 이모티콘 등이 그런 무해력을 가진 것 들이다.

S는 ‘Shifting Gradation of Korean Culture’로, ‘그라데이션K’로 지칭된다. 정말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유연하고 열린 담론’이다. 더 이상 우리는 단일민족·단일문화가 아니라 ‘다문화 국가’다. 저자들은 “K-팝, K-푸드, K-드라마 열풍 속에서, 진정으로 한국적인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그라데이션(단계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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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없음

 

E는 ‘Experiencing the Physical: the Appeal of Materiality’로 ‘물성매력’을 뜻한다. 디지털 만능 속에서도 여전히 사람들은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희구한다. 스크린에서만 존재하던 애니메이션과 드라마의 세계가 오프라인에서 구현되어 소비자들에게 체험, 체감할 기회를 준다. 기업의 마케팅 포인트도 그 방향으로 변화한다.

N은 기후감수성(Need for Climate Sensitivity)이다. 역대급 기상이변과 기후변화는 이제 ‘현존하는 최대 위험’이 되었다. 이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하는 기후감수성이 소비와 비즈니스, 공공 영역에서 두루 중시된다. ‘레이니룩’이 대세가 되고 날씨보험까지 등장한 현실 속에서 이제 기후 감수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 덕목이다.

S는 공진화 전략(Strategy of Coevolution)이다. 상호연결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에서 비즈니스 주체들이 긴밀한 연계를 통한 공동성장을 모색해야만 ‘상생’과 ‘생존’이 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적응하는 자만이 살아남고 진화할 수 있다. 경쟁은 하되 생존과 상생을 위해선 적과도 과감하게 손 잡을 수 있는 열린 마인드가 필요한 시대다.

E는 ‘Everyone Has Their Own Strengths’로 이른바 ‘원 포인트 업(One-Point-Up)’이다. 무작정 성공한 사람을 롤 모델로 삼기 보다는 자신이 도전해 도달할 수 있는 ‘손에 잡히는 목표’를 설정해 실천하며 조금씩 성취감을 쌓는 것이다. ‘나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놀라운 성장보다는 소소하지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작은 성공이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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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2025|김용섭|부키

◇ 김용섭 <라이프 트렌드 2025>… 조용함이 대세가 되는 세상

저자는 2025년의 대표 라이프 트렌드로 ‘조용함(Quiet & Silent)’을 들었다. 조용한 사람들의 조용한 행동, 조용한 욕망이 힘을 얻어 더욱 강력한 물결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요란스럽고 복잡하고 갈등으로 점철된 사회에 지친 현대인들이 이제는 소음과 과잉 연결, 타인과의 관계와 교류에서 벗어나 혼자 활동하고 자기 자신에 더욱 집중하는 삶을 희구하게 될 것이라도 내다본다.

드러나지 않는 럭셔리 패션에서부터 조용한 휴가와 여행, 조용한 걷기, 스텔스 가전과 캠핑, 음소거 챌린지, 멍때리기, 심지어 조용한 사직과 해고가 일상이 된다. 인공지능(AI)과 로봇, 스마트 폰 등이 개인도구화하면서 이제 사람의 성격도 외향적인 것 보다는 조용하고 차분한 쪽이 더 평가받으면서 ‘조용함’은 새해에 더욱 전방위적인 트렌드 코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저자는 “소음을 걷어내면 진짜 들어야 할 소리가 들린다”며 이렇게 불필요한 것을 들어내고 조용하지만 강력한 무언가를 찾는 새로운 노력들이 경주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이른바 ‘내향성 경제(Introvert Economy)’가 증폭될 것이란 전망도 했다. 집 밖 사회 활동이나 모임, 야외 활동 대신 집 안에서의 SNS 콘텐츠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회식보다 혼술, 외식보다 배달 음식이 선호된다.

저자는 “이제 개인주의적인 사람들, 조용한 사람들을 주류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조용함을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드는 기획자나 마케터, 내향형 리더, AI로봇을 적극 활용해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솔로프러너, 운동중독자, 운동과 자기관리에 적극적인 싱글 등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그들의 조용한 욕망과 조용한 행동이 강력한 힘으로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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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없음

 

저자는 2025년 라이프 트렌드를 주도할 키워드로 ‘조용함’과 ‘조용한 사람들’을 포함해 12가지를 제시했다. 먼저, Z세대를 새로운 욕망과 트렌드가 되고 있는 텍스트힙(TextHip)을 말한다. 손 안의 스마트 폰이 일상화된 디지털 네이티브들 사이에서 책은 이제 지적 탐구의 수단이 아니며 독서가 섹시하고 힙하고 멋진 차별화의 수단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1인 기업가를 뜻하는 ‘솔로프러너(Solopreneur)’는 생성형 AI가 만든 증강 인류 덕분에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누구나 ‘유니콘’을 꿈꿀 수 있을 만큼, 역사상 가장 강력한 ‘개인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최근의 쇼펜하우어 열풍 속에서 저자는 ‘자발적 고립주의자’가 강력한 트랜드로 부상했다고 말한다. 1인 가구와 비혼주의 증가, 극단적인 개인주의가 더욱 만연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비만 치료제’는 전 세계 의약산업과 패션, 뷰티, 스포츠, 식품 산업은 물론 우리의 욕망과 라이프 스타일까지 뒤흔들고 있다. 저자는 이것이 우리의 의식주 트렌드를 가장 극적으로 바꾸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전세계적으로 전쟁 위험이 고조되는 가운데 ‘밀리터리 룩’도 강력한 패션 트랜드가 되기에 적당한 타이밍이 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코로나로 주춤했던 여행이 다시 예전처럼 의식주 만큼이나 큰 욕망으로 ‘리셋’되고 있다. 저자는 이탈과 새로운 경험에 대한 욕망이 호텔과 항공, 외식, 레저, 쇼핑 산업 등에 전방위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술이나 게임 같은 전통적인 중독이 퇴조하는 대신에 최근에는 ‘운동중독’이 확산하고 있다. 건강이 곧 부(富)”라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

잘 죽는 것, ‘웰다잉(Well-Dying)’을 디자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장례식 디자인은 물론 무덤 친구, 죽음 명상, 종활 산업이 뜬다. 자신이 직접 죽음을 준비하는 트렌드가 보편화하고 있다. 저자는 또 기후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인 ‘기후플레이션’을 언급하며, 기후 위기가 초래하는 먹거리 변화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이 밖에 과거에는 누가 얼마 짜리 집에 사는 지를 궁금해 했던 중산층들이 이제는 의자 등 고급 가구에 눈을 뜨기 시작해 새로운 욕망으로 급부상하고 있으며, 인공지능이 초래한 경제·산업적 변화에 발 맞춰서 ‘일하는 방식’을 바꿔주는 ‘AI at Work’와 ‘하이브리드 워크’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며 새해의 견고한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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