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더불어 문화

[B코멘트]어윈올라프재단 셜리 덴 할토그 “균열이 내재된 완벽한 세상, 정체성 때문에 편견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입력 2024-10-03 00:47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어윈 올라프
어윈올라프재단 셜리 덴 할토크(사진=허미선 기자)

 

“사진을 언뜻 봤을 때는 굉장히 완벽해 보여요. 하지만 조금만 가까이 가면 어딘가 불완전하다는 느낌이 들죠. 우리 사회를 봐요. 소수자의 수는 많아지고 마치 점점 나아지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안 좋아지고 있어요. 그들의 권리는 작아지고 있거든요.”

어윈올라프재단의 셜리 덴 할토그(Shirely den Hartog, 이하 셜리)는 어윈 올라프(Erwin Olaf)가 평생 추구했던 ‘균열이 내제된 완벽한 세상’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9월 설립한 어윈올라프재단은 어윈 올라프의 영향력을, 그가 생전에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더 널리 알리기 위해 뉴욕, 런던, 파리, 한국 등 전시에 이어 2025년에는 암스테르담 현대미술관, 스텔릭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계획 중이다.


◇균열이 내재된 완벽한 세상

어윈 올라프
‘어윈 올라프, 작고 1주년 회고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그림 뿐 아니라 뉴스에서 영감을 많이 얻었던” 어윈 올라프는 사회가 점점 발전하고 삶의 질 역시 향상되는 듯 보이지만 성 소수자를 비롯한 환경, 전염병, 여성, 인종차별 등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현상을 ‘균열이 내재된 완벽한 세상’에 담아내곤 했다.

2020년 연작으로 광활한 자연 앞에 한없이 작기만 한 인간을 담은 ‘숲 속으로’(Im Walde, In The forest) 중 한 작품에 독일의 19세기 복장을 한 소년이 들고 있는 페트병이 든 플라스틱 백을 통해 환경오염에 대한 메시지를 담는 식이다.  

 

어윈 올라프
‘어윈 올라프, 작고 1주년 회고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호수에 떠 있는 배 위의 무슬림 여성은 ‘빈곤층’이라는 편견을 깨고 샤넬백을 들고 있고 산 아래 원주민처럼 보이는 이들은 철저하게 기획을 구현한 모델들이다. 그렇게 어윈 올라프 작품 속 ‘균열’(Crack)은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이자 메시지이며 인류를 향한 경종이다.

이는 28년 간 그와 함께 해온 셜리가 ‘통제광’(Control Frick)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모든 걸 완벽하게 스스로 통제하는”(He wants to control everything) 장인정신과도 연관된다.  

 

어윈 올라프
‘어윈 올라프, 작고 1주년 회고전’ 중 한국에서는 처음 공개되는 작 ‘내가 원하는’ ‘지금 나는’ ‘내가 될’(사진=허미선 기자)

 

스스로 기획하고 아주 작은 소품까지도 완벽하게 통제해 사진을 찍지만 그도 어쩔 수 없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소수자들의 문제, 사회부조리, 환경문제, 차별 등은 ‘완벽함’에 ‘균열’을 내곤 한다.

‘어윈 올라프, 작고 1주기 회고전’(10월 3~11월 2일 공근혜갤러리)에서는 한국에서 첫 선을 보이는 2009년작 ‘내가 원하는’(I Wish), ‘지금 나는’(I Am), ‘내가 될’(I Will Be)을 비롯해 연대기별 작품들이 전시된다.

‘내가 원하는’ ‘지금 나는’ ‘내가 될’은 선천적으로 폐기종을 앓으면서 그가 소망한 모습과 병든 지금 그리고 의사의 소견처럼 산소 호흡기를 끼고 생활해야 하는 미래를 표현한 자화상이다.  

 

어윈 올라프
‘어윈 올라프, 작고 1주년 회고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전시는 ‘레이디스 햇츠’(Ladies Hats, 1985~2022), ‘체스맨’(Chessmen, 1987~1988), ‘레인’(Rain, 2004)과 ‘호프’(Hope, 2005), ‘내가 원하는’ ‘지금 나는’ ‘내가 될’, ‘던 앤 더스크’(Dawn&Dusk, 2009), ‘키홀’(Keyhole, 2011~2013), 로케이션 연작인 ‘베를린’(2012)과 ‘상하이’(Shanghai, 2016), ‘팜스프링’(Palm Springs, 2018),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겪었던 두려움을 담은 ‘만우절’(April Fool, 2020), ‘숲 속으로’, ‘댄스 인 클로즈 업’(Dance in Close up, 2022)까지 대표작들로 꾸린다.

더불어 2005년 켐벨수프에서 의뢰받은 커머셜 작품과 혼자 몇 시간씩 스튜디오에서 두문불출하며 작업한,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의 정물화를 연상시키는 정물 그리고 그의 작품세계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작업 과정을 담은 영상, 다큐멘터리 등도 배치돼 있다.


◇정체성 때문에 핍박받고 편견에 시달리는 사람들 이야기

어윈 올라프
‘어윈 올라프, 작고 1주년 회고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스스로의 정체성이기도 했던 성 소수자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스스로 행복해져라’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던 그는 모자가 여성의 전유물이었던 19세기를 지배하던 마초 문화에 반기를 들며 모자를 쓴 남자들(레이디스 햇츠)로 젠더 문제를 표현하기도 했다.

첫 사진집 발간 제안을 받고 체스판의 격자 칸에서 영감 받아 ‘권력’을 다룬 ‘체스맨’, 인종차별을 표현한, 예(Ye, 카니예 웨스트)도 소장하고 있는 ‘더스크’, 온난화로 사막화돼 가는 기후변화와 10대들의 임신, 인종차별, 종교적 학대, 부의 양극화 등을 담고 있는 ‘팜스프링’, 팬데믹 기간 드러난 제약회사의 한계와 환경문제 등.  

 

sssErwinOlaf001
어윈올라프재단 셜리 덴 할토크(사진=허미선 기자)


그는 “실로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다루지만 변치 않는 근본적인 메시지가 있다”며 정체성 때문에 핍박 받고 편견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짚었다.

 

그는 아웃사이더였어요. 네덜란드 아주 작은 마을의 어린 게이였고 괴롭힘을 많이 당했죠. 대도시로 옮겨서도 그 괴롭힘과 편견은 계속 됐어요. 자신 뿐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괴롭힘을 당하는 이들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 하고 공감했죠. 그래서 저는 그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예술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것은 정체성 때문에 편견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어윈 올라프
‘어윈 올라프, 작고 1주년 회고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어윈 올라프
‘어윈 올라프, 작고 1주년 회고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어윈 올라프
‘어윈 올라프, 작고 1주년 회고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어윈 올라프
‘어윈 올라프, 작고 1주년 회고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어윈 올라프
‘어윈 올라프, 작고 1주년 회고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어윈 올라프
‘어윈 올라프, 작고 1주년 회고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어윈 올라프
‘어윈 올라프, 작고 1주년 회고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