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Health(건강) > 생활건강

[비바 2080] 혈관질환 내 암 같은 병 ‘말초동맥질환’ … 증상 확인과 치료, 예방 이렇게

고영국 세브란스 심장내과 교수가 전하는 '말초동맥질환 치료의 모든 것'

입력 2024-08-26 08:16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세브란스 1
말초동맥질환 치료의 권위자 고영국 교수. 사진=세브란스병원

‘동맥경화증’ 하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같은 심장질환을 흔히 떠올린다. 하지만 혈관 안에 쌓인 콜레스테롤과 염증은 팔과 다리의 동맥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심장판막 시술과 대동맥질환 치료의 명의로 널리 알려진 고영국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말초동맥질환은 환자의 30%가 5년 내 사망할 수 있는 ‘혈관질환의 암 같은 병’이라고 경고했다. 세브란스가 <세브란스 뉴스>에서 고영국 교수와 진행한 인터뷰를 재구성해, 말초동맥으로 인한 질환과 그 치유 법 등에 관해 요약 소개한다.


- ‘말초동맥’이라는 단어가 낯설다. 어디에 있는 어떤 혈관을 말하는 것인가.


“심장과 뇌에 있는 동맥을 제외한 나머지 동맥을 모두 말초동맥이라 볼 수 있다. 좁은 의미로는, 팔과 다리로 가는 혈관들을 말한다. 혈관이 두꺼워지고 딱딱해지는 동맥경화로 인해 이 말초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힌다. 허벅지 대퇴동맥의 굵기는 5-8mm, 무릎 이하의 혈관은 2-4mm 정도다. 이 혈관들이 막혔다는 것은 거의 모든 혈관들이 막혔다는 얘기다. 특히 말초동맥질환 환자의 절반은 관상동맥질환을, 30% 정도는 뇌혈관질환을 동반해 아주 위험한 상태다. 심하면 혈관이 모두 막혀 다리 말단조직이 까맣게 변하고 괴사되어 절단할 수도 있다.” 

 


- 괴사나 절단까지 고려할 정도로 말초동맥질환이 그렇게 위험한 질환인가.


“모두 괴사나 절단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당뇨병 환자나 콩팥이 안 좋은 투석 환자, 고령자, 지나친 흡연이 일상인 분들이 특별히 고 위험군에 속한다. 보통은 혈관이 막히면 약물과 운동을 통해 증상이 심해지지 않게 유지하거나, 막힌 곳을 뚫는 시술 또는 다른 혈관들로 혈류가 돌아가도록 수술을 한다. 괴사나 절단에 이르는 말초동맥질환 환자는 10% 정도다.”


- 최악의 상황에 이르지 않으려면 어떤 치료가 선행되어야 하나.


“시술이나 수술치료가 일반적이다. 수술은 막힌 혈관을 대신할 우회혈관을 찾아 연결하는 것이고, 시술은 막힌 혈관을 뚫어 풍선이나 스텐트로 넓혀주는 것이다. 하지만 심장의 관상동맥과 달리 다리의 말초동맥은 허벅지만 해도 길이가 30㎝가 넘어, 전부 스텐트를 넣을 수는 없다. 다리는 움직임이 많고 근육도 많이 쓰기 때문에 혈관이 많은 영향을 받는다. 때문에 스텐트 시술의 효과가 좋지 않고 재 협착도 잦다는 문제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약물방출이나 약물코팅 스텐트로 결과가 많이 좋아졌다. 약물 코팅풍선으로 치료 시 혈관 내 초음파를 같이하면 치료 성적이 훨씬 좋다는 우리 팀 연구결과가 미국심장학회와 유럽심장학회에서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CteFPkMBZsJDcDCsOedgsNhnzx
말초동맥질환 치료의 권위자인 고영국 교수가 수술을 집도하는 모습. 사진=세브란스병원

 

- 시술이나 수술은 수월한 편인가.

“말초동맥질환은 진단 만큼이나 시술과 수술도 매우 중요하다. 당뇨병이나 투석, 고령자 같은 고위험군 분들은 시술이나 수술의 예후가 더 까다롭다. 시술이나 수술도 간단치 않다. 허벅지동맥은 30㎝ 이상 되는 막힌 혈관을 뚫는데 2시간이 넘게 걸린다. 관상동맥 보다 뚫어야 할 혈관이 훨씬 길어서 시간과 에너지가 더 필요하다. 때문에 다양한 임상경험을 가진 의사를 만나는 것이 유리하다.”


- 말초동맥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 당부할 얘기가 있으면 해 달라.


“말초동맥질환 환자들 중 당뇨병이 있거나 콩팥이 안 좋아 투석하시는 분들은 고위험군이다. 이분들이 발에 상처가 나서 2주 이상 아물지 않는다면 굉장히 위험한 신호다. 발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고, 발에 통증이 있는지, 상처가 있는지, 혈관 상태는 괜찮은지 자주 확인해야 한다. 고령으로 생기는 병이므로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혈당 등도 잘 체크해야 한다. 맨발 걷기는 발의 감각이 많이 무뎌져 있는 당뇨병 환자들에겐 추천하지 않는다.”


- 말초동맥질환은 어떨 때 생기나.


“하지동맥이 심하게 좁아지거나 막히면 다리로의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다양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가장 전형적인 증상은 가만히 있을 땐 다리가 아프지 않다가 일정한 거리를 걸으면 종아리에 조이는 듯한 통증이 나타나고 다시 걸음을 멈추면 증상이 나아지는 ‘간헐적 파행’이다.”


- 말초동맥질환은 결국 말초동맥이 좁아지거나 폐쇄된 상태로 이해하면 되나.


“말초동맥질환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은 동맥경화증이다. 동맥 벽 내에 콜레스테롤이 쌓이거나 다양한 독소에 의해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면서 동맥 벽이 두꺼워지고 딱딱해져 동맥이 점점 좁아지다가 결국 막히게 된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흡연, 고콜레스테롤혈증(고지혈증), 고령, 비만, 운동 부족 등이 동맥경화증의 주요 위험 인자로 꼽힌다.”


- 걸을 때 다리에 통증이 있다면 일단 말초동맥 질환에 의한 통증이라고 보면 되나.


“그렇지는 않다. 디스크나 척추강협착증 같은 척추질환으로 신경이 눌리면서 허리나 다리가 저리거나 아프고 감각 이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고관절이나 무릎관절 이상으로도 다리의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그 밖에 다리가 시리고 저리다는 환자들이 많은데, 실제로 진찰을 해보면 혈관문제가 아닌 경우가 흔하다.”


- 혈관에 의한 통증인지 여부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


“일반적으로 사타구니(대퇴동맥), 무릎 뒤(슬와동맥), 발등(족배동맥), 안쪽 발목 부분(후정강 동맥)에서 동맥의 박동을 만질 수 있다. 여기서 맥박이 느껴진다면 적어도 심한 말초동맥질환의 가능성은 낮다. 그 외에 발목과 팔 혈압을 동시에 측정하는 혈류검사를 통해 발목 대비 팔 혈압의 비율(발목상완지수)을 구해 하지의 혈류를 평가할 수 있다. 이때 만약 하지혈압이 팔보다 낮다면 하지동맥의 폐쇄나 심한 협착을 의심할 수 있다. CT나 MRI, 초음파와 같은 영상검사나, 혈관 안으로 카테터를 삽입해 조영제로 혈관을 직접 촬영하는 혈관 조영술로 확진 할 수도 있다.”

 

sdfdssf
시술 전과 시술 후 사진. 사진=세브란스병원


- 증상에 따라 치료방법이 다를 것 같다.


“그렇다. 증상의 심한 정도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 증상이 심하거나 활동이 불편할 경우, 특히 발에 상처 또는 괴사가 있는 경우에는 시술 또는 수술적 치료로 증상을 빨리 개선시킬 수 있다. 시술은 대부분 국소 마취로 시행된다. 사타구니의 동맥 안으로 관을 넣고, 이 관을 통해 철사를 넣어 좁아지거나 막힌 동맥 병변에 통과시킨 다음에 풍선을 넣어 좁아진 혈관을 확장한다. 스텐트를 삽입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약물코팅풍선이나 약물 방출 스텐트가 도입되면서 시술의 치료 성적이 많이 개선되고 있다.”


- 동맥경화로 혈관의 석회화가 심한 상태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시술이 어려울 수 있고, 치료 후 재발위험도 높다. 수술은 환자의 다리정맥이나 인조혈관을 이용해 막힌 혈관 대신 새로운 길을 만들어주는 방법이다. 시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래 개통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전신마취와 피부 절개를 해야 하므로 시술보다 합병증 발생률이 더 높다. 일상을 회복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 말초동맥질환이 있다면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되나.

“말초동맥질환으로 인한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약물치료 및 운동요법을 해 볼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막힌 혈관을 대신하는 측면혈관들이 생겨나도록 다리 운동을 충분히 많이 해 주는 것이다. 가장 좋은 운동은 종아리가 아플 때까지 걷는 것이다. 그 밖에 자전거타기, 수영, 하지근육운동도 좋다. 이런 유산소 운동을 하루 최소 30분, 일주일에 5회 이상 하는 것을 추천한다. 무엇보다도 말초동맥질환이 있다면 반드시 동맥경화증의 위험 요인들을 줄이고 조절해야 한다.” 

 


- 말초동맥질환 환자들이 위험한 것은 왜 그런가.


“이 환자들은 대부분 동맥경화증으로 인한 심장 및 뇌혈관문제로 사망에 이른다. 특히 말초동맥질환 환자의 5년 사망률은 30%에 육박하므로 매우 심각한 상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심장질환이나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와 노력이 필요하다. 흡연을 중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혈압과 혈당을 보다 철저하게 조절해야 한다. 동맥경화증의 주요 원인인 LDL 콜레스테롤을 적극적으로 낮추기 위해, 음식 조절과 함께 고지혈증 치료 약제 복용이 권고된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