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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코멘트] 독일가곡으로 무장한 바리톤 박주성·김태한 “정확한 언어구사력, 저희만의 해석 그리고 다채로운 음색들로!”

입력 2024-08-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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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한 박주성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 중 8월 7일 공모선정 프로그램을 함께 선보일 바리톤 김태한(왼쪽)과 박주성(사진=허미선 기자)

 

“바리톤 듀엣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뢰베를 떠올렸어요. 뢰베는 발라드 곡이 유명한데 정확한 캐릭터가 있고 내레이터가 있는, 이야기를 선사하는 형식인데 저희 둘 다 오페라 가수다 보니 캐릭터를 나눠 다채로운 목소리로 표현하면 얼마나 재밌을까 싶었죠.”

바리톤 박주성은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8월 6~11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리사이틀홀) 중 8월 7일 공모선정 프로그램에서 바리톤 김태한과 함께 선사할 ‘올루프 씨 Op.2-2’(Herr Oluf), ‘바다를 건너는 오딘 Op.118’(Odins Meeresritt)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바리톤 박주성(김태한x박주성x일리야)-
바리톤 박주성(사진제공=예술의전당)

실제 바리톤 성악가이기도 했던 카를 뢰베(Johann Carl Gottfried Loewe)는 지휘자이자 오르가니스트로 성악 발라드의 개척자로 평가받고 있다.

 

‘올루프 씨’ ‘바다를 건너는 오딘’은 뢰베가 슈라이버(Aloys Wilhelm Schreiber)의 시를 바탕으로 꾸린 가곡으로 헬골란트의 대장장이 올루프, 북유럽 신화 속 마법과 지혜, 시와 전쟁의 신 오딘, 올루프 경의 신부와 어머니, 엘프들과 엘킹(Erlkongins)의 딸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박주성과 김태한은 “저희 음색, 테크닉적인 부분, 연기적 측면 등을 고려해 캐릭터를 나눠 연기한다”고 귀띔했다.

“저희가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거는 설득력 있는 연기예요. 가곡은 부르는 사람의 음색이나 테크닉적인 부분들, 저마다의 해석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같은 텍스트라도 성악가마다 뉘앙스나 표현적인 부분들이 다르기 때문에 전혀 다른 극이 되죠.”

김태한의 설명에 박주성은 “신체적 연기를 하는 건 아니지만 올루프, 엄마, 마왕 등 캐릭터마다 목소리와 음색을 바꿔가며 부른다”며 “다양한 음색으로 여러 인물을 표현하다 보니 혼자 발라드 곡을 부르는 것 보다 훨씬 재밌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공연에서 두 성악가는 ‘올루프 씨’와 ‘바다를 건너는 오딘’과 더불어 각자에게 어울리는 독일 가곡들을 솔로 무대로 선보인다. 이번 공연에서 김태한은 슈베르트 ‘뮤즈의 아들’ ‘목동의 비가’ ‘백조의 노래’ 중 제4곡, 베토벤의 ‘입맞춤 Op.128’ ‘새로운 사랑 새로운 삶 Op.75-2’, ‘괴테의 파우스트 Op. 75-3’, 슈만의 ‘스페인 귀족 Op.30-3’ ‘나의 장미 Op.90-2’ ‘조용히 흐르는 눈물 Op.35-8’ ‘헌정 Op. 25-1’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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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바리톤 김태한(왼쪽)과 박주성(사진=허미선 기자)

 

박주성은 슈베르트 ‘그림자 D.957-13’ ‘난쟁이 D.771’ ‘아틀라스 D.957-8’, 슈트라우스 ‘나의 머리 위를 당신의 까만 머리칼로 덮어주오 Op. 19-2’ ‘위령제 Op. 10-8’ ‘해방된 마음 Op.39-4’, 볼프 ‘기도’ ‘은둔’ ‘북치는 사람’ ‘작별’을 부른다.

이번 공연 프로그램 대부분을 차지하는 독일 가곡의 매력에 대해 김태한은 “오페라는 정해져 있는 스토리를 2시간 안에 담아야 하다 보니 많은 내용들이 스킵된다면 가곡은 괴테, 하이든 등 대문호들의 시를 작곡가들이 저마다 해석해 곡을 붙인 장르”라며 “그에 대해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재밌다”고 털어놓았다. 

 

바리톤 김태한(김태한x박주성x일리야)-
바리톤 김태한(사진제공=예술의전당)

“더불어 작곡가의 해석을 가창하는 가수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또 달라져서 굉장히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가수들마다 같은 내용을 말하지만 그 안의 함축된 것들을 어떻게 해석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곡이 되죠.”

그리곤 말러의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Lieder Eines Fahrenden Gesellen) 중 4번곡을 예로 들었다.

“누군가는 진짜 휴식에 취해 잠드는 걸로, 또 다른 성악가는 죽음으로 빠져드는 걸로 해석하기도 하거든요. 가수들이 2차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게 독일 가곡의 매력이죠. 그래서 언어가 중요하죠.”

김태한의 설명에 빅주성은 “언어만큼 중요한 게 반주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무대에서는 김태한과 공연으로 인연을 맺은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Ilya Rashkovskiy)가 함께 한다.

“오케스트라가 아닌 피아노와의 앙상블이다 보니 템포 등에 대한 변화에서 자유롭고 좀더 세심하게 주고받을 수 있어요. 모든 가곡이 그렇지만 특히 독일 가곡은 언어에 맞춰 쓰여졌기 때문에 그 매력이 어마어마하죠.”

지난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최연소이자 아시아 남성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며 급부상한 김태한과 한국 성악가로는 최초로 빈 국립 오페라극장 영 아티스트로 발탁돼 ‘돈조반니’ 마제토, ‘파우스트’ 바그너를 비롯해 독일 루돌슈타트 극장 ‘돈조반니’의 레포렐로 등으로 데뷔한 박주성은 앞으로도 바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박주성은 빈 국립 오페라극장 전속 솔리스트 활동과 더불어 밀라노 심포니커와의 베토벤 ‘교향곡 제9번’ 솔리스트로 함께 하며 리트 반주의 대가 줄리우스 드레이크와 콘세르트헤바우에서 가곡 듀오 무대를 꾸린다.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사진제공=예술의전당)

 

디트로이트 오페라의 ‘리날도’ 중 아르간테 역할로 미국 무대에 데뷔하고 내년 4월에는 한국에서 ‘메시아’에 참여한다. 김태한은 9월 브라질 독창회 투어와 10월 서울시오페라단의 ‘라보엠’ 출연이 예정돼 있다. “박주성의 오랜 팬”이라고 밝힌 김태한은 “함께 듀엣 곡을 연습하면서 감탄했다. 굉장히 경이롭고 다른 경지임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저희 둘 다 독일 리트를 잘한다고 해도 스타일이 굉장히 다릅니다. 둘의 차이점, 달라지는 표현 등에 집중하신다면 다채로운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해외 무대에서 오페라 가수로 활동 중인 두 사람은 가장 중요한 것으로 “그 변화 주기가 점점 잦아지는 트렌드나 함께 하는 지휘자 및 연출에 발맞추는 유연성 그리고 언어구사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태한 박주성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 중 8월 7일 공모선정 프로그램을 함께 선보일 바리톤 김태한(왼쪽)과 박주성(사진=허미선 기자)
박주성은 “요즘은 워낙 파격적인 연출이 트렌드다 보니 연출자의 영향력이 강력해졌고 연기적인 요소들이 훨씬 강조된다”며 “그런 트렌드 속에서 저희는 변화에 최대한 맞춰가며 현재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오페라 가수다 보니 제일 중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언어 구사력입니다. 특히 동양인 오페라 가수에겐 더욱 그렇죠. 저도, (김)태한이도 독일어 구사력이 뛰어난 축에 속하는 성악가예요. 이번 프로그램을 독일 가곡으로 꾸린 것도 그래서죠. 저희의 언어 구사 능력을 살려 독일어의 아름다움을 잘 구사하면 재밌겠다 싶었거든요.”

김태한 역시 “동양인 가수로서 오페라 무대에 선다는 건 외국인 가수가 ‘심청전’ ‘춘향전’ ‘흥보전’ 등을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동의를 표했다.

“그래서 딕션과 언어의 뉘앙스를 잘 살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예술 감독, 지휘자, 연출가들이 어떤 걸 추구하는지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올드 스쿨 쪽을 좋아하는 지휘자들이면 소리를 좀더 내주기를 원하고 최근 트렌드를 이끄는 분들은 연기 쪽에 집중하기를 바라거든요.”

이에 두 사람은 “소리적인 부분이든 신체적인 요소든 연기적인 부분이든 캐릭터를 다방면으로 잘 소화하고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성악가가 좋은 오페라 가수”라고 정의했다.

“이번 무대를 어렸을 때부터 엄청 좋아해온 동생 태한이랑 같이 한다는 그 자체로 너무 즐거워요. 금전적 이득, 사회적 위치, 하고 싶어서…연주를 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죠. 이번 공연은 너무 함께 하고 싶었던 태한이와 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 같아요.”

박주성의 말에 김태한은 “주성이 형은 지금까지 저만 알고 싶은, 분명 고수지만 안 유명해졌으면 좋겠는 가수였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지금은 ‘바리톤 박주성’ 하면 ‘믿고 듣는 가수’로 모두에게 각인되면 좋겠어요. 이번에 저와 함께 하는 공연도 그런 무대가 되면 좋겠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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