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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할만큼 다 했지” 참으로 김민기다운 마지막 말 “그저 고맙다”

입력 2024-07-2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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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8시 26븐 김민기 학전 대표가 별세했다(사진제공=학전)

 

“할만큼 다 했지. 그저 고맙다.”

김민기의 마지막 말은 참으로 그다웠다. 민주항쟁의 상징곡인 ‘아침이슬’ ‘상록수’ 등의 창작자이자 1991년부터 30여년 간 대학로를 지켜온 학전의 김민기가 7월 21일 오후 8시 26분 별세했다. 향년 73세.

지난해 위암 4기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를 해오던 그는 간으로의 전이, 지난해 12월 폐렴으로 위험한 고비를 넘기면서도 학전의 레퍼토리들을 다시 무대에 올리겠다는 강한 의지로 투병해 왔다.  

 

학전
학전 외관(사진제공=학전)

 

2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학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성민 학전 총무팀장은 “올초부터는 병에 집중하셨다. 빨리 나아야 한다며 가족이 말릴 만큼 모범환자였다”며 “항암치료 후 다음 치료 일정을 잡으신 후 가족들도 예상치 못하게 돌아가셨다”고 밝혔다.

1951년 전북 익산에서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경기중·고등학교를 거쳐 1969년 서울대학교 회화과에 입학했지만 포크 듀오 ‘도비두’로 가수활동을 시작하며 ‘아침이슬’ ‘상록수’ ‘늙은 군인의 노래’ ‘꽃 피우는 아이’ 등을 발표했다.

1984년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결성해 프로젝트 음반을 발매하는가 하면 ‘금관의 예술’ ‘아구’ ‘공장의 불빛’ ‘멈춰선 저 상여는 상주도 없다더니’ 등 공연을 제작·연출했다.  

 

[학전]2011년 20주년단체사진
학전 개관 20주년 기념 단체 사진(사진제공=학전)

 

1991년에는 공연예술의 메카 대학로에 학전소극장 블루를 개관해 김광석, 설경구, 김윤석, 황정민, 장현성, 조승우, 윤도현, 정재일, 나윤선 등을 배출했고 ‘지하철1호선’ ‘고추장떡볶이’ ‘의형제’ 등을 제작·연출했다. 최근까지 통원하며 항암치료를 받았던 김민기는 17일 아르코꿈밭극장으로 재개관한 이전 학전 앞을 지나며 마지막 인사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의 조카이기도 한 학전 김성민 팀장에 따르면 “다른 사람이 10마디를 해야 겨우 한마디로 답하곤 하던” 고인은 “학전 아카이브를 고려하진 않으셨지만 홈페이지를 통해 뭘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라는 질문을 주셨다.”

“마지막까지 하시고자 했던 건 본인 작품의 대본집이었습니다. 글로 뿐 아니라 무대, 음악 등을 한번에 볼 수 있늘 걸 만들고 싶어하셨죠. 그 숙제를 주고 가셨으니 잘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홈페이지에서는 선생님의 작품과 학전 레퍼토리, 개인 활동 등 크게 아우를 수 있는 아카이브를 운영할 예정입니다. 학전 아카이브는 아르코예술기록원이 자료를 가지고 가셔서 작업 중이고 경과를 보면 2, 3년 후에 공개될 듯합니다.” 

 

[학전]2023년 지하철1호선 공연사진
학전의 대표 레퍼토리 ‘지하철 1호선’(사진제공=학전)

 

더불어 고인이 머물던 학전 4층 집무실 운영에 대해서는 “선생님이 학전을 그만두겠다는 시점에서 ‘다 놓고 가겠다’고 하셔서 아르코에 운영을 맡기고자 했다. 하지만 그 장소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고 그 공간만큼은 비워진 상태로 둘 예정”이라고 전했다.

“어떻게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그 공간을 학전 아닌 다른 사람이 운영할 수는 없어요. 저희도 그 공간이 있어야 버틸 수 있어서 비워둘 예정입니다.”

생전 김민기가 거듭 “내가 뿌린 씨앗들은 내가 거둬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지하철 1호선’ ‘고추장 떡볶이’ 등 학전 대표 레퍼토리에 대해서는 “김민기 선생님이 연출하지 않은 학전 작품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전]김민기 대표 (5)
학전 김민기 대표(사진제공=학전)
“김민기가 연출하지 않은 ‘지하철 1호선’은 없습니다. 여지를 주자면 배우, 스태프들, (김민기의 유족인) 작은 어머니나 동생들과 상의해서 학전 40주년, 50주년, 100주년의 그 어느날에는 한번쯤 생각해보기는 하겠죠. 애매모호하지만 현재 상태로는 단호하게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김 팀장은 학전 자리에 재개관한 아르코꿈밭극장에 대한 생전 김민기의 당부를 전하기도 했다. 김 팀장은 “어린이극은 아르코나 아시테지에서 충분히 잘 해주고 계셔서 오히려 걱정을 하지 않으셨다”고 전했다.

“다만 시작은 어린이극으로 하지만 청소년극에 대한 당부도 하셨습니다. 더불어 묻히고 있는 신진 뮤지션들이 놀 수 있는 장을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혼잣말을 하셨어요. 아르코 측에는 전달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저는 말했고 그분들도 이미 충분히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이어 “학전을 폐관하면서 많은 분들이 알게 모르게 응원하시느라 십시일반 도와주신 데 대한 감사의 마음을”하기도 했다. 유가족들과 학전 측은 “화환과 조의금을 정중히 사양한다”고 알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팀장은 “선생님이 직접 그렇게 말씀하신 건 아니다. 하지만 가족들, 친구들 등과의 논의 끝에 선생님이 마음 편히 가시게 결정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미뤄 짐작컨대 설경구, 장현성 아저씨가 와도 ‘밥은 먹었니’ 하셨을 거라…늘 얘기하던 밥, 따뜻하게 한끼 나눠먹는다는 개념으로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배우들, 선생님을 기억하시는 분들과 밥 먹고 차를 마시면서 떠올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이미영씨와 두 아들이 있으며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이다. 발인은 24일 오전 8시이며 장지는 천안공원묘원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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