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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블라인드 러너’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 연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이민자, 여성인권 문제”

[B그라운드]

입력 2024-07-1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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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러너 공연 실황 사진 (5)
‘달리기’를 소재로 여성인권, 이민자, 자유 등의 문제를 다룬 연극 ‘블라인드 러너’ 공연장면(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난민 문제는 난민 자체가 만들어냈다기 보다는 그 나라로 망명할 수밖에 없게 한 모든 국가의 책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세계2차 대전을 예로 들어보죠. 당시 9만여명의 유대인 이민자들을 제일 많이 수용했던 멕시코나 남미, 중동, 이란 등은 전쟁 발발과는 무관한 나라들이었죠. 난민을 만든 나라가 우리나라일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닫고 모두가 책임을 통감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달리기’(Run)를 소재로 여성인권, 이민자, 자유 등의 문제를 다룬 ‘블라인드 러너’(Blind Runner, 7월 2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 대해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Amir Reza Koohestani) 작·연출은 이렇게 밝혔다.  

 

블라인드 러너 공연 실황 사진 (3)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오가는 연극 ‘블라인드 러너’(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여성인권 운동의 시발점이 된 2022년 9월 마흐사 아미니(Mahsa Amini) 사망사건을 다룬 닐루파 하메디(Niloofar Hamedi) 기자와 그 남편의 실화 그리고 유럽으로 망명을 시도하는 이민자 행렬을 모티프로 한다.

“극 초반 말장난처럼 제시되듯 픽션(Fiction)과 팩션(Faction)의 경계를 오가는 작품입니다. 대본 초고는 다섯 페이지 뿐이었지만 연습과 배우들과의 대화를 통해 천일야화를 만들어내 듯 이야기를 계속 덧붙여 구성해 완성했죠.” 

 

연출가 쿠헤스타니 질의응답 사진
연극 ‘블라인드 러너’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 작·연출(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지난해 벨기에 쿤스텐 페스티벌(Kunsten Festival des Arts) 초연 후 독일 베블린 페스티벌, 네덜란드 누더존 공연예술 축제 그리고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주제(Foreigners Everywhere)에 맞춘 특별 기획공연 ‘Biennale Teatre 2024’로 선보여 주목받은 작품으로 세종문화회관의 컨템퍼러리 시즌 ‘싱크 넥스트 24’(Sync Next 24) 해외 초청작으로 한국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정치적 신념의 표출로 5년형을 선고받고 감시카메라가 수시로 작동하는 감옥에 수감된 아내(아이나즈 아자르우슈 Ainaz Azarhoush)와 그런 아내에 대한 걱정, 분리돼 있어야 하는 상황, 그 상황을 만든 아내에 대한 원망 등을 쏟아내는 보수적인 남편(모하마드 레자 후세인자데 Mohammad Reza Hosseinzadeh)의 이야기다.

전혀 다른 성향의 두 사람이 면회실에서 나누는 이야기들은 부패한 정치권과 독재정권, 바닥을 치는 경제 등 목숨걸고 망명과 이민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란인들의 현실을 담고 있다. 보수적이기만 하던 남편은 아내의 부탁으로 눈먼 이민자 마라토너 파리사(아이나즈 아자르우슈)의 가이드러너가 되면서 변화를 맞는다.

미디어 프로젝션을 통한 리얼리티와 버추얼리티의 공존, 라이브 카메라로 실현되는 미디어타이즈 등 연극이어서 가능한 연출들과 더불어 아내와 파리사를 한 배우가 연기하는 점은 작품의 메시지를 강조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눈을 뜨면 아내, 눈을 감으면 맹인 러너 파리사가 되는 1인 2역 설정은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 연출이 가장 중요하다고 꼽는 장면이다.

“마흐사 아미니 사망으로 불거진 ‘히잡 시위’는 처음에 한두명으로 시작했어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합류하면서 여러 명이 하나의 뜻을 품게 됐죠. 많은 이들이 같은 명분 하에 운동을 펼쳐가는 걸 보면서 한 배우가 두 역할을 연기함으로서 한 목소리를 내는 게 어떨까 싶었습니다.”

블라인드 러너 공연 실황 사진 (1)
연극 ‘블라인드 러너’ 공연장면(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이어 “남편은 아내의 정치적 신념 때문에 자신들의 관계가 위험에 빠져야 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계속 질문을 던져 왔다. 하지만 파리사를 만나면서 결국 여성의 자유가 보장돼야 남성조차도 자유가 보장이 된다는 사상으로 진화된다”고 부연했다.

 

더불어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 연출이 꼽은 장면은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해저터널(Channel Tunnel)에서 영감 받은 터널 신이다. 그는 “어둠을 통과해 빛을 향해 나아가는 터널이 이 극과 잘 어울리는 특이한 비주얼적 요소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마지막에 경적소리가 크게 울리면서 해피엔딩인지 아닌지 모호하게 끝나는데요. 터널이라는 공간은 빛을 향해 나아가는 희망이기도 하지만 다가오는 첫차를 피해 5시간 38분만에 영국에 도착해야 하는 불공정한 경쟁이자 절망적인 길이라는 이중적인 개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한테는 위험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는 ‘자살항쟁’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 공간에서 해피엔딩을 찾기란 쉽지 않잖아요. 일종의 모호함을 만들어내는 연출이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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