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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코멘트] ‘노트르담 드 파리’ 에스메랄다처럼! 2024 어반브레이크 집시 작가 “나를 안아줄 사람은 결국 나!!”

입력 2024-07-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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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브레이크 집시 작가
2024 어반브레이크에서 회화작품을 선보이는 집시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15년 간 일러스트레이터로 일을 하다가 이제야 제 꿈을 지원해 줄 있는 여유가 생겼어요. 그렇게 남다른 각오로 시작한 수작업이 너무 재미있어요. 온전히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제약 없이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짜릿하더라고요. 제 안의 것들을 물 긷듯 계속 끌어내다 보니 그간 제가 들어다 보지 못했던 부분들까지 들여다보게 됐죠.”

축제로의 전환을 꾀한 ‘2024 어반브레이크’(Urban Break 7월 14일까지 코엑스)에서 처음 수작업 작품을 선보인 집시(Zipcy, 양세은) 작가는 “창작활동의 또 다른 묘미를 깨닫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몰랐다기 보다는 알고 있었지만 사회적 자아 속에 묻어두었던 저를 새삼 깨닫게 됐달까요. 예를 들어서 ‘나는 굴복하지 않는다’는 외부에서 오는 압박이나 유혹, 자극 등이 아무리 저를 툭툭 건드려도 나만의 색을 잃거나 굴하지 않을 거라는 마음을 담았죠. 더불어 ‘도파민 중독’이라는 표현처럼 묘하게 그런 자극을 제가 즐기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집시 작가 작품들
2024 어반브레이크에서 선보인 집시 작가의 회화작품들(사진=허미선 기자)

 

그는 한소희 주연의 넷플릭스 시리즈 ‘마이 네임’, 정유미 주연 ‘보건교사 안은영’, DC의 ‘버즈 오브 프레이’(Birds of Prey),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모션 포스터, 디즈니 ‘뮬란’ 등의 커머셜 이미지 작업으로 이름을 알린 일러스트레어터다.  

 

주로 커머셜 작업에 집중하던 집시 작가는 이번 어반브레이크에서 첫 회화 작품으로 4월 베이징 페닌슐라호텔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우아한 욕망’(Elegance Zest)과 ‘나를 안아줘’(Embrace Myself) 그리고 신작 ‘파도’(Waves), ‘제가 어떻게 당신을 잊겠어요’(How could I forget you), ‘저는 굴복하지 않겠습니다’(I don’t surrender) 등을 포함한 한지 수작업 작품과 크로키를 선보인다. 

 

은분이 발린 한지를 캔버스 삼아 무표정한 인물, 그 내면과 감정을 표현하는 디테일한 색감, 패턴 등이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 공감과 위안을 전한다. 

 

어반브레이크 집시 작가
2024 어반브레이크에서 회화작품을 선보이는 집시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인물의 표정에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았어요. 관객들이 다양한 자신의 상황을 대입해 해석해주기 바랐거든요. 그렇게 신비감을 더하고 거리감을 유지하는 대신 뾰족한 것과 둥근 것, 부드러운 것과 차가운 것, 한난색(차갑고 따뜻한 색) 등 대비되는 속성의 패턴이나 색들, 오브제들로 인물이 절제하고 누르고 있는 감정들을 표현하고 생동감과 역동성을 살렸죠.”


파도치는 바다 속에서 여러 사람들이 엉켜있는 듯 혹은 서로를 붙잡아 주고 있는 듯한 ‘파도’에 대해 피비 작가는 “보는 사람에 따라 여러 사람이기도 하고 다양한 나이기도 한 사람들의 연대”라고 설명했다.

“밀물과 썰물이 만나 부서지는 포말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북유럽에 염도와 온도가 달라서 붙어 있지만 섞이지 않는 해안이 있어요. 일직선으로 맞닿아 있는, 그렇지만 전혀 섞이지 않아 서로 색이 다른 그레맨이라는 해안인데 그 별명이 ‘세상의 끝’이죠.”

이어 “그 해안에서 영감을 받아 색이 다른 두개의 파도를 붙였다. 우리는 늘 다른 색, 종교, 이념, 성별 등 다양한 다른 사람이 공존하고 있다”며 “그런데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무조건 혐오하거나 배척하면서 대혐오의 시대를 살고도 있다”고 부연했다.

“그런 시대에 서로 다르더라도 손을 좀 내밀어 보자, 우리에게 필요한 연대의 힘을 녹인 작품이죠. (두 사람이 보듬고 있는) ‘어떻게 당신을 잊겠어요’는 사람마다 기다리거나 그리운 순간들, 과거의 나 혹은 어떤 순간, 사건이나 기억 속에서 놓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응시를 담았어요.”

그리고 “원래는 오브제로 은유했다가 두 사람으로 바꿨다. 정면을 보고 있는 사람이 현재고 뒤를 보고 있는 사람이 과거의 환상 같은 어떤 것”이라며 “하늘에 떠 있는 달인지 해인지 모를 색의 원은 시간, 심상 등을 좀 흐릿하게 표현해 신비감을 더 주고자 했다”고 털어놓았다.

어반 브레이크 집시 작가
집시 작가는 2024 어반브레이크에서 회화작품과 더불어 크로키도 선보인다(사진=허미선 기자)

 

“제 활동명 ‘집시’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노트르담 드 파리’의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에서 따온 거예요. 가진 게 없는데도 자존감과 자긍심이 높은, 그러면서도 자유로운 사람이죠. 저도 그런 여성으로 살고 싶어요. 풍족하고 귀한 공주도 아니고 가진 것도 별로 없지만 저 스스로에게 떳떳하게.”

‘집시’라는 활동명과 새로 시작한 회화작업을 통해 그는 “나를 안아줄 사람은 결국 나”임을 그리고 “과거의 저는 먹고사는 데 전전긍긍하면서 꿈을 미뤄두고 살았지만 과거에 그렇게 열심히 산 제가 있어서 지금의 저도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 과거를 부정하지 않고 안아주면서 이제는 앞도, 위도, 옆도 보려고 해요. 경력이나 장르의 전환이 아니라 확장이랄까요. 다시 갓난아기가 된 기분이에요. 게임으로 치자면 레벨 0으로 돌아가 캐릭터를 키우는 마음이죠. 제가 하고 싶은 얘기가 무언지를 찾아가는 여정의 출발선에 섰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도 눈치 보지 않고 좀 더 진솔한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이제 시작이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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