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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존원의 ‘레인보우’, 덜크 ‘호랑이의 귀환’ 그리고 빌스…세계적인 어반 아티스트가 신안으로 간 까닭은

입력 2024-07-06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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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원 덜크
전라남도 신안군에 그래피티 마을 조성에 참여하는 세계적인 어반 아티스트 존원(왼쪽)과 덜크(사진=허미선 기자)

 

“여기에서의 작업은 매우 의미있는 경험이고 특별한 기회입니다. 두 건물 사이에 빈 공간이 있어서 첫 벽면과 뒤쪽 벽면에 이어지는, 주변 공간까지 활용해 거대한 하나의 작품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래피티 마을’(Graffiti Town)에 참여하기 위해 전라남도 신안군의 압해도를 찾은 세계적인 그래피티 아티스트 존원(Jonone)은 6일부터 시작한 자신의 작품에 대해 “두 벽화가 하나의 작품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환경을 조성하는 작업”이라고 정의했다.

“신안군의 첫 인상은 자연의 아름다움이었습니다. 1000개 이상의 섬이 모여 있는 점이 인상 깊었고 여기서 살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죠. 서로 많이 떨어져 있는 섬들에 살고 있는 군민들이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사회를 형성하고 있는지 너무 궁금합니다.”

신안군과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어반아트페스티벌 ‘어반 브레이크’(Urban Break, 7월 11~14일 코엑스 B홀)가 함께 하는 세계 최초의 그래피티 아일랜드 조성은 문화예술을 통한 인구소멸 대응 및 지역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1섬 1 뮤지엄’ 아트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전남 신안
전라남도 신안군 그래피티 마을 조성 프로젝트의 첫 작업인 덜크 작품(사진=허미선 기자)

 

존원과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엠버서더인 스페인의 덜크(Dulk)에 이어 9월에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벽화로 유명한 포르투갈의 빌스(Vhils)가 그래피티 작업을 위해 신안군을 찾는다.

‘그래피티 마을’ 조성 프로젝트에 대해 존원은 “왜 신안군인지 궁금할 것”이라며 “그래피티는 원래 도시적인 요소들과 연관이 많다. 하지만 여기는 사람들이 와서 자연을 느끼며 쉴 수 있는, 스트리트 아트가 있기에 적합한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도시에서는 스트리트 아트를 빨리 지나쳐 가버리곤 해요. 제대로 이해하거나 경험을 못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이런 공간에서는 사람들이 더 깊이 작품을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남 신안 존원
세계적인 그래피티 아티스트 존원(사진=허미선 기자)

 

이어 이 프로젝트의 차별점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모여든다는 것”이라며 “아티스트 한명의 인생은 매우 복잡하다. 아티스트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살아가고 표현할 수 있는 것, 그러면서 살아남는다는 것 자체가 가치를 가진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한곳에서 모여 자신들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차별점입니다. 여기 오는 아티스트들은 정말 열정적인 사람들이에요. 그 열정을 신안군과 함께 나누는 거죠. 전쟁과 갈등이 불거진 지금의 세상에서는 예술이 제일 중요해요. 예술을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파하는 게 정말 중요하거든요. 예술은 사람들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어요. 제 인생 역시 스트리트 아트를 접하면서 많이 바뀌었거든요.” 

 

그는 “미국은 많은 돈을 벌어야만 공부를 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는 사회”라며 “그런 사회에서 저는 가난했고 교육도 제대로 받질 못했다. 그런 제 인생을 레인보우처럼 만들고 싶었다(I wanted to make my life into rainbow)”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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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신안군 그래피티 마을 조성 프로젝트에 함께 한 존원의 작품(사진제공=어반브레이크)


“이번 벽화의 이미지는 매우 추상적일 거예요. 에너지와 생기, 삶, 색감 등으로 ‘나는 누구인가’(Who Am I?)를 표현할 겁니다. 뉴욕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죠. 저는 매우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고 가난했습니다. 미래도 없었죠. 그래서 저 스스로에게 ‘노랑, 오렌지, 빨강, 파랑 등 색이 충만한 삶을 살고 싶다’고 얘기하곤 했어요.”

 

그렇게 쉽지 않은 환경에서도 다채로운 삶을 꿈꿨던 그는 프랑스 최고 권위의 명예훈장 ‘레지옹 도뇌르’를 수상한, 세계적인 어반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했다.

“그건 마술이죠. 기적이기도 해요. 그런 마술을 이 벽화에 표현할 겁니다. 무지개와 같은 표현, 그게 제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죠. 다채로운 색깔들이 있는 무지개처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기적과도 같은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덜크
내셔널지오그래픽 엠버서더인 세계적인 아티스트 덜크(사진=허미선 기자)

 

존원에 앞서 6월 28일부터 신안군에 머물며 벽화를 작업한 덜크는 “제 작품들은 항상 자연적인 것들과 연관돼 있다”며 “그래서 자연환경이 매우 잘 보존된 신안군이 매우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말을 보탰다.

 

“저 역시 그래피티와 스트리트 아트를 이런 장소에서 보여주는 것이 매우 좋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에서는 이미 많이 볼 수 있고 여러 형태의 아트가 있지만 이런 곳에서는 거의 발달되어 있지 않죠.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이런 곳에서 그래피티를 소비할 수 있도록 작업을 하는 것도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신안군을 대표하는 동물들과 한국을 대표하면서도 제가 좋아하는 동물 중 하나인 호랑이를 주제로 상상력을 추가한 작업”을 완성했다. 덜크와 아드리·마리아, 세 아티스트가 5일만에 완성한 이 벽화에는 호랑이를 비롯해 짱뚱어, 저어새, 쇠제비갈매기 등 신안군을 대표하는 어종 및 동물들 그리고 덜크 특유의 동물 수호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  

 

아드리 덜크 마리아
전남 신안군 그래피티 마을 첫 작품을 완성한 세 아티스트. 왼쪽부터 아드리, 덜크, 마리아(사진=허미선 기자)

 

“이 작품의 주제는 ‘호랑이의 귀환’(The Resurrectiong of the Tiger)입니다. 늘 캔버스에만 호랑이를 그렸었는데 이번에 벽화를 그릴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즐거워요. 이 벽화는 이곳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작품이 될 거예요. 벽화 속 캐릭터들을 알고 있는 그들이 실제 생활에서와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두 아티스트는 11일 개막하는 어반브레이크에서도 한국 관람객들을 만난다. 존원은 홍이삭과의 콜라보레이션에 대해 “이제 작업을 시작해 점차 발전 중”이라며 “더불어 다양한 K팝 그룹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개인적으로 뉴진스(민지, 하니, 다니엘, 혜린, 혜인), 에스파(카리나, 윈터, 지젤, 닝닝) 등을 좋아합니다. K팝의 인기가 높지만 그들 역시 스트리트 아트에서 영감받은 것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어반브레이크를 통해 한국 뮤지션과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선보일 수 있어서 기대가 돼요.” 

 

덜크 존 원
전라남도 신안군에 그래피티 마을 조성에 참여하는 세계적인 어반 아티스트 덜크(왼쪽)와 존원(사진=허미선 기자)

 

이어 “한국 문화에는 한국만의 특색이 있다. 향후 이 프로젝트가 어떻게 발전할지 역시 기대가 된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능력과 매력의 한국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털어놓기도 했다.

“전 세계 아티스트들이 한국 음악, 영화, 드라마 등에서 영감을 받고 있는 것처럼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모여드는 신안군의 그래피티 타운 프로젝트도 한국 작가들에게 큰 영감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섬 전체가 열려 있는 박물관이 될 수 있거든요. 굳이 박물관에 가지 않더라도 거리에서 예술작품을 볼 수 있는 개방된 박물관 형태의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하기를 바랍니다.”

덜크는 “올해 3명(존원, 덜크, 빌스)의 작가들이 이 지역에 와서 작품 활동을 하는 자체로도 매우 큰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고 동의를 표했다.

“작품을 보면서 사람들이 상상하고 자기만의 해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저희 작품들을 감상하고 영감을 받으면 좋겠습니다.”

전남 신안=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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