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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대형 원전 100분의 1 축소판 ‘SMR’, 게임체인저 혹은 신기루?

[테크리포트] 차세대 원전 ‘소형모듈원자로’…급증하는 전력 수요 대안으로 부상

입력 2024-06-24 07:00 | 신문게재 2024-06-2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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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파워가 10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착공식을 열고 4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실증단지 공사에 돌입했다. 착공식에는 테라파워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운데)와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CEO(왼쪽 5번째), 마크 고든 와이오밍 주지사(왼쪽 3번째) 등이 참석했다.(사진제공=SK)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설립한 에너지기업 ‘테라파워’가 최근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에 착수했다. 친환경·고효율 에너지 기술로 알려진 SMR 사업이 첫 삽을 뜨자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 SMR이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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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R 개념도(사진=한국수력원자력 홈페이지)

 

SMR은 기존 대원전에 비해 크기를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인 차세대 원전이다. 증기 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한 소형 원자로로 전기 출력이 300MWe(메가와트) 이하인 원자로를 말한다.

SMR은 소형이라는 특성을 이용해 다양한 지역에서 발전 목적에 따라 활용 가능하다. 또 모듈 형태로 제작, 이송하고 건설할 수 있어 건설공기 단축과 건설비용 절감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대용량의 전기 공급이 중요한 인공지능(AI)용 데이터센터에 최적화된 전력원으로 꼽히며, ‘차세대 원자로’로 주목받는 이유기도 하다. 미국 대형은행 웰스파고는 최근 투자보고서에서 AI 데이터센터 수요로 2030년까지 미국에서만 약 323TWh(테라와트시)의 전력 수요가 추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폭발 사고 시 파장이 우려되는 대형 원전과 달리 SMR은 크기가 작아 안전하다고 평가받는다. 원자력계에서는 SMR이 기존 원전보다 1000배 이상 안전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국·영국·캐나다·중국 등 전 세계에서는 이미 80여 종의 SMR 개발에 나서고 있다. 향후 SMR 시장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아이디테크엑스는 SMR 시장이 2033년 724억달러(약 98조원) 규모로 성장한 뒤 2043년에는 2950억달러(약 401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 SMR 선두 미국 ‘테라파워’… 2030년 상업운전 목표

SMR은 원자로와 냉각재의 종류에 따라 구분된다. 기존 대형 원전처럼 물을 냉각재로 쓰는 ‘가압경수형 SMR’은 통상 3.5세대 원자로로 불린다. 반면 헬륨·액체소듐·용융염 등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비경수형 SMR’은 4세대다. 테라파워가 최근 미국에서 건설에 착수한 SMR도 4세대다. 테라파워를 설립한 빌 게이츠는 현재까지 이 회사에 10억달러(약 1조3900억원) 이상을 투자했고, 앞으로 수십억달러를 더 투자할 계획이라고 최근 미 CBS 방송에 출연해 밝혔다. 지난 2022년에는 SK(주)와 SK이노베이션이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3000억원)의 지분 투자를 단행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테라파워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케머러에서 SMR 실증단지 착공식을 열었다. 오는 2030년까지 SMR 실증단지를 완공하고 상업운전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이 발전소는 약 25만 가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인 345MW의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테라파워가 건설하는 SMR은 냉각재로 액체 상태의 나트륨을 사용한다. 액체 나트륨은 끓는 점이 880도로 물(100도)보다 높아 고온에서도 저압 상태로 발전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또 냉각재로 물을 사용할 때보다 핵폐기물이 적고 안전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테라파워는 미국 에너지부의 차세대 원자로 실증 프로그램(ARDP) 일환으로 약 20억달러(2조7000억원)를 지원받으며 상업화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실증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SK는 테라파워와 함께 아시아 사업 진출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한수원, 국산 모델 i-SMR 개발·해외 기업과 협력 모색

SK를 비롯해 국내 업체들도 SMR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시장 선점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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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이 지난 5월 미국 애틀란타에서 캐나다 ARC, NB파워와 SMR 관련 3자 협약을 체결했다.(왼쪽부터)황주호 한수원 사장, 빌 래브 캐나다 ARC 대표이사, 로리 클락 캐나다 NB파워 CEO(최고경영자).(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그중 40여 년에 이르는 국내 원전 운영 역량을 보유한 한국수력원자력은 해외 SMR 관련 기업들과 접점을 넓히고 있다. 지난 5월 한수원은 SMR 개발사인 캐나다 ARC, 캐나다 전력 공기업인 NB파워와 3자 간 상호협약을 맺고 SMR 추가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한수원은 이미 지난해 이들 기업과 협약을 맺고 ARC가 건설을 추진 중인 SMR 관련 협력 방안을 모색해 왔다.

이번 협약으로 3개사는 실무그룹을 구성하고 향후 건설될 ARC의 SMR 4기에 대한 시운전, 운영, 정비 및 프로젝트 관리 등에 힘을 모으게 된다.

ARC는 차세대 SMR 상용화 기술 중 하나인 소듐냉각고속로(SFR) 노형의 대표 개발사다. ARC-100을 SMR 노형으로 선정, 기본설계를 완료하고 2030년 이내 상업운전을 목표로 미국과 캐나다에서 설계 인허가를 진행 중이다. 기존 원전 부지인 캐나다 뉴브런즈윅주의 포인트 레프루 부지에 캐나다 최초의 SMR 건설을 위한 인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도 국내외 원자력 관련 행사에서 SMR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SMR & 어드밴스드 리액터 2024’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황 사장은 “전 세계가 탄소중립 해법으로 SMR에 주목하고 있다”며 “한수원은 SMR을 필두로 스마트 넷제로 시티(SSNC) 같은 새로운 모델을 통해 글로벌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한수원은 외국 개발 모델이 아닌 국산 모델 혁신형 SMR(i-SMR)을 개발 중이다. 한수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본 설계를 마친 i-SMR은 정부 주도 아래 2025년까지 표준 설계를 완성하고, 2028년까지 표준 설계에 대한 인허가를 획득할 예정이다. 상업화 목표 시점은 2030년으로 잡고 있다.


◇ 국내에도 SMR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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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울 1·2호기 전경(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우리 정부도 최근 발표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에 SMR을 건설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전기본은 정부가 전력수급 전망을 기반으로 발전설비 구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2년마다 수립하는 행정계획이다. 정부는 오는 2030년 AI의 영향으로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작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대형 원전과 SMR을 중심으로 부족한 발전설비를 충당할 것이라고 11차 전기본을 통해 밝혔다. 4개의 모듈을 합한 0.7GW(기가와트)급 SMR 1기를 신설해 2034년 이후 가동을 시작한다는 구상이다.

국내 1호 SMR은 대구 군위에 건설을 추진한다. 대구시와 한수원은 지난 17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대구경북 신공항 인근 첨단산업단지 내 16만㎡ 부지에 170MW 규모의 SMR 4기(총 608MW)를 건설하기로 했다. 민간 건설사와 함께 2026년까지 사전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고 2028년 정부로부터 표준설계 인가를 받아 착공해 2033년 상업 발전을 시작할 계획이다. 대구시는 SMR 건설을 계기로 신공항 첨단산단에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전력 다소비 산업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또한 정부는 경북 경주에 3000억원 규모의 SMR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한다고 최근 밝혔다. 경주를 포함한 경북을 SMR 미래 경쟁력 확보의 주요 거점으로 발전시킨다는 포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일 경북 경산시 영남대에서 ‘동북아 첨단 제조혁신허브, 경북’을 주제로 26번째 민생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세계 각국에서 경쟁적으로 개발 중인 SMR 제작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경주에 3000억 규모 SMR 국가 산단 조성을 지원할 것”이라며 “SMR 산업을 이끌 혁신 기자재 기업 지원을 위해 내년까지 산업부가 800억원 규모의 원전산업 성장 펀드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 차세대 원전이라지만… 경제성·안전성·주민 수용성 등 과제 산적

하지만 SMR을 두고 긍정적인 사례만 부각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말, 세계 1호 SMR로 기대를 모았던 미국 뉴스케일파워의 아이다호 프로젝트 무산 소식이 대표적 사례다. 뉴스케일파워는 미국 유타주에서 SMR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건설비용 급증과 전력 수요자 부족 등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SMR의 경제성이나 안전성,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을 표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최근 대구시와 한수원의 SMR 사업화 협약 소식이 나온 뒤 보도자료를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임 의원은 “SMR이 300MW 소형원전이라 대형원전 대비 1000배 정도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그 주장의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면서 “(이번 협약) 전체 원전은 680MW로 이는 월성원전 규모로 커져 주민 대피가 필요한 방사선비상계획 구역(대형 원전 30km)을 축소하기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주민 수용성도 큰 과제다. 대구시가 군위지역에 SMR 건설을 추진한다고 발표하자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반발에 나선 것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등 지역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는 지난 19일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려는 SMR은 안정성뿐 아니라 경제성도 검증되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특히 “냉각수로 사용된 방사능 오염수가 낙동강으로 방류되면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이 오염되는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도수화 기자 do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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