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더불어 문화

[B그라운드] 글로벌 경제와 기후의 예술적 고찰! 수퍼플렉스 개인전 ‘피시&칩스’

입력 2024-06-07 18:30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superflex
수퍼플렉스(사진=허미선 기자)

 

이주민과 난민 그리고 이방인 문제, 도시 공공공간, 보이는 현상 이면에서 세계를 작동시키는 시스템, 인류적 위기를 맞은 환경과 기후 문제, 카드에 탑재된 마이크로 칩에 의해 가능한 소비 등.


우리가 경험하고 있지만 인식하지 못하거나 언젠가는 다가올 근미래의 모습들 등을 품은 이들은 전혀 달라보이지만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문제들이기도 하다.

수퍼플렉스(Superflex) 개인전 ‘피시 앤 칩스’(Fish&Chips, 7월 28일까지 국제갤러리 K 1, 3)에서는 이 문제들에 대한 작가들의 비판 의식과 이를 모티프로 한 상상력에 집중한 세계의 풍경을 유머러스하고 은유적으로 담아낸 작품들 20여점을 만날 수 있다.  

 

superflex005
수퍼플렉스 개인전 ‘피시&칩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수퍼플렉스는 야콥 펭거(Jakob Fenger), 브외른스테르네 크리스티안센(Bjornstjerne Christiansen), 라스무스 닐슨(Rasmus Rosengren Nielsen)이 1993년 설립한 컬렉티브 그룹으로 자본의 불균형, 이주, 저작권 소유 등의 문제를 끄집어내는 데 집중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Hold Your Tongue’ ‘Make a Killing’ ‘Save Your Skin’ 등 텍스트를 모티프로 한 LED 작품에 대해 수퍼플렉스는 “전시제목인 ‘피시&칩스’ 중 경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며 “자본시장에서 사람들이 무언가를 획득하거나 보관할 때 쓰는 문장들로 이들이 시구처럼 서로 주고받으며 반응하기를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분홍색 조명의 LED작품들과 달리 흰색 조명이 주조를 이루는 공간에 전시된 ‘칩스’와 ‘인베스트먼트 뱅크’(Investment Bank) 역시 “경제 시스템에 관련된 작업들”이다. 

 

superflex007
수퍼플렉스 개인전 ‘피시&칩스’ 칩스 연작 (사진=허미선 기자)

 

‘칩스’ 연작은 멀리서 보면 흰색 캔버스일 뿐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신용카드의 결제를 담당하는 마그네틱 띠 부분이 마치 모더니즘 회화처럼 보이는, 항상 우리 뒤에 버티고 있는 건축적인” 어떤 구조를 발견하게 되는 회화작품이다. 이 연작들의 어두운 부분들은 실제로 칩을 만드는 데 쓰이는 규소를 활용해 다시 한번 의미를 덧칠한다.

“경제 시스템을 작품을 통해 드러내는 것은 저희가 오랜 동안 해온 작업이기도 합니다. 저희가 작품에서 다루는 경제라는 건 물건을 사는 등 우리가 일상에서 관여하는 행위까지를 아우르죠. 오래 전에 ‘프리쇼’라는 실험작업을 한 적이 있는데요. 편의점에서 어떤 물건이든 계산대에는 0이라는 숫자가 찍히는, 돈이라는 요소를 제거한 작업이었죠. 그 반응은 다양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마땅히 있어야할 경제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을 때 누군가는 권력의 상실을 생각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얻으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거든요.” 

 

superflex006
수퍼플렉스 개인전 ‘피시&칩스’ 중 ‘인베스트먼트 뱅크’(사진=허미선 기자)
제주에서 채취한 식물과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시티그룹 건축물을 본 딴 도자기 화병으로 꾸린 ‘인베스트먼트 뱅크’ 역시 경제 시스템에 대한 은유다. 수퍼플렉스는 “이 식물은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식물로 적정량 이상을 섭취할 경우 몽롱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고 전했다.

“이 식물은 어찌 보면 타자 혹은 자연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언젠가 누군가 ‘세상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보다 자본주의에서 종말을 상상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게 숨겨져 있거나 너무나도 명징하게 드러나는 시스템을 제거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죠.”

사람들이 전시장을 찾는 순간들은 물론 밤에도 성장하고 꽃이 피고 지는가 하면 이파리나 꽃잎이 떨어지는 식물의 퍼포먼스는 계속될 것이라는 귀띔이다.

K3는 전시 제목 중 ‘피시’에 해당하는, 물고기들을 클라이언트로 삼은 설치작과 회화가 어우러진다. 그들은 “남태평양 과학탐사에 초대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10년쯤 전부터 바다에 가는 작업을 많이 하고 있다”며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과연 무엇을 바라는지를 이해하고자 하는 탐사였다. 함께 작업했던 과학자들 중에는 동물 의식의 척도를 측정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의식의 속도를 측정하는 거울 테스트 작업에서 물고기 역시 사람들의 기준에서도 매운 높은 수준의 의지라고 할 만한 것들을 가지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금붕어는 3초밖에 기억하지 못한다고들 이야기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죠. 이 실험을 여러 번 반복했고 실제 과학논문에도 해당 내용이 기재돼 물고기라는 종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바뀌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superflex010
수퍼플렉스 개인전 ‘피시&칩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이 설치물들을 이루는 돌은 해양생물들에게는 살아갈 터전이 되는 것으로 다양한 실험과 그에 대한 물고기들의 반응을 기반으로 도출한 형태다. 설치물 뿐 아니라 벽과 천장에 전시된 회화작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그들이 선호하는 돌의 종류부터 생김새, 색 등을 구현한 작품들로 수퍼플렉스는 “인간이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일종의 프리즘이 되기를 바랐다”고 전했다. 수심 30미터 아래로 조명을 떨어뜨린 후 수면 속으로 내려갔을 때 보게 된 생명체들을 구현한 풍경 역시 K3에서 만날 수 있다.

 

“거대한 생명체들은 인간의 친구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인간과 실제로 비슷한 행태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화면에서 보시는 생명체 같은 경우도 사실은 하나의 객체가 아니라 여러 개가 하나로 합쳐져서 같이 다니기로 결정한 객체였죠.” 

 

superflex004
수퍼플렉스(사진=허미선 기자)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인터랙티브 요소를 추가했다. 수퍼플렉스는 “우리가 한 세계를 볼 수 있는 일종의 인터페이스 혹은 포털”이라며 “관람객이 작품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소리가 점점 커지고 가만히 있으면 영상 속 존재가 우리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그 존재의 시각으로 이 조각이나 회화 혹은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되는 거죠. 인간으로서 다른 존재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가만히 서서 관찰하는 겁니다. 그들은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을 관찰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거든요. 그런 경험들을 하시기를 바랐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superflex005_2
수퍼플렉스 개인전 ‘피시&칩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superflex008
수퍼플렉스 개인전 ‘피시&칩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superflex008

수퍼플렉스 개인전 ‘피시&칩스’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