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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언젠가는 출발점에 설 이들을 위한 자립방정식 ‘나는 전주비빔 파스타를 만드는 작가입니다’

[책갈피] 나는 전주비빔 파스타를 만드는 작가입니다

입력 2024-06-03 18:00 | 신문게재 2024-06-0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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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우
두 번째 책 ‘나는 전주비빔 파스타를 만드는 작가입니다’를 출간한 밀라노기사식당 박정우 대표이자 작가(사진=브릿지경제DB, 허미선 기자)

 

“혼자서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서 ‘일단 살고 보자’ 얘기하고 싶었어요. 저는 홀로서기 위해 세게 넘어져도 보고 절망도 해보고 실패도 해봤죠. 그런 제 이야기지만 홀로서기에 나서거나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분들 혹은 삶이 힘들어 모두 내려놓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저보다는 덜 아프기를, 빨리 일어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서울 은평구 주택가에 위치한 밀라노기사식당 오너셰프이자 작가이며 강연가이기도 한 박정우 대표는 신간 ‘나는 전주비빔 파스타를 만드는 작가입니다’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2022년 밀라노기사식당 창업과정과 그곳을 다녀간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어서 오세요, 밀라노기사식당입니다’에 이은 두 번째 책으로 창업 등 홀로서기를 꿈꾸거나 새로운 출발점에 선 이들을 위한 자기개발서다. 이전작이 에세이에 가까웠다면 ‘나는 전주비빔 파스타를 만드는 작가입니다’는 누구나 언젠가는 맞이할 새로운 시작을 위한 자립 노하우를 꼼꼼하게 알려주는 개발서지만 ‘나를 따르라’거나 ‘이래라 저래라’ 식의 조언, 자기자랑을 늘어놓지는 않는다.


나는 전주비빔 파스타를 만드는 작가입니다
나는 전주비빔 파스타를 만드는 작가입니다|박정우 지음(사진제공=예문당)

‘나를 망가뜨리기 보다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착실하게 살자.’


‘있는 척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그의 삶의 방식이 시작된 건 8살 무렵부터였다. 늦둥이 막내, 사업부도로 어려워진 집안살림, 버스비가 모자라 ‘숨을 쉬며 살고자 감행했던’ 명동나들이가 좌절된 어머니의 손을 잡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던 날이었다.

목표 없는 생활, 그저 책임감으로만 하는 노력, 그 끝에서 만난 첫 후회, 나는 없이 누군가를 위해 마냥 하는 희생, 생겨버린 하고 싶은 것과 미래를 향한 비전 그리고 그 꿈을 지지하며 함께 걸어줄 동반자. 

‘나는 전주비빔 파스타를 만드는 작가입니다’는 태어날 때부터 몇번을 넘긴 죽을 고비, 살아 있지만 죽고 싶다는 절망감에 빠져 살았던 유년·청소년기, 국립서울과학기술대학교 식품공학과, 성균관대학원 식품생명공학과를 거쳐 CK코포레이션즈 식품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살아보겠다 안간힘을 쓰던 청년기를 보내고 스무살 무렵부터 꿈이던 작은 레스토랑을 창업한 그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예쁜 접시 위에 맛깔스럽게 플레이팅된 음식들에 빠진 스무살부터 전주비빔밥, 순두부찌개와 강된장, 따로국밥 등 한국 고유의 음식 비법을 접목시킨 이탈리안 파스타와 더불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정겨운 사랑방 같은 공간을 꿈꿨다. 

호텔조리학과에서 공부할 때도, 유명 셰프의 레스토랑에서 ‘실습교육’이라는 명분으로 열정페이를 감내할 때도, 식품공학과로의 편입을 결심했을 때도, 커피전문기업 연구원으로 근무할 때도, 도자기 수업을 받을 때도, 퇴직 후 친구의 치킨가게에서 일하며 매출을 3000만원에서 1억 5000만원으로 늘릴 때도 잊지 않고 간직했던 박정우 셰프의 꿈이었다. 

그렇게 안정적이지만 ‘나’는 없는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 2020년 8월 5일 서울 은평구 수색동 주택가 사이에 밀라노기사식당이라는 이탈리안·한국 퓨전레스토랑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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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책 ‘나는 전주비빔 파스타를 만드는 작가입니다’를 출간한 밀라노기사식당 박정우 대표이자 작가(사진=브릿지경제DB, 허미선 기자)

그러나 딱 열흘 뒤 8.15 광화문집회를 기점으로 창궐한 코로나19 팬데믹을 맞닥뜨려야 했다. ‘이 정도면 하늘이 날 저주하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자영업자에게는 지옥과도 같던 시간들을 지나 꾸준한 입소문으로 행운처럼 찾아온 2022년에는 가게 앞에 손님들이 줄을 늘어섰고 유재석이 이끄는 ‘식스센스’ 시리즈에도 출연하며 승승장구했다. 

지옥같은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손님들이 붐비면서 꾸준히 찾아주던 단골들이 오지 못하는 날들이 늘었다. 11시간 운영을 위해 11시간 준비시간을 들여야 하는, 신체를 쥐어짜 돈을 버는 요식업의 사업구조로 행복하지 않았고 손님들에게 소홀해지는 날들도 생겨났다.

일에 함몰돼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뻔 했다는 걸 깨닫고 2달의 휴식기를 가지고 식당운영 방식을 재정비했다. 매출 상승세 속에서 일주일에 5일, 하루 5시간 운영 철칙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리자 강연과 책 출간의 기회가 찾아들었다. 서울시 골목창업경진대회 수상, 대형기업 밀키트사업 제안 등도 이어졌다.

그 여정에서의 절망감, 행복과 불행 그리고 치열한 고민과 실행,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기, 눈 앞에 보이는 매출 상승세를 마다하고 추구한 것들 등은 ‘나의 이야기, 잘 살펴보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시대분석’ ‘세상에 스스로 내딛는 첫걸음, 자기관찰’ ‘언젠가 시작할 자신의 일’ ‘체계적인 준비와 끊임없는 대응’ ‘자신의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 성장’ 등 5개 파트에 나눠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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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책 ‘나는 전주비빔 파스타를 만드는 작가입니다’를 출간한 밀라노기사식당 박정우 대표이자 작가(사진=브릿지경제DB, 허미선 기자)

철저한 자기 관찰부터 금전 관리, 창업 혹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해야 할 리스크 체크, 창업 후 대응 등의 경험을 담은 책은 그의 표현처럼 “자랑도, 성공법도, 조언도 아니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지 보고 뭘 잘하고 좋아하는지 스스로를 관찰하고 그것이 대중들과 맞는지, 특이성을 가지고 있는지, 리스크는 무엇지 등을 가늠해 자신만의 영역을 세우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책이다.

“일단 살고 보자는 마음이지만 내가 잘 만들면 혹은 손님들을 잘 대하면 늦게라도 입소문이 날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나 자신을 잃지 않는다면, 스스로가 감당하고 책임질 수 있는 자신만의 영역을 수립한다면 어떤 격랑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믿거든요. 제가 그랬으니까요.” 

그 핵심은 오롯이 나로 서는 것, 탄탄한 자기 영역 수립이다. 타인이나 사회의 잣대에 맞춘 자립이 아니다. 무조건적인 자기애나 자신의 것에만 함몰되는 것과도 다르다. 시대에 대한 가늠, 냉철한 자기 객관화, 리스크 체크와 그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 다른 이들만의 영역에 대한 존중 등을 바탕으로 스스로 감당하고 책임질 수 있는 ‘자기 영역’이다. 

“저처럼 하라는 게 아니에요. 사람은 저마다 다르니까요. 그저 이런 방법도 있다고, 조금 덜 아프게 넘어지고 좀 더 빨리 일어나시기를 바라는 거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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