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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사랑하면 함부로 고칠 수 없다"는 도편수의 삶

[책갈피] 목업(木業)
전통건축사무소 '예조' 신효선 대표, 업계 괴짜로 불리는 이유 '목업'에 담아

입력 2024-05-01 18:00 | 신문게재 2024-05-0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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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업
목업 木業|신효선|궁편책

차라리 ‘목수’라고 했다면 쉽게 손이 가지 않았을 것이다. 나무를 다루어 집을 짓거나 가구, 기구 따위를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하지만 ‘목업(木業)이라고 하면 뭔가 정겹다. 자신의 직업을 겸손하게 표현하면서도 긍지가 느껴지는 제목이다. 유명 번역가가 자신의 삶을 담은 에세이 제목에  ‘번역’이란 단어 뒤에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붙인 호기로움과는 사뭇 다른 진중함마저 느껴진다. 


신간 ‘목업’은 전통건축사무소 ‘예조’를 운영 중인 저자 신효선이 대표라는 직함보다 더 선호하는 목수 혹은 도편수로서의 긍지가 응축됐다. “사랑하면 함부로 고칠 수 없다”는 신념에서 비롯된 그의 작업 방식은 과연 독특하고 획기적으로 유명하다. 조사 주기표와 분류 야장 등이 대표적 예이다. 또한 보물 제1746호 논산 노강서원 강당을 해체하는 데에만 7개월가량 할애한 것도 저자의 굳은 의지를 보여 주는 단적인 사례다. 일반적으로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았을 작업이지만 그의 손을 거치면 지나치리만큼 꼼꼼하고 경이롭다.

업계에서 괴짜라는 꼬리표가 달린 저자의 파격적 행보는 역설적으로 정석에서 시작한다. 목업을 생업이자 3대째 가업, 조상의 유업, 민족의 과업으로 삼은 그는 현시대와 함께 호흡하는 전통 건축을 추구한다. 저자가 자신이 보유하고 출원 중인 전통 건축 관련 특허 기법, 그 모든 현장의 기록을 본서에 남긴 이유가 책 곳곳에 담겨있다. 

그는 “과정을 바꾸는 사람은 외롭다. 그러나 분명 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그것이 목조 문화재 수리다. 불가사의란, 실은 몸과 마음을 던져 증험하여 지혜를 얻는 영역”이라 단언한다. 전문 서적인 만큼 독자가 실제 작업 과정을 하나하나 지켜보듯 이해할 수 있도록 지면의 절반을 차지하는 충분한 양의 현장 사진이 가독성을 더한다. 

“목조 문화재 보수 현장에 있다 보면 곳곳에 흩어져 있는 퍼즐 조각이 눈에 들어온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찾아내 맞추었다. 이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면 방법을 발견하게 된다. 이를 이론적으로 정리하고 다시 현장에서 구현하는, 지극히 짜증 나고 한없이 기쁜 작업을 해 왔다. 나는 세대와 세대를 넘어 대화를 나누어 보고 싶다. 이 책이 그 창구가 되어 주기를 기대한다.”

저자는  제천 청풍 한벽루(보물 제528호)를 비롯한 열네 채의 목조 건물을 도편수로서 해체하고 수리, 조립했다. 논산 노강서원 강당(보물 제1746호)의 복구, 석조 배흘림기둥을 사용해 팔작집 다포계 양식의 일주문과 육각형 다포계 양식의 종각을 시공한 실력자다. 도리, 대량, 화방, 부연과 부머리 등 각종 전문용어로 나뉘는 챕터에 겁먹지 말자. 전통건축의 ‘ㄱ’을 모르더라도 나무의 나이테 같은 간결하지만 볼 수록 정겨운 문장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손수 지은 집’에 대한 로망이 있다면 필독을 권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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