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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성 파운드리, 아시아 시총 3위 텐센트 놓쳤다

中 텐센트 반도체 물량, TSMC가 수주
"삼성전자, 적은 반도체 물량·중국 리스크로 망설여"

입력 2024-03-08 06:29 | 신문게재 2024-03-0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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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캠퍼스.(사진=삼성전자)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2위 삼성전자가 아시아 시가 총액 3위 IT기업 중국 텐센트의 반도체 발주를 놓쳤다. 삼성이 놓친 물량은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가 수주했다.

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텐센트를 고객으로 유치하는 데 실패했다. 양사는 지난해 하반기에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상호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양사간 협업 좌초의 핵심 원인을 텐센트의 물량과 삼성전자의 이윤 폭이 크지 않은 부분을 지목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텐센트가 주문하려던 물량이 (워낙)적다 보니 망설일 수 밖에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특히 논의가 가장 활발하게 오고 가던 지난해 말은 인사 시즌이다 보니 파운드리 임원들이 주문을 받는데 더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할 수 밖에 없는 현실도 있었다”고 해석했다.

텐센트는 국내 대기업 카카오와 유사한 기업이다. 모바일 메신저 ‘위챗’으로 성공해, 다수의 게임회사와 인수합병(M&A)을 하며 규모를 키운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이다. 지난달 22일 기준 시가총액만 한화 466조원에 달한다. TSMC(905조원), 도요타(514조원)에 이은 아시아 시총 3위다. 초기 물량이 적기는 하지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최대 약점으로 지목되던 대형 고객이었던 셈이다.

이번 협상은 텐센트의 서버 확장과 관련이 있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텐센트는 알리바바, 웨이핀후이 등 IT기업과 함께 광저우 파저우 AI 및 디지털 경제시험구에 선도 기업으로 참여했다. 게다가 중국에 진출한 넥슨, 넷마블 등 국내 게임사부터 라이엇 게임즈 등 해외 게임사까지 텐센트 클라우드를 이용하고 있어 서버 확장 및 유지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서버에 필요한 반도체 양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이에 업계에서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텐센트의 물량이 당장은 많지 않더라도 대형 고객사를 유치하는 차원에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중국 기업 리스크도 고민거리였다. 텐센트와의 미래를 그려볼 수도 있지만 미중(美中) 관계가 냉전으로 발전하면서 삼성전자가 쉽게 중국 기업의 주문을 따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중국 기업들의 불분명한 대금 지급도 변수였다는 분석도 있다. 반도체 설계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과 거래하는 국내 반도체 업체 중 일부는 몇 년 간 거래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중국 기업들에 대한 신뢰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텐센트의 주문이 TSMC로 향했다는 대목이다. TSMC는 지난해 3분기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이 57.9%에 달하지만, 2위 삼성전자는 12.4%에 불과하다. 대형 고객 유치 실패가 양사간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는 단초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한편, 텐센트가 삼성전자와 TSMC만을 파운드리 물망에 올린 것을 고려할 때 이번에 발주한 칩은 7nm(나노미터, 10억분의 1m) 미만 선단 공정으로 추정된다. 텐센트는 지난 2021년 데이터센터용 칩 3종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칩들은 이미지 처리 및 자연 언어 처리에 초점을 맞춘 AI(인공지능) 반도체다.

전화평 기자 peace20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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