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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일상이 무너졌다'는 우리은행 홍콩ELS 가입자 "윤석열 대통령님…"

입력 2024-02-15 11:57 | 신문게재 2024-02-1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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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1
지난 8일 서울 성수동 소재 복합문화공간 ‘레이어57’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개최한 윤석열 대통령 모습 (사진=대통령실 제공)

 

“힘없는 국민의 말에도 귀 기울여 들어주세요”

우리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상품에 지난 2021년4월 자신과 가족들 명의로 총 2억5500만원 규모로 가입한 A씨(서울·여·50대)가 우리은행 측의 위법한 판매 행위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에게 15일 편지형식의 호소문을 공개해 주목된다.

투자 원금이 완전 손실될 수 있는 초고위험 상품인 홍콩ELS는 지금 추세라면 우리 금융권 전체에서 연내 7조원 정도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면서 금융권을 넘어 오는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도 파장이 일고 있다.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홍콩ELS 사태와 관련, 금융소비자 피해를 방치한 금융당국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금융감독원은 주요 판매 금융 11개사를 대상으로 이 상품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따지는 현장검사에 나섰고 늦어도 3월중 피해보상가이드라인을 확정할 방침인데 우리은행은 판매금액이 여타 금융사에 비해 적다며 현장검사대상에서 제외된 상태이다.

A씨는 호소문을 통해 “우리은행은 적법한 절차와 상품소개, 위험성 고지, 모의실험결과 등은 설명하지 않고 상품을 팔았다”며 “이런 은행이 현장조사(검사)에서 빠진다는 게 말이 된다고 보십니까”라고 질타했다. 이번 사태로 자신과 가족의 일상이 무너졌다는 A씨는 “은행의 규모에 상관없이, 판매금액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작은 의심이라도 있다면 당연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이어 “우리은행은 강력한 힘을 갖고 있어서 저 혼자로는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는다”며 윤 대통령과 이 금감원장이 살펴줘야 사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간곡히 요청했다.

A씨가 우리은행 홍콩ELS상품에 가입할 당시 홍콩H지수는 1만700포인트선으로 현 홍콩증시 흐름을 감안할 때 오는 5월 만기가 도래하면 투자원금의 최소 35%, 많게는 100% 원금 손실의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A씨는 “우리은행이 제대로 판매를 했다면 조사를 안받을 이유가 있을까요”라고 반문하면서 “조사 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팔았다는 게 드러나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억울한 국민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힘없는 자의 편이 돼주시길 바랍니다”며 A씨는 호소문을 마쳤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우리은행의 홍콩ELS 불완전판매여부와 관련해 최근 취재진에게 “우리은행은 과거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판매 당시에 소비자들 투자성향을 조작하며 고위험 파생상품을 판매했다”며 “홍콩 ELS판매금액은 타행에 비해 적을 수 있지만 여전히 판매방법 등 금융규제와 관련된 문제들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에 대한 현장검사가 진행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전일 기자에게 “현장검사는 가지 않지만 우리은행도 민원이나 분쟁사항이 제기되면 다른 은행과 똑같이 처리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불완전판매 민원을 제기하면 해당 쟁점에 대한 공식조사에 나설 수 있음을 내비쳤다.


<호소문 전문>.

윤석열 대통령님, 이복현 금감원장님께

저는 2021년 우리은행 **지점에서 홍콩지수가 포함된 ELS에 가입하였고 현재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우리은행으로 인해 겪고 있는 피해자의 어려움을 알리고 싶던 차에 우리은행은 현장 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또다시 절망하게 되었구요.

우리은행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정확한 설명을 이행한 후 고객 스스로 선택을 하게 했다면 그 결과는 선택한 고객 몫이 맞습니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이런 적법한 절차와 상품소개, 위험성고지, 모의실험결과 등은 설명하지 않고 상품을 팔았습니다. 제게 상품을 팔 때,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필수설명은 단 한 개도 듣지 못했습니다. 이런 은행이 현장조사에서 빠진다는 게 말이 된다고 보십니까? 

 

우리은행 전경
우리은행 전경. (사진=우리은행)

 

이번 사태에서 우리은행은 판매금액이 다른 은행에 비해 적다는 이유로 불완전 판매요인이 있음에도 전혀 상관없는 듯 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습니다. 저 같은 피해자들이 있는데 말입니다. 우리은행은 2019년 DLF(파생결합펀드) 사태에서 가장 많이 팔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랬던 우리은행이 작게 팔았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은행보다 도덕적인 은행으로 포장되고 있는 상황이 이해가 안 됩니다. 은행의 규모에 관계없이, 판매 금액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작은 의심이라도 있다면 당연히 조사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은행은 당연히 조사에 응해야 하구요. 정말 우리은행이 제대로 판매를 했다면 조사를 안 받을 이유가 있을까요? 조사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팔았다는 게 드러나면 처벌을 받아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구요.

이번 사태로 저와 저희 가족은 일상이 무너졌습니다. 일상이 무너지는 게 어떤 건지 짐작이 되시나요? 우선 자책을 합니다. 내가 왜 그랬을까, 내가 왜 싸인을 했을까, 내가 왜 우리 은행을 갔을까 등등등 이루 말 할 수 없는 후회와 자책으로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또 근 일 년 넘는 시간동안 제대로 푹 자본적이 없습니다. 수면제 없이는 잠을 이룰 수 없게 되었구요. 그리고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된 점이 가장 힘듭니다. 공공기관인 은행에서 우리 뒤통수를 쳤는데 제가 누구를, 어디를 믿을 수 있겠습니까? 건강을 자신하면서 살았는데 몸도 마음도 피폐해진 탓에 얼마 전 쓰러져서 119타고 응급실도 다녀왔습니다.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진 거지요.

제가 바라는 건 한가지입니다. 바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요즘처럼 일상의 행복을 그리워 한 적이 없는 거 같습니다. 작은 일에 감사하고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평화롭게 지내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아울러 잘못을 저지른 우리은행이 강력한 제재와 처벌받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실 윤석열 대통령님과 이복현 금감원장님께 간곡하고 피 토하는 심정으로 말씀드립니다. 제발 아무 힘없는 국민의 말에도 귀 기울여 들어주세요. 우리은행은 저보다 강력한 힘을 갖고 있어 저 혼자로는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두 분께서 저의 입장을 헤아려 주시고 살펴주셔야 이 사태를 제대로 해결해 나갈 수 있습니다. 저는 선하게 살아온 힘없는 국민입니다. 억울한 국민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힘없는 자의 편이 돼 주시길 바랍니다.

2024년 2월 15일

우리은행 피해자 드림 

 

제보자 호소문1

제보자 호소문 (사진=제보자 제공)

 

제보자 호소문2
제보자 호소문 (사진=제보자 제공)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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