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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이정한 여성경제인협회장 "선배 여성기업인이 겪었던 시행착오, 후배들은 겪지 않았으면"

입력 2024-02-13 07:00 | 신문게재 2024-02-1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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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3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사진=한국여성경제인협회)

 

“선배들이 그동안 겪었던 수많은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후배들이 반복해서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10년, 20년 뒤 후배 여성기업인들의 자신의 회사를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시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의 말이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여경협)는 1971년 세워진 ‘대한여성경제인협회’를 모태로, 1999년 ‘여성기업 지원에 관한 법률 제13조’에 의거하여 설립된 한국 최초의 ‘법정 여성 경제단체’로, 여성기업의 창업촉진, 판로확대, 일자리 지원 등 여성경제인의 이익 증진과 여성기업 활동 촉진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22년 1월 제 10대 여경협 회장으로 당선된 후 여성경제인의 권익 향상과 여성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애써온 이정한 여경협 회장을 만나 취임 후 성과와 2024년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 취임한 지 만 2년이 지났는데 그간 소회를 말해달라. 또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가 있다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보냈다. 모든 순간이 즐겁고 값진 시간이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최대한 많은 회원사(여성기업 현장)를 방문하려 노력했다. 임기 초 협회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일반회원제도’를 신설해 2700명 대였던 협회 회원 수가 현재 9000명을 넘어 3배 이상 늘어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또 미래여성경제인육성사업과 여성기업주간이 신설되고, 그 영향으로 정부(중기부)의 여성기업 육성 사업 예산을 처음으로 100억 이상 확보하게 된 것도 뜻 깊은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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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사진=한국여성경제인협회)

 

- 아직까지 여성기업에 대한 조명이 크지 않은 것 같다. 여성기업의 경영 여건과 애로사항에 대해 말해달라

우리나라 여성기업 수는 갈수록 증가해 현재 314만 개로, 전체 기업의 40%를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여성기업의 매출 비중은 전체의 10%에 불과하여 아직 더 많은 발전과 성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성기업도 남성기업과 별반 다르지 않아 대부분 판로확보, 자금조달, 인력 부족 등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와 고도의 전략, 그리고 무엇보다 폭넓은 네트워크와 탄탄한 인프라가 필요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여성기업이 남성기업에 비해 규모가 작고, 정보를 주고받을 네트워크와 인프라가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지면서 우수한 여성 인재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고, 제도적으로도 남녀의 차이는 사실상 없다. 기술력과 제품의 우수성만 보더라도 여성기업이 남성기업에 절대 뒤지지 않고, 오히려 더 뛰어난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녀기업의 격차가 나타나는 건 결국 보이진 않더라도 분명한 벽이 존재한다. 사업하는 사람들은 모두 알 것이다. 오로지 좋은 품질의 제품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기업 경영에는 반드시 네트워크와 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여성기업은 아직 그 부분이 남성에 비해 많이 약하다. 남성기업과 동등한 선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반열에 오를 때까지 국가 차원에서 더 다양한 시각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여성기업 육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 국내 기업중 여성기업의 비중이 40%에 달하지만, 여성기업의 수출비중은 10%에 불과하다고 한다. 여성기업의 수출 활성화를 위해 여경협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있다면

여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022년 여성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기업의 경영활동 애로사항 중 판로 활동 애로사항이 44.6%로 가장 많았으며, 판매 활동 애로사항 중 ‘내수위축’이 72.3%로 가장 높았다. 내수시장이 포화 상태인 상황에서 수출 확대와 신시장 개척은 중요한 돌파구다.하지만 2022년 여성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수출 경험이 있는 여성기업은 1.5%에 불과해 여성기업이 얼마나 수출에 취약한 상황인지를 알 수 있다. 수출 활동 애로사항으로는 물류비용부담, 해외바이어 발굴 어려움, 해외시장 정보 부족, 무역 전문 인력 부족 순으로 많이 언급됐다. 우리 협회는 여성기업의 수출 애로 해소를 돕고, 글로벌 판로 확대를 위해 아래와 같이 노력하고자 한다. 먼저 해외 유통망을 갖춘 대기업 및 유관기관과 협력하여 여성기업의 수출을 돕고자 한다. 이미 많은 대형 유통사들이 해외로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미용, 생활용품, 식품 등 여성기업이 특히 잘하는 제품군을 중심으로 해외에 진출한 유통 플랫폼에 입점 시켜 수출을 돕고, 해외 인프라를 갖춘 유관기관과 활발히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또 올해에는 여성창업기업의 수출 지원을 준비 중이다. 글로벌 진출을 희망하는 여성 창업기업에 해외 진출을 위한 사전 교육, 컨설팅, 홍보 및 마케팅 지원,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정보 및 해외 전시회 등 참여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끝으로 세계여성경제인협회(FCEM)을 비롯한 해외 여성경제단체 등과의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를 통해 여성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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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사진=한국여성경제인협회)

 

- 여경협은 여성경제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여성경제연구소는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 또 앞으로의 활동 방향과 애로사항에 대해서도 말해달라.

1999년 ‘여성기업법’ 제정으로 여성기업 지원 정책이 펼쳐치고 있지만, 여성기업을 경제주체가 아닌 사회적 약자로 인식하여 지원하는 수준으로 다양한 여성기업 정책 발굴이 미흡한 상황이다. 그래서 우리 협회는 2019년 여성기업 연구를 전담으로 하는 여성경제연구소를 설립했다. 여성경제연구소는 여성기업 관련 기초 통계자료 구축과 조사연구를 하며 여성기업 육성과 발전을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국내 유일의 여성기업 연구기관이다. 다른 여성 관련 연구기관은 여성 노동 및 인권 등에 초점을 맞춘 연구가 대부분이어서 여성기업 관련 연구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사실상 우리 여성경제연구소가 유일하게 여성기업 관련 통계 및 자료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연구소가 매년 발간하고 있는 ‘여성기업 실태조사’는 여성기업 대한 국내 유일의 국가승인 통계로, 연구소가 ‘통계작성지정기관’으로 지정된 2019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통계청의 품질진단 평가에서 ‘우수(최고등급)’ 통계로 평가받고 있다. 2022년에는 통계청으로부터 체계적인 운영 및 관리 등 통계품질 제고에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기획재정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여성경제연구소는 팀 단위 정도의 업무만 수행 가능할 정도의 매우 작은 규모로 여성기업 관련 연구·조사 활동에 있어서 많은 한계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성기업 육성을 위한 체계적이고 시의성 있는 정책 마련을 위해 다양한 조사·연구가 가능하도록 국가 차원에서 여성경제연구소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예산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취임 이후 여성기업주간이 법정 행사로 열리고 있다. 여성기업주간에 대한 느낌이 남다를 것 같은데, 올해는 어떤 식으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인가. 전년에 비해 바뀌는 부분이 있다면.

2016년부터 2022년까지 7년간 여성의 기술창업 증가율은 남성의 3.5배 수준으로 ICT, AI 등 미래 산업을 이끌어갈 4차 산업시대 핵심 분야에서 점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또 여성기업의 여성 근로자 고용률은 남성기업의 두 배를 훌쩍 넘기며 여성의 고용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이렇듯 여성기업이 더 커지고 많아질수록 국가 경제발전은 물론, 여성 일자리 창출 및 고용 안정화를 통한 저출산, 고령화 등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여 지속가능한 사회 구축을 도모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여성기업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많은 국민이 왜 여성기업주간을 지원해야 하는지 의문을 품고 있으며, 여성기업인 스스로도 본인이 산업의 역군으로서 우리 경제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우리 사회 선순환 구축에 어떠한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기업주간이 법정 행사로 지정된 것이다. 지난 2021년 10월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매년 7월 첫째 주가 ‘여성기업주간’으로 지정되고, 2022년 7월에 개최한 제1회 여성기업주간 개막식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열린 제2회 행사에는 김건희 여사가 직접 참석해 여성기업인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여성기업의 역할과 위상을 널리 알려, 여성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여성기업 위상을 높이고, 여성기업이 스스로가 자긍심을 가지고 더 열심히 기업 활동을 하고, 여성 인재들이 과감하게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하는 것이 ‘여성기업주간’의 가장 큰 의미이다. 올해 7월에도 어김없이 제3회 여성기업주간이 개최될 예정이다. 1회가 ‘새로운 출발’, 2회가 ‘화합과 도약’이었다면 올해 개최될 3회는 ‘글로벌 역량강화 및 수출 확대’를 테마로 행사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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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사진=한국여성경제인협회)

 

-지난 해부터 미래 여성 경제인 육성 사업을 펼치고 있는 걸로 안다. 사업을 추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또 1년 동안 사업을 운영하면서 성과와 아쉬운 점, 올해 목표와 추진 방향에 대해 말해달라.

2022년 협회장으로 취임 이후 내내 협회의 발전방향과 신규사업에 대해 고민이 있었다. 특히, 사회생활 출발선을 목전에 둔 여고생들의 잠재력을 펼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협회의 한 지회와 어느 여자상업고등학교가 여성인재 취·창업을 위해 업무협약을 맺었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정식 사업으로 발전시켰다. 이 사업은 우리 선배 여성CEO들이 그동안 겪었던 수많은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후배들이 반복해서 겪지 않도록 선배들이 도와야 한다는 공감대와 그를 위한 열정의 값진 산물이다. 지난 1년 동안 전국을 돌며 여성CEO 특강, 국내 여성기업 탐방, 실전창업 멘토링을 진행했고, 10월에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탐방, 11월에는 그동안 사업에 참여했던 모든 학생들과 여성CEO들이 한자리에 모여 통합 워크숍을 개최했다. 뿐만 아니라 사업에 참여한 모든 여성CEO와 520명의 학생들의 열정이 정말 대단했고, 굉장히 뜨거운 반응과 만족도를 보여줬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한정된 예산과 시간으로 인해 더 많은 학생들을 참여시키지 못했다는 점이다. 올해에는 사업 규모를 확대하여 더 많은 학교와 학생들을 참가시키고, 프로그램도 더 알차게 구성하여 진행할 예정이다.  

 

 

◇ 이정한 회장은…

 

이정한 회장은 금속 판재 유통 및 가공을 전문으로 하는 비와이인더스트리의 대표이사로, 여성이 드문 금속업계에서 30년 넘게 고군분투해온 기업인이다. 

 

1988년 27세의 나이에 작은 철재상으로 사업을 시작해 거친 현장에서 사업을 하면서 수차례 부도를 맞기도 하고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가장 힘들었다는 이 회장은 자신을 비롯한 선배 여성기업인들이 겪어온 시행착오를 후배 여성기업인이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2003년 여경협에 입회해 활동을 시작했다. 2010년에는 3년간 여경협 경기지회장을 역임했으며, 2022년 여경협 회장으로 추대돼 일하고 있다.  

 

취임 후에는 100여개의 여성기업을 방문하고 미래 여성 경제인 육성사업을 펼치며 여성기업인들의 멘토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장민서 기자 msjang@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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