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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교육부 '이사회 회의록 공개' 전수조사 0건…규정 안 지켜도 처분無

사립학교법 시행령 '이사회 회의록, 회의일부터 10일 이내 공개' 규정
교육부, 사립대 운영 학교법인 대상 규정 준수 여부 조사 미실시
기준 미준수 '처분' 기준 없어…규정 준수 대학들, 교육부 행태 지적

입력 2024-02-0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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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그늘
사립대를 운영 중인 학교법인의 이사회 회의록과 관련한 공개 기준 등이 사립학교법 시행령에 담겼지만, 대학별 기준 준수 여부에 대해 교육부는 지난해 단 한 차례도 전수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사진=브릿지경제DB)

사립 대학 등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이 반드시 공개해야 할 ‘이사회 회의록’과 관련해 게시 지연·거부가 잇따르고 있지만 전수조사를 통한 교육부의 관리감독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규정을 지키지 않더라도 교육부는 어떠한 처분 기준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 법적 기준을 준수하는 대학들은 행정력 낭비 등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1일 기자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23학년도 사립대학 이사회 회의록 공개기간 준수 및 조사’ 답변 자료를 살펴보니, 교육부는 작년 한 해 동안 △일반대 △전문대 △사이버대 등 사립대 운영 학교법인의 이사회 회의록 공개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단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았다.

대학 설립 형태에 따라 교육부는 담당 부서를 지정·운영 중이다. 이와 관련해 일반대는 교육부 대학경영혁신지원과, 교육부 평생직업교육기획과는 사이버대를, 전문대는 교육부 고등직업교육정책과가 소관 부서다. 이들 부서 모두 대학별로 학교법인 회의록 공개 기준을 준수하는지 살펴보기는커녕, 조사 미실시를 이유로 위반 여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교육부 평생직업교육기획과는 “2023년 기준 학교법인 이사회 회의록 공개 기간 준수 여부에 대한 전수 조사는 실시하지 않았으므로 조사 결과는 없다”고 밝혔다.

교육부 대학경영혁신지원과는 “사립대 학교법인 이사회 회의록 공개 기간 준수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는 실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교육부 고등직업교육정책과는 “이사회 회의록 공개 기간 준수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는 실시하지 않고 있으므로, 위반 학교 적발 건수는 보유·관리하고 있는 정보가 아님을 알려드린다”고 말했다.

사립학교법 시행령에서는 ‘이사회의 회의록은 회의일부터 10일 이내에 해당 학교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하여 1년 동안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일반대 등 한 곳 이상 사립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은 약 300곳으로, 이사회 회의록은 대부분 산하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법인 이사회 회의록은 학교 운영 등에 대한 정보가 담겼다는 점에서 학생, 교직원, 학부모 등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한 역할을 한다. 정작 대학들의 회의록 관리, 공개 방식 등은 제각각이었다.

외대 상황
한국외국어대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학교법인 동원육영회 2023학년도 제10차 이사회 회의록(오른쪽). 작년 12월 12일 한국외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게재된 동원육영회 회의록은 회의 개최 후 약 한 달이 지난 뒤 공개됐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홈페이지 캡처)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동원육영회는 작년 11월 21일 ‘2023년 제10차 이사회’를 진행했는데 회의록은 약 한 달 뒤인 12월 12일 한국외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다. 10차 회의록을 비롯해 동원육영회 이사회와 관련한 여러 건의 자료도 제때 공개가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항공대학교를 운영 중인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의 작년 7월 이사회 회의록은 항공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으나, 다운로드 과정에서 ‘권한이 없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등장하면서 관련 자료를 볼 수 없었다.

학교법인 조선대학교는 산하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하고 있다. 조선대 홈페이지를 통해 작년 11월 공개된 법인 ‘2023년 제10차 이사회 회의록’은 한 달 전 진행된 회의 자료였다. 조선이공대학의 경우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이사회 개최를 알리고 있으나, 학교법인 조선대 이사회 회의록 공개 경로는 확인할 수 없었다. 이에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회의록을 볼 수 있는지 질의한 결과, 조선이공대 입학홍보팀은 “없는거 같다”고 답했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광동학원 이사회의 회의록과 관련해 법인 산하 국제사이버대학교는 ‘10일 이내’ 게재가 아닌, 올해 1월 9일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국제사이버대는 학교법인 광동학원 이사회 개최 후 1~2개월 뒤 회의록을 공개하는 등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었다.

대양학원은 세종사이버대학교를 운영 중인 학교법인이다. 작년 10월 25일 진행된 대양학원 5차 이사회와 관련된 회의록은 약 2개월이 지난 같은해 12월께 세종사이버대 홈페이지에 등장했다. 이사회 회의록 공개와 관련해 세종사이버대는 회의 개최 1개월 이상 지난 뒤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등 규정 준수와 거리를 둔 행태를 수차례 보였다.

학교법인 대우학원은 일반대인 아주대학교, 전문대인 아주자동차대학교 등을 운영 중이다. 작년 12월 14일 진행된 대우학원 제365차 이사회 회의록은 아주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으나, 아주자동차대 홈페이지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 아주대·아주자동차대가 홈페이지를 통해 게재한 회의록 중 여러 자료는 이사회 회의 개최 후 10일 이상 지난 뒤 게시판에 등록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들이 회의록 공개 기준을 준수하고 있지 않지만 교육부는 전수조사 미실시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규정 미준수 학교에 대한 민원 등이 이뤄질 경우 학교법인운영(임원) 업무 안내서 통보 등으로 응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교육부 측은 “회의록 공개와 관련한 법인의 의무 미이행 시 처분에 대한 직접적 규정은 없다”고 했다. 대학이 규정을 준수하지 않더라도, 어떠한 제재도 없는 셈이다.

법적 기준에 따라 이사회 회의록 공개 등 기준을 준수하는 대학들은 교육부의 행태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A대학 관계자는 “대학에는 온갖 기준을 지키라고 하지만, 교육부는 법인 회의록 공개 등을 두고 관리감독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교육부가 제대로 일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B대학 측은 “법인 이사회 회의록 공개 기준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는데, 공개하지 않더라도 어떠한 처분도 없다면 공개할 이유가 없다”며 “규정 준수를 위해 노력했는데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의 한 관계자는 “기준을 지키라고 할 뿐, 미준수에 따른 처분이 없다면 굳이 따를 필요가 없다”며 회의록 미공개 의사를 드러냈다.

 

류용환 기자 fkxpf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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