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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속타는' 우리은행 홍콩 ELS 상품 가입자들..."사기에 해당된다"

입력 2024-02-06 11:58 | 신문게재 2024-02-0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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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전경
(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일부 가입자들이 원금손실 가능성 등 해당 상품의 위험성에 대한 설명이나 투자성향분석도 없이 초고위험 상품을 은행 편의적으로 가입시켰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실 피해를 주장하는 한 가입자는 이를 두고 “‘(금융)사기’에 해당된다”며 정부와 금융당국의 강력한 조치를 요구했다. 금융감독원은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에 대해 엄정 대응하고 합당한 수준의 피해구제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6일 우리은행 홍콩H지수 ELS(특정금전신탁 ELT) 가입자 A씨에 따르면 그는 우리은행 서울 모 지점에서 지난 2021년 5월 본인과 가족을 포함해 총 2억5500만원을 해당 ELS에 가입했다.

우리은행에서 주로 예·적금만 해오던 A씨와 가족은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주식이나 펀드와 같은 금융투자상품에는 평소 관심이 없었으나, 은행 담당자 권유로 금리를 몇% 더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홍콩H지수 ELS에 가입했다고 한다.

ELS 가입자 서류_2
우리은행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가입자 서류 (사진=제보자 제공)

 

A씨는 가입 당시 상품에 대한 설명이나 원금손실 가능성에 대한 안내는 없었고, 초고위험 상품을 가입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진행하는 투자성향 파악 과정도 생략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상품 설명은 고사하고, 투자성향 분석도 하지 않았다”며 “처음부터 위험한 상품이고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다고 했으면, 이자 조금 더 받겠다고 예·적금 위주로 가입한 사람이 (ELS에) 가입하겠나”라고 반문하면서 가입당시 상황을 되짚었다. A씨는 “우리은행 담당자가 하라는 대로 ‘네네’라고 대답하면서 ELS상품에 가입하는 데에 걸린 시간이 총 4분 가량에 불과했다”며 불완전판매 정황을 설명했다. ELS처럼 초고위험 상품을 대면으로 판매할 경우, 통상 투자성향분석과 상품설명 등에 1시간여 정도 소요된다.

투자성향분석표가 있다는 것도 나중에 알게 됐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A씨의 투자성향은 사실상 ‘안정형’에 해당됐으나, 은행 측에선 선물옵션 및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펀드 등 공격투자형 상품을 거래해온 ‘공격투자형’으로 분류했다는 것이다.

A씨가 ELS 상품에 가입할 당시 홍콩H지수는 1만700포인트선이었다. 해당 상품은 만기상환평가일(5월 예정)에 기초자산이 최초 기준가격의 65% 미만으로 하락한 경우 투자원금의 최소 35% ~ 최대 100%까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은행 서울 모 지점에서 지난 2021년 3월 홍콩H지수 ELS에 3억 원 가량 가입한 B씨 역시 원금손실 가능성에 대한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한다. B씨는 “2021년에 기준금리가 낮았는데 당시 금리와 비교해 이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손실 위험이 없다고 했다”며 “은행에서 한 말이라 믿고 가입했던 것”이라며 우리은행측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B씨는 “정확하게 상품에 대한 설명을 해주지 않고 손실위험이 없다고 한 것이므로 사기에 해당된다”며 “금융당국이나 정부가 나서서 강력하게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B씨가 ELS 상품에 가입 당시 홍콩H지수는 1만~1만1000포인트선이었다. 홍콩H지수는 지난해 말 한때 5000선이 무너졌고 현재 5200대(5일기준)에서 조정중이다.

우리은행의 홍콩H지수 ELS 상품 판매액은 601억 원으로 조기상환 후 남은 잔액은 현재 410억 원 가량이다. 해당 잔액은 2021년에 판매된 것으로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될 예정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이와관련 “우리은행은 과거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판매 당시 투자성향을 조작하고, ‘독일이 망하지 않으면 안전하다, 손실율 구간이 제로(0)다’라고 설명하며 고위험 파생상품을 판매했다”며 “ELS 판매금액은 타행에 비해 적을 수 있지만 여전히 판매방법 등 금융규제와 관련된 문제들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 같은 사례와 관련해 “손실 확정시 금융당국과 긴밀히 협조해 가입자들에게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우리은행은 타행 대비 판매 규모 및 손실액이 미미한 수준이라며 ELS 판매를 지속하고 있다.

은행권에선 우리은행이 실적압박에 비이자수익인 ELS 판매를 중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실적이 다른 3대 은행에 비해 뒤쳐진 면이 있기 때문에 (ELS 판매를) 쉽게 놓을 수 없을 것”이라며 “비이자이익을 어느 정도 포기해서라도 다른 은행과 어깨를 견줄 수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현재 올해 은행권 순이익 1위를 목표로 삼은 우리은행 입장에선 녹록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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