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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억대 퍼부은 한국방송통신대 교명교체, '백지화' 쉬쉬

방통대 '새로운 위상 정립' '미래 100년' 교명 변경 추진
학교 명칭 공모·상표 출원·선호도 조사 등 약 1억 투입
학생들 '반대'에 '교명 변경않기로' 결정…방송대 "공지 안 할 것"

입력 2024-01-02 14:30 | 신문게재 2024-01-0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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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통신대학교. (사진=브릿지경제DB)

국민이 낸 세금, 신입생·편입생·재학생이 납부한 등록금으로 학교 운영 비용을 마련하는 국립 한국방송통신대학교가 억대 예산을 들여 ‘교명’ 변경 작업에 나섰지만, 현재 명칭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결정한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2일 기자가 확보한 ‘한국방송통신대 교명 변경 관련 예산총액’을 분석한 결과, 방송대는 교명 교체와 관련해 △엑스포디자인브랜딩 네이밍 전문업체 용역계약 7500만원 △교명 공모전 수상자 시상금 2195만원 △업무추진비 75만7800원 등 1억1624만원을 집행했다.

작년 5월 방송통신대 교명 변경 배경에 대해 고성환 방송대 총장은 “4차 산업시대의 새로운 교육 수요에 대응하고, 변화된 교육 환경에 걸맞은 새로운 위상 정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방송대는 교명 공모전을 거쳐 지난해 7월 △국립원격대학교 △국립미래대학교 △국립우리대학교 등 8개 후보군을 선정했다. 이어 실시된 1차 선호도 조사에서 ‘국립미래대’가 1순위에 올랐고, 기존 교명과 국립미래대를 두고 2차 선호도 조사가 이뤄졌다.

방송통신대는 ‘미래 100년의 관점에서 대학의 비전 및 핵심 가치와 부합하고, 우리 대학의 경쟁력·이미지 제고 및 국립대학 위상 강화’를 내세운 2차 선호도 조사에 나서면서 참여 대상으로 방송대 재적생(휴학생 포함), 졸업생, 교직원 등 학교 구성원으로 한정했다.

정작 선호도 조사는 구성원이 아니더라도, 허위 이메일 계정 입력 등을 통해 한 사람이 여러차례 응답이 가능했다. 조작 가능성 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방송대는 “(조사) 결과치는 참고자료”라며, 교명 변경은 “의사결정기구에서 결정한다”고 했다.

교명 교체 수순을 두고 방송대 학생들은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부정적 시선을 보냈는데, 작년 10월 발표된 2차 선호도 조사 결과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대한 선호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후 방송대 교명 교체 여부는 학내 기구에서의 결정에 맡겨졌고, 확정된 최종안은 ‘기존 교명 유지’였다. 한 학기 방송대 학생 약 330명에게 전액 장학 혜택을 지급할 수 있는 예산이 구성원이 반대하는 교명 교체와 관련한 비용으로 쓰인 셈이다.

혈세 등을 통해 마련한 억대 예산을 투입하며 방송대는 교명 공모전, 수상작 상표권 출원, 1·2차 선호도 조사 문자메시지(SMS) 약 140만건 발송 등 공개적인 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방송대는 내부 기구 결정에 따른 교명 교체 백지화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방송통신대 관계자는 “(교명을) 최종적으로 안 바꾸는 것으로 내부적으로 결정됐다. 별도 공지는 안 할 계획”이라며 “안 바꾸니 굳이 공지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류용환 기자 fkxpf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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