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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기업은행, ‘젠더본드’ 발행 지속 추진…여성기업 육성 힘 싣는다

입력 2023-10-03 10:19 | 신문게재 2023-10-0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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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장
김성태 기업은행장 (사진=IBK기업은행)

 

최근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는 기업은행이 ‘젠더본드’(성평등 사회적채권) 발행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이를 통해 국내 여성 혁신기업을 위한 충분한 대출 재원을 마련해 우대금리 지원 등으로 우수 여성기업 육성 지원에 힘을 보탤 방침이라고 한다.

3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은행의 자금부는 최근 젠더본드 6억 달러 발행에 성공한데 이어 지속적으로 젠더본드를 발행해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굳히고 여성기업을 위한 대출재원을 안정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이와관련 “매년 1조원 이상 혁신형 기업에 신규 대출을 지원하고 있어 여건이 허락하면 지속적으로 젠더본드를 발행해 대출재원을 마련하고자 한다”며 “꾸준한 발행을 통해 젠더본드 부문에서 선도적 지위를 확고히 할 경우, 여성 창업기업을 지원할 재원을 원활히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젠더본드는 사회적 채권의 한 종류로, 성평등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젝트에 사용된다. 기업은행은 이번에 젠더본드로 마련한 자금을 여성 CEO가 운영하는 창업 7년 이내 중소기업에 대출 공급용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이미 여성 CEO가 운영하는 창업 7년 이내 중소기업에 우대금리 최대 1%의 대출을 공급해왔다. 지난해 1조3000억 원을 신규 공급했고, 올해 6월말까지 6000억 원을 추가로 공급했다. 6월말 기준 대출 잔액은 3조3000억 원이다. 여성기업 2만2000곳이 해당 대출을 받았다. 해당 대출 수요는 증가추세다.

기업은행은 여성 혁신기업을 위한 대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젠더본드’ 발행을 추진해왔지만, 자금조달이 녹록한 환경은 아니었다. 최근 ESG 채권시장에서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이 문제가 되는 등 ESG 채권에 대한 투자기준은 점점 엄격해지는 추세다. ESG 채권이라도 투자기관들이 내부 평가절차에 따라 투자 여부를 결정하기에 발행에 성공할 것이란 보장도 없었다. 

 

젠더본드 IR 사진
박봉규 글로벌자금시장그룹장(부행장·테이블 왼쪽 라인 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9월 13일 미국 맨하탄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투자기관을 상대로 IR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IBK기업은행)

 

취임 때부터 여성 창업기업 지원에 관심을 가져온 김성태 행장은 젠더본드 발행을 위해 인력과 자원을 적극 지원했다. 박봉규 글로벌자금시장그룹장(부행장)은 직접 발로 뛰어 각국 중앙은행과 국제기구를 대상으로 IR을 진행했다.

해외투자자들도 창업한지 7년 이내의 중소여성법인(대표자)을 지원하겠다는 기업은행의 젠더본드 발행 목적에 관심을 보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ESG 투자기관에서만 3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유치했고, 국제기구와 중앙은행 10곳 이상으로 부터 투자를 받았다. 달러화 공모채 규모는 벤치마크 사이즈 5억 달러부터 시작하는데, 수요가 몰리면서 1억 달러 증액해 6억 달러 규모로 발행하게 됐다. 아태지역 중 최대 발행 규모다. 이번 젠더본드 발행으로 여성 창업기업을 지원할 충분한 대출 재원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다만 국내 여성이 CEO인 여성기업수는 매년 증가해왔지만, 대부분의 업종이 도소매업이나 숙박·음식점업으로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다.

기업은행 연구소에 따르면 여성 신설법인수는 2022년 기준 3만3448개로 10년 전(1만3098개) 보다 155.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남성이 CEO인 신설법인수는 4만7214개에서 7만9060개로 67.4% 증가해 여성 신설법인수 증가율이 남성 신설법인수 증가율을 크게 웃돈다. 그러나 국내 여성기업 중 도소매업 및 숙박·음식점업의 비중이 전체의 51.5%(2021년 기준)에 달한다.

국내 중소기업 중 혁신형 기업(벤처기업, 기술혁신형, 경영혁신형 인증을 받은 기업)의 비중은 29.7%인데, 그 중에서도 여성기업은 8.1%(2021년 기준)에 불과하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술기반 중심의 여성기업 육성 차원에서도 대출 재원 마련이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이라는 게 은행 측의 판단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여성기업들이 증가하는 추세이고 대출 수요가 계속 있다”며 “투자자들도 젠더본드에 호응하고 자금이 조달되면서 선순환 구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에선 신한은행이 지난 4월에 5억 달러 규모로 젠더본드를 발행해 여성 취약차주를 대상으로 대출을 공급한 바 있다. 해외에선 지난 2017년 내셔널호주은행이 호주 달러 채권으로 첫 발행을 시작한 이래 호주 최대 보험사인 QBE보험그룹 등이 동참해왔다.

은행권 관계자는 “취약계층 여성 차주 지원, 여성 CEO 기업운영 등을 지원하는 성평등 채권 발행이 활성화되면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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