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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강제규 감독은 늘 달린다, 마라톤 실화 영화 '1947 보스톤' 전부터!

"학창시절 '불의 전차'보며 달리기 영화 연출 꿈꿔"
"싱크로율 높은 배우들의 캐스팅과 노력 감사해"

입력 2023-09-21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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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규 감독
그는 자신의 연출작에 대해 “해외에서 한국의 역사를 처음 공부하는 교재로 ‘태극기휘날리며’,‘쉬리’,‘마이웨이’를 본다는 이야기를 들을때 뿌듯한다”며 남다른 자부심을 보였다.(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1990년대는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로 불린다. 그중 강제규 감독은 그 선두에 서서 ‘은행나무침대’(96)와 ‘쉬리’(99)를 내놓은 충무로의 보석이었다. 그리고 한국전쟁의 비극을 다룬 ‘태극기 휘날리며’를 내 놓으며 그는 해외시장에서 탐내는 거장 감독으로 우뚝섰다.

강제규 감독은 해외로케이션의 정점을 찍은 ‘마이웨이’를 찍으며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달리기를 좋아했던 한국 소년과 대척점에 있던 침략국 소년의 애증을 다루면서 영화 ‘1947 보스톤’의 씨앗을 심었다. 영화를 전공하던 대학생 시절 할리우드 영화 ‘불의 전차’를 보며 마라톤에 흠뻑 빠지고 실제로 달리기를 즐기게 되면서 막연하게 꿈꾸던 소재기도 했다.

1947년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마라토너들의 도전과 가슴 벅찬 여정을 그린 이 작품은 실화에서 출발한다. 가슴에 일장기를 달고 뛰었던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후 그를 눈여겨 본 미국의 존 켈리 선수가 그의 천운동화를 요청한것.

월계수 화분으로 일장기를 가리고 금메달 수여식에서 고개를 숙였다는 이유로 마라톤을 그만 두고 은행원의 삶을 살아야 했던 손기정은 낡아빠진 운동화를 존 켈리에게 우정의 선물로 건냈고 이는 이후 보스톤 마라톤에 참석할 수 있는 통행증으로 이어진다. 최고급 가죽으로 과학적으로 설계된 러닝화가 아닌 버선모양을 본 뜬 조선의 운동화를 신고 존 켈리가 세계적인 마라톤에서 1등을 했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 때나 광복 이후, 그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마라톤은 희망이었습니다. 돌파구 같은 게 없던 시절에 손기정 선수의 금메달이 성공의 상징이었던 거죠. 솔직히 이 실화를 처음 듣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모르고 있었던게 부끄러울 정도였어요. 연출을 맡기에 앞서 ‘세상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하며 팩트체크에 나섰습니다.” 

 

1947보스톤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의 공식 포스터. 역사적 고증에 충실한 연출이 눈에 띈다.(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실제로 광복이후 손기정은 다니던 은행도 잘리고 동료이자 형님으로 모셨던 남기정과 후배 양성에 힘쓴다. 감감독은 “영화보다 더 큰 감동을 지닌 스토리가 무궁무진했다. 처음엔 영화보다 OTT로 8부에서 10부작은 만들만큼 차고 넘치는 이야기가 실제로 존재했다”며 벅찬 감정을 추억했다. 그는 ‘이 분들의 이야기를 안고 갈 수 있는 내가 행운아구나’싶은 감정까지 느꼈다고 토로했다.

캐스팅까지 일사천리였다. 베를린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1947년 보스턴마라톤 국가대표팀 감독 손기정 역할에는 하정우가, 배우 임시완이 제2의 손기정이 되려는 실존 마라토너 서윤복 역을 맡았다.

“일단 두 배우들이 실존 인물들의 외형과 성격이 너무 닮았어요. 그 분들에 대한 자료 만큼은 국내 최고라고 자부하는데 말투와 손짓, 걸음걸이까지 똑같아서 찍으면서 내내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선비 같은 성격의 서윤복 선생님과 임시완의 평소 모습이 정말 흡사했어요. 학교 후배이기도 한 하정우는 평소에 그의 성정을 잘 알고 있는데 손기정 선수의 강직함을 빼다 박았달까요. 운명 같은 캐스팅이었죠.”

강감독은 마라톤에 대해 “혼자서 치밀한 설계와 인간으로서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라고 단언했다. 득점을 해야하던지 팀웍을 우선시 하기 보다는 철저한 계산으로 접근하는 운동이기에 영화적으로 단조롭고 진부하지 않게 표현하는게 관건이었다. 영화계에서 날고 기는 경험을 했지만 카 액션과 스턴트 없이도 관객들에게 시대의 정서를 이해하고 진입 장벽을 최소화 하기 위한 노력도 쉬지 않았다.  

 

강재규 감독1
영화 후반부 서윤복의 마라톤 경기 장면은 약 20분 정도로 실제 경기를 보는 박진감이 넘친다. 강감독은 “우리 영화는 좌절한 역사가 아니라 승리한 역사이다.‘1947 보스톤’이 즐겁고 힘이 나는 추석 선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그렇다고 사실적 고증을 무시하고 마냥 감동 포인트를 섞은건 아니다. 실제로 ‘1947 보스턴’의 대사에도 나왔지만 당시 대한민국은 세계사회에서 일본에서 독립한 국가보다 난민국으로 분류될 정도로 지위가 낮았다.

역사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지만 서윤복은 갑자기 튀어나온 개에 넘어지고 신발끈이 풀리는 악조건 속에서도 1등으로 골인한다. 그의 극적인 우승으로 인해 당시 정치인이 일주일을 머물며 증명하고자 했던 국격보다 단 2시간 만에 대한민국의 이름을 드높인다.

“저에겐 영화적 결과물을 투사처럼 지냈던 과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후에 후배들이 한국 영화의 위상을 일취월장하게 만들어 줬어요. 취향이 까다로워진 관객들이 극장을 아예 잊어버릴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 목표는 여전히 팝콘을 들고와서 못 먹고 나가게 만드는 영화를 만드는 겁니다. ‘1947 보스톤’ 이 그런 작품이 될거라 확신하고 있어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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