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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농어촌 고령화·소멸 심각한데… 관련 예산은 ‘줄삭감’

농식품부·해수부, ‘2024년 정부 예산안’ 제출… 귀농어·귀촌 지원 예산 싹둑
청년농 20만명↓·어촌 71% ‘소멸위험지역’… “정부의 적극적 재정 노력 필요”

입력 2023-09-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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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한 강소농…농촌 경제 든든한 버팀목 (CG)
(사진=연합)

 

귀농어·귀촌 가구가 3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된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귀농어·귀촌 지원 예산을 삭감하면서 농·어촌 소멸에 대한 위기의식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브릿지경제가 입수한 ‘2024년 정부 예산안’을 살펴보면 농식품부는 내년도 귀농·귀촌활성화 지원 사업에 77억원을 편성했다. 이 사업의 전년도(국회확정금액)은 212억원으로 135억원 삭감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귀촌·귀어 가구는 각각 1만2411가구, 31만8769가구, 951가구로 총 33만2131가구로 집계됐다. 귀농과 귀촌 가구는 전년 대비 각각 13.5%, 12.3% 줄었고 귀어 가구는 16.2% 감소했다. 귀농·귀촌 가구가 다시 줄어든 것은 코로나19 이후 3년 만이다.

연령별 농가인구를 살펴보면 최근 5년간(2018~2022) 청년농(39세 이하 농가인구)은 2018년 28만명에서 지난해 20만명으로 줄었다. 또 농업종사기간이 6개월 이상인 농가인구 중에서도 연령이 39세 이하인 농가인구의 비중은 1.7%로 매우 낮다. 증감 추이도 2018년 2%에서 감소한 수치다.

이에 국회예산정책처는 “청년농이 감소할 경우 농촌의 고령화로 인한 농업 생산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고 나아가 농촌 인구 감소로 지역소멸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지원정책이 내실화 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그런데도 농식품부는 청년농과 귀농·귀촌인을 지원하는 예산을 대폭 감액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는 2007년부터 귀농·귀촌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며 “이제 어느 정도 틀이 잡혔으니 중앙정부보다는 지자체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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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문제는 더 있다. 정부는 귀농·귀촌 지원 사업 말고도 귀어·귀촌 지원 사업의 예산도 줄줄이 삭감했다. 해수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귀어·귀촌활성화 지원 사업을 어촌자생력강화 지원 사업으로 이관하면서 38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전년(59억원) 보다 21억원 감액된 것이다.

우리나라 어가 및 어가인구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어가의 경우 지난 2017년 5만2800가구에서 2021년 4만3300가구로 18% 줄었고, 어가 인구 또한 같은 기간 12만1700명에서 9만3800명으로 22.9% 급감했다.

동시에 우리나라 어촌지역 고령화 비율은 2021년 기준 40.5%로 전국평균(17.1%) 대비 약 2.3배 높아 인구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어촌 지역 491개 읍·면·동 중 약 71.8%(353개)가 소멸위험 지역에 해당해 어촌소멸 위기가 가시화되는 상황이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풍요로운 어촌, 활기찬 해양’을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귀어귀촌활성화 사업을 통해 귀어인이 안정적으로 어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해수부 관계자는 “이번 정부 예산안 기조가 긴축이다 보니 예산이 많이 담기지는 않았다”며 “귀어귀촌 사업의 경우 중앙정부에서 지자체에 보조금을 내려서 지자체에서 더 노력하는 방향으로 편성됐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해수부는 내년도 어촌발전기반조성지원 사업 예산도 전년(6억원) 대비 전액 감액했다. 어촌활력기반구축 사업도 전년(100억원)에서 80억원으로 줄이어 삭감됐다. 귀어·귀촌을 강화하기 위해 구축된 어촌특화지원센터의 운영비·사업비는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연구부장은 “어촌특화지원센터의 경우 5억원 중 2억4500만원이 감액됐다”며 “센터 예산의 반 이상이 인건비로 나가는 상황에서 사업비가 대폭 삭감돼 현실적으로 운영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현재 대한민국 어촌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소멸하고 있다”며 “어촌 소멸 위험성이 상당히 높은 시기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적 노력이 필요하다. 노력하지 않으면 어촌 소멸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이정아 기자 hellofeliz@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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