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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금감원, 대구은행 유령계좌 검사 전 영업점 확대…시중은행 전환 ‘적신호’

대구은행 전 영업점 대상 전산점검…고의 은폐 여부도 살핀다

입력 2023-08-10 11:22 | 신문게재 2023-08-1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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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대구은행 제1본점 전경 사진 (1)
(사진=DGB금융그룹)

 

금융감독원이 DGB대구은행의 불법 계좌 개설과 관련해 대구은행 전 영업점을 상대로 점검에 나선다. 불법 계좌 개설이 일부 직원들의 일탈인지, 대구은행 차원의 문제인지 밝혀내겠다는 것이다. 금감원 검사로 비위가 추가로 적발될 경우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대구은행 전 영업점을 대상으로 전산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대구은행 모 영업점이 고객 동의 없이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임의로 추가 개설한 혐의에 대한 긴급검사에 착수한 지 이틀 만에 전 영업점으로 검사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

해당 영업점 직원들은 실적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1개 증권계좌를 개설한 고객의 동의 없이 다른 증권계좌를 추가로 개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개설한 계좌를 이용해 추가로 거래가 이뤄진 정황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금감원은 해당 영업점뿐만 아니라 다른 영업점에서도 불법 계좌 개설을 해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평가에 반영되는 실적을 높이기 위해 영업점 차원에서 암묵적으로 불법 계좌 개설을 눈감아줬을 수 있단 것이다.

현재까지 해당 영업점 직원들이 고객 몰래 개설한 계좌는 1000여개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감원 검사가 전 영업점으로 확대되면서 개설된 불법 계좌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계좌 개설이란 게 한 영업점에서만 하는 행위가 아니지 않나. 전체 영업점을 전부 점검해야 한다”며 “규모는 있지만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금감원은 대구은행이 이번 사건을 고의로 은폐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대구은행은 지난 6월 30일 관련 민원을 접수했다. 이후 약 2주가 지난 7월 12일에야 자체감사에 돌입했다. 더욱이 대구은행은 영업점에 공문을 보내 불건전 영업행위를 예방하라고 안내만 했을 뿐 관련 내용을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았다. 뒤늦게 사안의 심각성을 파악한 금감원은 지난 8일부터 긴급검사에 나섰다.

금감원 조사 결과에 따라 대구은행 내 위법·부당행위가 추가로 적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구은행에서 자체감사를 진행했는데 아예 숨긴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금감원에 보고는 안 된 것”이라며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고의로 숨긴 정황이 있으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추진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금융당국이 은행업 진입장벽을 대폭 낮춰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적극 허용하기로 하면서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을 공식 추진하고 있다. 대구은행은 조만간 금융당국에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행정적 인가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당초 대구은행 지배구조 요건에 별다른 문제가 없어 이르면 올해 내 인가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불법 계좌 개설이 일부 직원들의 일탈이 아닌 대구은행 차원의 조직적 행위로 나타날 경우 시중은행 전환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금융당국의 제재로 인가에 제약을 받게 되면 시중은행 전환도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대구은행 관계자는 “일단 금감원 검사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 “이런 불미스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내부통제는 물론, 직원 교육 등을 강화해서 시중은행 전환 심사하는데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준형 기자 jun89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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