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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 “나이가 들면서 깊어진 감정과 생각들을 음악에 담아 표현할 제가 너무 기대돼요”

바실리 페트렌코(Vasily Petrenko) 상임음악감독이 이끄는 영국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Royal Philharmonic Orchestra, RPO)와 도이치 그라모폰(DG)에서 '바버, 브루흐' 앨범 발매한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

입력 2023-01-2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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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더 유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사진제공=마스트미디어)

 

“저에겐 너무 소중하고 가까운, 특별한 불꽃이 일어나는 곡들이에요. 특히 브루흐는 많은 단계를 경험하면서 저와 함께 자란 곡이죠. 이 음반에 제 자신의 표현을 많이 담은 것 같아요.”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Esther Yoo, 유지연)는 바실리 페트렌코(Vasily Petrenko) 상임음악감독이 이끄는 영국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Royal Philharmonic Orchestra, RPO)와 도이치 그라모폰(DG)에서 발매한 스튜디오 녹음 앨범 ‘바버, 브루흐’(Baber, Bruch)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이 앨범에는 막스 브루흐(Max Bruch)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Violin Concerto No.1 in G minor op.26), ‘아다지오 아파시오나토’(Adagio Appassionato Op. 57)와 사무엘 바버(Samuel Barber)의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Concerto for Violin and Orchestra Op. 14) 그리고 앙리 비외탕(Henri Vieuxtemps)의 ‘아메리카의 추억, 양키 두들 변주곡’(Souvenir d’Amerique ‘Yankee Doodel’ Variations Burlesques Op. 17)이 담겼다. 

 

에스더 유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사진제공=마스트미디어)

“브루흐의 협주곡은 어려서부터 너무 사랑했던 곡이고 바버의 곡은 최근 알게 됐어요. 처음 배울 때부터 신나게 느낀 곡이죠. 이 곡들을 작곡할 때 브루흐가 28살, 바버가 29살이었어요. 제 나이, (제가 지나고 있는) 지금의 시기랑 잘 어울리는 작품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 협주곡은 다르지만 감정표현이나 느낌이 동일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코로나를 겪은 사람들이 편히 들을 수 있는 곡들을 녹음하고 싶었죠.”

앙리 비외탕의 ‘양키 두들’에 대해서는 “어려서 아버지 차를 타고 갈 때면 카세트테이프로 듣던 노래”라며 “벨기에 작곡가(앙리 비외탕)가 미국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제 스토리에 어울리는 곡이라 녹음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녹음 파트너 RPO에 대해서는 “영국의 역사 깊은 오케스트라로 저와의 첫 인연은 2018년 RPO 아티스트 레지던스 상주음악가로 선정되면서다. 연주도 여러 번하고 많은 교육 프로젝트를 함께 했다”고 털어놓았다.

“기억에 남는 활동은 RPO단원들과 (영국) 케임브리지의 섭식장애가 있는 10대 소녀들을 위해 진행한 음악치료 프로젝트였어요. 우울한 학생들을 꾸준히 만나면서 쉽게 잡아서 연주할 수 있는 악기들을 들고 가 음악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쉬워지게끔 테라피 세션을 진행했죠. 갈 때마다 조금씩 밝아지는 모습이었고 결국 가사도 같이 쓰고 짧지만 작곡도 해서 런던에서 첫 연주를 하는 소중한 경험도 했죠.”

이어 “페트렌코는 오래 존경한 마에스트로”라며 “그분의 에너지와 유머로 음악적인 영감도 많이 받았다. 창문도 없는 곳에서 오랫동안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녹음을 하는 과정은 모두에게 힘이 들지만 그 분이 분위기를 업시켜줘서 즐겁게 녹음했다”고 밝혔다.

에스더 유는 미국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낸 후 벨기에, 독일, 영국 등에서 자양분을 얻어 음악적 기반을 다진 바이올리니스트다. 2010년 제10회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3위), 2012년 제75회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4위)에서 최연소 입상하며 주목받았다.

“외국에 오래 살다 보니 한국에서는 저를 외국사람으로 보는 분들도 계신 것 같아요. 하지만 아무리 외국에서 오래 살아도 저는 한국 사람이에요. 제가 처음 배운 언어도 한국말이었어요. 어디서 살든 영어, 불어, 독어를 배우고 쓰지만 집안에서는 한국어를 쓰고 학교다닐 때는 도시락으로 밥과 계란말이를 싸갈 정도로 한국음식을 먹어요.”
 

에스더 유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사진제공=마스트미디어)

 

그는“맵고 뜨거운 음식을 먹으면서 ‘시원하다’ 하는 제가 한국사람이라고 많이 느낀다”며 “여러 나라를 돌며 연주활동을 하면서도 한국음식, 특히 된장찌개가 너무 먹고 싶은데 맛있는 데를 찾기가 힘들어서 제가 직접 끓이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제가 만든 된장찌개가 너무 맛있어요. 외국 친구들도 된장찌개를 끓여달라고 할 정도죠. 어려서는 잘 못느꼈지만 코로나 이후 피부 색 때문에 오해를 받기도 하고 안좋은 경험들도 했어요. 스무살이 넘어서는 중요한 갈라 연주에 초대받아 연주하는 기회들이 많았어요. 한번은 벨기에에서의 갈라 연주였는데 로열패밀리를 만나 인사할 일이 생겼죠. 저는 벨기에에서 오래 활동했고 제가 누군지, 무슨 역할을 했는지 알고 계시는 조직의 상급자가 제 코앞에서 문을 닫았어요. 전 문을 밀고 들어갔지만 소수민족(마이너리티)으로서 첫 경험이었죠.”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국에 오래 머물면서 “그 전까지도 제가 한국인이라고 생각했지만 한국에 오래 머물면서 그 사실을 더 깊게 느꼈던 것 같다”며 “한국에 오래 있었던 게 좋은 경험”이라고 밝혔다. 마흔살의 모습에 대한 질문에 에스더 유는 “제가 너무 사랑하는 음악을 계속하고 싶다”는 바람을 털어놓았다.

“다양한 음악가들과 작업을 하고 다양한 음악에 도전하는 걸 꾸준히 하고 싶어요. 나이가 들면 배우는 것도 많아질테고 경험도 많아지니 느끼는 감정도 깊어지죠. 그걸 음악에 담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한 일이에요. 살면서 느끼는 감정들, 생각들을 음악에 담아 표현하는 제 모습이 너무 기대가 됩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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