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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파격 베드신에 가려지지 않기를… 배우 연우진의 재발견!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人더컬처]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통해 이미지 변신 나서
"본능을 쫓는 인간의 디테일한 감정에 욕심나 출연 결심"

입력 2022-02-21 18:00 | 신문게재 2022-02-2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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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영화 ‘친구 사이?’로 데뷔한 연우진은 각종 드라마를 섭렵, 영화 ‘궁합’, 최근 개봉한 ‘특송’에 이어 지난 16일 첫 방송한 JTBC ‘서른, 아홉’까지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제공=제이앤씨미디어그룹)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 하지만 9년을 기다렸다.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그동안 ‘멜로가이’로 불린 연우진의 연기 목마름을 채워 줄 한 줄기 빛이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성공적으로 마친 장철수 감독은 소년같은 얼굴에 다정한 남자의 전형이었던 연우진에게  ‘금기된 사랑과 위험한 유혹’을 담은 시나리오를 건넸다. 청소년관람불가의 파격적인 장면이 가득한 이 영화는 출세를 꿈꾸는 모범병사 무광(연우진)과 사단장의 젊은 아내 수련(지안)이 넘어서는 안 될 신분의 벽과 빠져보고 싶은 위험한 유혹 사이에서 갈등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시나리오를 2014년 처음 받았어요. 당시에는 한 인간의 파격적인 사랑을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다면 세월이 흐를수록 욕망을 쫓는 인간 군상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그 나이대에는 지금의 연기가 나오지 않았을 것 같아서 후회는 없어요. 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 인간이 변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날 것의 작업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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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의 연우진.(사진제공=제이앤씨미디어그룹)

 

극중 연우진이 맡은 무광은 군인으로서 출세해 고향의 아내와 아이를 잘 먹이는 게 유일한 꿈인 소박한 청년이다. 뼈 속까지 타고난 군인이자 인민의 영웅인 사단장이 애지중지하는 젊은 부인의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출세를 위한 선택이 욕망으로 치달으면서 비극은 시작된다. 영화는 가상의 국가를 배경으로 내세우지만 북한 사투리와 독재자에 대한 우회적인 묘사로 ‘엄격한 사상과 반대되는 육체적 쾌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는 격정적인 베드신을 위해 고향인 강릉에서 보낸 특별한 준비기간을 고백했다. 그로 인해 최근 방영중인 화제작 ‘서른, 아홉’의 현장에서 가장 까만 피부톤으로 고생 중이라는 그는 “강릉 바닷가를 걸으며 자연 태닝도 하고 순두부와 커피를 마시며 다이어트를 했다”면서 “그런데 아직도 피부톤이 돌아오지 않고 있어 난감하다. 나름 노메이크업 투혼의 결과”라고 수줍게 웃어보였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2005년 발간된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마오저둥의 열렬한 지지자인 군인 우다왕이 사단장의 아내 류롄의 유혹에 빠진다는 파격적인 내용의 이 소설은 출간 직후 중국정부로부터 판매금지를 당했지만 되려 그 화제성으로 전 세계 20여개국 국가에서 출간된 화제작이다. 마오저둥의 정치 슬로건인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소설 제목이자 동시에 극중 무광의 신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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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의 연우진이 인터뷰 직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제이앤씨미디어그룹)

 

“물론 책도 읽어봤어요. 개인적으로는 영화가 체제보다 인간을 더 강조한 느낌입니다. 쾌락의 끝을 본 인간을 통해 ‘과연 사상이나 이데올로기가 뭘까?’라는 물음을 던지는 영화랄까요. 책 속에 ‘예술이라는 건 총이나 수류탄이 아니다. 예술은 노래이자 교향곡’이라는 문장이 지금도 가슴에 남아있어요. 관객들이 크고 깜깜한 극장에서 은밀하지만 솔직한 감정을 느끼며 인간 본연을 짙게 들여다 보셨으면 합니다. 실제로 촬영장에 갈 때마다 ‘영화를 위해 복무한다’는 다짐을 하곤 했어요. 개인적으로는 ‘가족을 위해 복무한다’에 가까웠지만요.”

청불이란 장르에 맞게 배우들의 수위 높은 노출은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아찔한 사랑의 감정이 후반부로 갈수록 파격적인 장면으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전라의 두 배우들은 다양한 체위와 공간에서 서로의 몸을 끊임없이 탐한다. 그는 “짐승 같으면서 변태스럽게 ‘이런 사랑이 있을 수도 있나’라는 의문을 던질 정도로 욕망을 추구하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면서 “베드신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비록 내 대사는 아니지만 인간의 궁극적인 목표는 잘 먹고 잘 사는 것이라는 그 대사가 마음을 움직였다”는 말로 관객들을 향한 당부를 전했다. 이어 “촬영 소식을 듣고 많은 감독들과 동료배우들이 현장에 놀러 온다고 할 때마다 말리느라 힘들었다. 촬영장에서 주로 다 벗고 있는데다 일정이 빠듯했기에 다시 옷을 입기가 힘들었다”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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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촬영 전날 상대배우인 지안 씨와 항상 회의를 하고 헤어졌었다. 덕분에 동선을 짜고 미리 맞춰보고, 아무도 상처받지 않으면서 우왕좌왕하지 않는 현장을 준비할 수 있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사진제공=제이앤씨미디어그룹)

 

“시사회 직전까지 후시녹음을 했어요. 새벽에 추운 날씨에 모든 걸 끝내고 나오는데 정말 후회가 없더라고요. 하얗게 불태운 기분이 어떻다는 걸 느꼈으니까요. 솔직히 다른 배우가 이 작품을 하면 배가 아플 것 같았어요. 연기를 하면서 처음으로 느낀 감정이었죠. 조금 더 안정적이고 상업적인 선택도 있었지만 새로움과 혁신적인 것에 대한 도전만큼은 후회가 없습니다. 그게 여태까지 살아온 제 삶이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작품 속의 도구, 미장센으로 잘 쓰여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버킷리스트이기도 한데 내년, 마흔이 되기 전에 순례길을 걸어보려고 해요. 인간 연우진에게 좀더 솔직해진다면 더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테니까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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