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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유아인 “사이비 교주 연기 위해 눈 크기까지 연구했죠”

[人더컬처] 넷플릭스 '지옥' 유아인

입력 2021-12-06 18:30 | 신문게재 2021-12-0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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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의 정진수를 연기한 배우 유아인 (사진제공=넷플릭스)

 

“신의 의도는 명확합니다. 우리는 더 정의로워야 합니다.”

까치집이 앉은 듯 덥수룩한 머리, 허공을 쳐다보는 눈은 빛을 잃어 생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좀처럼 화를 내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조곤조곤 신의 뜻을 전달하는 이 남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의 사이비 교주 새진리회 의장 정진수 역은 배우 유아인(35)이 아니면 생각하기 힘들 듯 하다. 최근 본보와 화상으로 만난 유아인은 “눈에서 빛이 보이지 않고 흰자만 검은자만 존재할 수 있도록 눈의 크기까지 연구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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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의 정진수를 연기한 배우 유아인 (사진제공=넷플릭스)

“정진수 연기에 앞서 사이비 종교 교주들의 영상을 살펴보니 흔히 떠올리는 ‘믿습니까’라고 소리치는 모습보다 나지막하고 조곤조곤하게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마력을 갖고 있었어요. 정진수는 보통 사람들과 달리 허공에 떠있는 인물이란 생각에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대중을 블랙홀처럼 흡수하는 에너지를 표현하려고 했죠.” 


‘지옥’의 정진수는 갑작스런 지옥행 고지를 받는 초자연적 현상을 ‘신의 계시’라고 정의하며 대중을 현혹하는 인물이다. 

정진수가 수장인 새진리회는 사람들의 공포를 바탕으로 정보를 움켜쥐고 권력을 잠식한다. 

새진리회의 수족이라 할 수 있는 화살촉은 새진리회에 반대되는 의견을 내놓는 이들을 찾아가 집단 테러를 가하고 이를 생중계하며 침묵을 지킨 평범한 시민들까지 간접적으로 폭력에 가담케 만든다. 

 

“지금 마주하고 있는 현실과 비슷하지 않나요? ‘지옥’이 공개되고 한 시간도 채 안 돼 내용을 다 본 것처럼 악플을 단 시청자도 계셨어요. 모든 것들을 다 아는 것처럼 마침표를 찍고 평가하는 분들, 한 줄의 기록, 유튜브에서 접한 5분의 정보를 맹신하는 사람들의 믿음과 신념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공포스럽습니다.” 

극 중 현상처럼 ‘지옥’행 고지를 받고 남겨진 시간이 얼마 안 남는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유아인은 “실제로 고지를 받지 않았지만 20대를 그렇게 (고지를 받은 것처럼) 살아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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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의 정진수를 연기한 배우 유아인 (사진제공=넷플릭스)

 

“상당히 느끼한 겉멋과 허세에 찌들어 살았어요. ‘나는 서른살쯤에 죽을거야’ 라고 생각하며 살았죠. 그런데 저같은 사람이 많더라고요. 정진수와는 좀 달랐지만(웃음). 덕분에 내일 죽어도 상관없을 것 같은 에너지로 저를 과감하게 던지고 도전하고 실험하며 살아갈 수 있었어요. 정진수를 연기하며 그 무렵의 제가 떠올랐죠.”  

 

그런 마음가짐으로 연기한 덕분일까. 유아인의 이름 석자를 알린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문재신, 영화 ‘베테랑’의 안하무인 재벌 3세 조태오, 드라마 ‘밀회’의 천재피아니스트 이선재까지 그가 연기한 인물들은 한결같이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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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촬영 중 대본을 확인하는 유아인 (사진제공=넷플릭스)

 

“선 굵은 캐릭터를 연기할 때마다 큰 사랑을 받았지만 때로 저를 프레임에 가두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다른 시도와 실험을 통해 저의 가능성을 다지곤 하죠. 이번에 정진수란 강한 에너지를 가진 인물을 연기한 것 또한 유아인의 레벨업을 보여드리고 싶었죠.” 

 

‘지옥’은 공개 직후 단 하루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1위에 우뚝 올라서며 ‘오징어게임’의 기록을 단숨에 깼다. 유아인은 “어떤 한국 분이 ‘세계 무대에 내놓으려면 유아인이 제격이지’라는 댓글을 남긴 걸 보고 너무 기분이 좋았다. 마치 국가대표가 된 느낌”이라면서도 “관객의 기대치가 높아짐에 따라 조금의 빈틈도 허용치 않는 칼날같은 시선에 연기가 늘 어렵게 느껴진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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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의 정진수를 연기한 배우 유아인 (사진제공=넷플릭스)

 

글로벌 OTT 플랫폼과 K콘텐츠가 만나면서 연이은 세계 흥행으로 세계 콘텐츠 시장이 한국을 주목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는 “크게 의식하지 말고 본질에 집중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소신을 전했다. 

“1000만영화가 만들어지면 그 공식을 따라 아류작이 생기는 현상을 지양하기 위해 작품을 위한 본질에 집중했으면 좋겠어요. 연기도 해외 시장과 내수시장이 다를 이유가 없어요. 제게 주어진 연기라는 원석을 끊임없이 세공하면서도 세상에 던져 반응을 들어보며 제 중심을 찾아가려고 합니다. 그게 글로벌 시장에 가장 긍정적으로 대응하는 방법 같아요.”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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