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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한국홍보전문가 서경덕 “우리 문화·역사 알리기 넘어 즐기기까지”

[허미선 기자의 컬처스케이프]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입력 2021-07-02 18:00 | 신문게재 2021-07-0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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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덕 한국홍보전문가
한국홍보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사진제공=한국문화재재단)

 

“처음 시작할 때랑 지금은 천지개벽 수준이죠. 처음 유럽 배낭여행을 갔는데 한국을 너무 모르는 거예요. 다들 처음 만나면 ‘From China?’ ‘From Japan?’ ‘North Korea? South Korea?’라고 물어요. 너무 안알려져 있어서 놀랐고 자존심이 상했죠. 고등학교 때 세계경제대국 11위라고 배웠으니 ‘From Korea’라고 하면 다들 알아줄 줄 알았거든요.” 

 

갓 스무 살의 청년 서경덕은 그렇게 “한국 알리기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해외에 우리 문화와 역사를 제대로 알려야겠다” 마음 먹었다. 그렇게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27년을 한국홍보전문가로 꾸준히 ‘한국’이라는 브랜드 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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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덕 교수는 일본 도쿄올림픽 홈페이지 독도 표기에 항의와 더불어 독도의 대형 태극기를 정비하고 돌아왔다.(사진제공=서경덕 교수)

2020도쿄올림픽 홈페이지의 독도 표기에 이의를 제기하고 IOC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측에 ‘삭제 요구’ 항의 메일을 보낸 그는 지난 21~26일 독도에 머물며 태극기를 정비하고 돌아왔다.

 

(사)독도사랑운동본부와 함께 대형 태극기(가로 2.8m, 세로 1.8m)의 도색작업과 홍보영상을 제작했다는 서경덕 교수는 “중국은 김치도, 한복도, 판소리도, 매듭도 자기네 거라고 왜곡하고 있다”며 “잘못된 건 ‘잘못됐다’ 정정당당하게 얘기해서 바꿀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가는 게 국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방탄소년단, 영화 ‘기생충’ ‘미나리’, 드라마 등 K콘텐츠가 그 어느 때보다 각광받는 시대예요. 노래 하나, 영화 한편, 드라마 한편의 경제적 가치만이 아니라 그들의 의상, 음식문화, 말, 소품, 스토리텔링 등이 전세계적으로 힘을 발휘하고 있죠. 그게 문화의 힘이고 그것을 지탱해나갈 수 있는 기반이 역사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에 “기본적인 역사의 정립이 가장 중요하다”는 서경덕 교수는 “글로벌 시대가 되면서 우리의 것을 잘 지켜나가는 게 쉽지만은 않은 세상이다. 우리 것을 잘 지켜나가기 위해 우리 문화와 역사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문화와 역사를 알아나가는 교육시스템이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시대에 맞게끔 교육도 바뀌어야죠. 독도 문제를 예로 들면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엄연히 대한민국 땅이라는 건 다 알고 있어요. 당연히 알아야 하는 사실에 덧붙여 일본의 ‘독도 야욕’ 이유가 무엇이지, 그 야욕과 왜곡에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하는지 등에 대한 교육이 더 중요해지고 필요해졌죠.”

 

 

◇K콘텐츠 열풍, 그래서 더 중요해진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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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빈센조'의 비빔밥(사진=방송화면 캡처)

 

“한국 드라마는 OTT 등을 통해 한국 사람 뿐 아니라 전세계 사람들이 봐요. ‘빈센조’나 ‘조선구마사’ 등의 문제는 PPL이 아니에요. 한국 드라마에 한국 대표 한식 콘텐츠인 비빔밥이 나오는데 한자가 적힌 용기가 부각돼요. 잘 모르는 외국인들은 중국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어요. 작가, 제작자, PD 등 드라마를 비롯한 창작 관계자들은 우리의 콘텐츠가 전세계에 오픈돼 있음을 주시해야하는 입장이죠.” 

  

이어 “특히 조선의 실존인물을 등장시킨 콘텐츠가 왜곡됐을 경우 한국 뿐 아니라 외국에서까지 왜곡될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K콘텐츠를 다루는 데 보다 신중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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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6일 서경덕 교수는 수원 화성행궁에서 열린 ‘막걸리빚기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기념행사에서 '막걸리의 세계화'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했다(연합)

 

“막걸리 빚기 문화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고 김장 문화가 유네스코 세계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어요. K콘텐츠와 더불어 유네스코에 등재된 우리문화유산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어요. 유네스코 등재, 국가문화재 지정으로 끝이 아니라 우리 문화와 그 가치를 올바르게 알리고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죠.”

 

이렇게 강조한 서경덕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우리 것을 우리부터 정확하게 아는 것이 가장 우선이고 출발점”이라며 “더불어 세계인들에게 정확하고 전방위적으로 알릴 수 있는 홍보툴 정비가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왜곡에 대응하는 식이 아니라 K콘텐츠를 통한 문화 수출로 세계인들이 정확히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렇게 올바른 한국의 역사, 문화를 알게 되는 세계인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들의 섣부른 우리 역사·문화에 대한 왜곡이 어려워질테니까요.”

 

 

◇ ‘2021 문화유산방문캠페인’과 내 주변 그리고 한국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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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홍보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사진제공=한국문화재재단)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나면 해외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찾을 거예요. 그렇게 한국을 찾은 이들이 만족하고 돌아가 더 많은 이들에게 한국을 알리고 싶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산업화 전략이죠.” 

 

이렇게 전한 서경덕 교수는 “이제 6개월여가 남은 2021년은 중국, 일본 등의 역사왜곡에는 단호히 대응하며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호감을 가지고 한국에 온 사람들을 수용할 콘텐츠와 프로그램, 인프라가 준비돼 있는지를 점검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을 보탰다. 

 

“이 시기를 잘 보내면 콘텐츠가 힘을 발휘하고 경제를 살리는 ‘문화강대국’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우리의 역사, 문화, 콘텐츠는 이미 너무 좋거든요. 하지만 연간 한국 방문객이 3000만명도 안될 정도로 너무 알려지지 않았어요. 2030년까지 한국방문객 5000만명 시대가 될 수 있도록 정부는 물론 민간 차원, 개인들까지 차근차근 준비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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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덕 교수는 제2회 문화유산방문캠페인 홍보대사로 나섰다(연합)

그가 문화재청이 주최하고 한국문화재단이 주관하는 ‘문화유산방문캠페인’의 홍보대사로 나선 이유기도 하다.

 

올해로 2회를 맞는 ‘문화유산방문캠페인’은 경주·안동의 ‘천년 정신의 길’, 공주·부여·익산의 ‘백제고도의 길’, 전북·전남의 ‘소릿길’, 제주의 ‘설화와 자연의 길’, 서울·경기 ‘왕가의 길’, 2019년, 2018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서원, 산사 등을 포함한 ‘서원의 길’ ‘산사의 길’에 선사시대 자연과 문화 발자취를 따르는 ‘선사지질의 길’, 동해안의 관동팔경을 여행하는 ‘관동 풍류의 길’, 낙동강 줄기를 따라 꽃피운 ‘가야 문명의 길’ 등 테마별 방문코스 10개를 선정해 소개하고 있다.  

 

더불어 타임스퀘어에 ‘한복’을 주제로 한 영상을 시작으로 영국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 태국 방콕시티센터, 호주 시드니 중심,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 ‘한식’ ‘한옥’ 한글‘ 등을 키워드로 하는 글로벌 광고 영상을 한달씩 순차 송출하는가 하면 ’2021년 두바이 엑스포‘ 한국관 참가, 글로벌 MZ세대들이 열광하는 ’메타버스‘의 실감형 콘텐츠(제페토), 인천공항 내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 디지털 홍보관’ 등으로 우리 문화유산과 전통문화를 알릴 계획이기도 하다. 

 

“문화가 아무리 훌륭하고 콘텐츠가 풍부해도 관광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관심도, 방문행렬도 금세 사그라질 수밖에 없어요. 문화유산방문캠페인에서의 문화유산 코스 개발과 더불어 숙소, 교통 등 다양한 관광 인프라 개선 방안을 준비하고 마련한다면 훨씬 더 좋은 상황이 될 겁니다.”

 

아울러 “문화유산방문캠페인이 제시하는 유적지 체험도 좋지만 우선순위는 내가 살고 있는 주변의 유적지, 의미 있는 공간 방문”이라며 “저 역시 ‘한국의 재발견’이라는 캠페인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방문하는 캠페인이에요. 한국에 정말 갈 곳이 많아요. 곧 휴가철이기도 하죠. 알려지지 않았지만 갈만한 데를 소개하고 콘텐츠를 모아 집대성할 수 있는 툴을 만들고자 합니다. 우리 문화콘텐츠를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를 정확하게 점검할 수 있는 계기로 삼는다면 정부기관도, 시민사회도 내년엔 훨씬 더 좋은 캠페인을 벌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포스트 코로나, 문화강국으로의 도약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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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덕 교수는 배우 송혜교와 함께 김구 선생의 피난처에 부조를 기증했다(사진제공=서경덕 교수)

“코로나19로 K콘텐츠 열풍과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면서 한국 여행을 하고 싶어 하는 이들도 늘고 있어요. 여행이 가능해지면 한국 문화를 체험하기 위한 세계인들이 몰려들 거예요. 그럴 때를 대비해 지금 준비해둬야죠. 과장되게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우리 문화를 어떻게 잘 전달하느냐가 중요해졌어요.”  

 

이렇게 전한 서경덕 교수는 “우리는 정부보다 민간사회의 힘이 커지는, 시민들의 작은 움직임 하나가 국가의 정책과 전략을 바꿔갈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에 정부 뿐 아니라 민간차원에서의 움직임도 중요해졌다”며 “도쿄올림픽에서의 독도 문제도 관심이 식어가고 있다. 그들이 철회하기까지 꾸준히 지속할 힘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을 보탰다. 

 

“향후 2030년까지가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린 중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것도 스스로 못지키면 다른 나라에 뺏길 수 있음을 알아야 해요. 왜 ‘한국’이라는 자체가 중요한 콘텐츠이고 한복이 우리 것인지가 중요한지,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이 왜 필요한지 등을 고민하며 더 많은 관심과 자긍심을 가지려는 개개인의 노력이 중요한 때죠.” 

 

그리곤 “개개인의 경험이 모여 만들어내는 힘의 가치”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첫 배낭여행을 갔을 때 가장 좋은 이미지를 받은 나라가 벨기에”라며 “거리가 깨끗하고 음식이 맛있어서가 아니라 목적지를 찾지 못해 헤매는 저와 20분을 같이 헤매며 데려다 준 아저씨에 대한 기억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때의 경험이 25년이 지난 지금도 ‘프롬 벨기에’라면 다 좋아 보여요. 정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죠. 그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개인의 경험이 주변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국가 이미지가 바뀌는 거죠. 정부 뿐 아니라 민간 차원, 개인의 작은 노력들이 국가 브랜드를 바꾸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하죠. 그게 우리 문화를 지켜나가는 가장 중요한 방법 같아요.”

 

 

◇커넥터로서의 책무, 알리기를 넘어 즐기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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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덕 교수는 지난 4월 '놀면 뭐하니?'의 김태호 PD와 '김장문화' 다국어 영상을 제작했다(사진제공=서경덕 교수)

 

“예전에 김장방학이 있었던 걸 아세요? 세계김치연구소, 대상종가집과 김치문화의 역사편 영상을 만들면서 정말 재밌고 신선한 문화들을 발견했어요. 제대로 계승했어야 하는데…아쉬웠고 반성을 많이 했죠.”  

 

지난 4월 MBC ‘놀면 뭐하니?’ 김태호 PD와 함께 제작해 유튜브에 게재된 다국어 김치홍보 영상은 현재 2탄 제작이 한창이다. 

 

“행동하는 컨덕터도 중요하지만 저희 세대는 그런 전통문화를 현대에서 미래까지 잘 전달해줄 수 있는 커넥터가 돼야할 것 같아요. 과거의 것을 미래 세대에 잘 전달해줄 수 있는 커넥터 역할을 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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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홍보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사진제공=한국문화재재단)

같은 선상에서 서경덕 교수는 한류스타 송혜교와 독립운동 역사 제대로 알리기를 비롯해 몬스타엑스, 뉴이스트, 박세리, 싸이, 이영애 등과 우리 역사와 문화 알리기를 다각도로 진행하고 있다. 그는 “전세계에 분포된 팬들이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며 “그들과 함께 한 일이 외신에 소개되고 더 많은 이들이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알게 되는 힘을 발휘한다”고 밝혔다. 

 

“전통문화를 잘 활용한다면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는 정말 맞는 말이에요. 우리조차 전통문화를 잘 몰라서 창의적인 게 잘 안나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본질을 알아야 하죠. 옛것 그대로를 가져와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 문화, 역사가 가진 본질을 잘 이해해 현대사회에 맞게 변화를 주고 미래 세대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제가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어 “우리의 역사, 문화 콘텐츠로 세계인들과 소통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더불어 우리 생활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알리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에서 한국의 호미, 빨간 목장갑 등이 주목받고 있잖아요. 한옥의 온돌 시스템, 찜질방 문화 등도 엄청 궁금해들 하고 있죠. 우리에겐 당연한데 외국인들에겐 생소하면서도 유용한 생활문화 관련 콘텐츠들을 좀 더 알려볼 계획이에요. 스무 살부터 27년을 해온 일들을 계속 열심히 하고 싶어요.”

 

그는 더불어 “우리 문화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도 신경써야할 부분이다. 그래야 그들도 우리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려고 할 것”이라며 “일방적인 알리기 보다 그들 문화와 역사를 먼저 알고 존중하면 분명 기회는 올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지금까지가 제 인생의 1부라면 2부가 될 향후 30년은 좀 더 세련된 방법으로 한국문화를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어요. 알리는 걸 넘어 세계인들이 한국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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