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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사연도, 개성도 각양각색…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뜨거웠던 오디션 현장

황정민, 조승우, 설경구, 장현성, 김윤석 그리고 김재범, 김무열, 정문성, 최재웅 등 발굴한 김민기 작·연출, 정재일 음악감독의 '지하철 1호선'
469명 중 선발된 79명의 최종 오디션 현장, ‘팬레터’의 ‘내가 죽었을 때’부터 ‘노트르담 드 파리’ ‘킹키부츠’ ‘드라큘라’ ‘레미제라블’ ‘넥스트 투 노멀’ ‘시라노’ ‘헤드윅’ 등 불러

입력 2019-07-1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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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1호선

 

“요즘 배우들을 보고 있으면 예전에 비해 테크닉이 뛰어나요. ‘지하철 1호선’은 새 시즌을 올릴 때마다 전배역 오디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신예들, 경력단절 배우들에게 큰 기회가 되죠.”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배우로 시작해 10년만에 다시 시작한 지난해 안무감독으로 함께 했던 임현주 배우 겸 안무가는 “학전 오디션의 장점”이라고 표현했다.


◇제2의 황정민, 조승우, 배해선을 찾아서


지하철 1호선
뮤지컬 ‘지하철 1호선’에 출연했던 황정민(위부터), 설경구, 정문성(사진제공=학전)

임현주 안무가의 말처럼 1994년에 초연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황정민, 조승우, 설경구, 장현성, 김윤석, 김희원, 배성우, 배해선, 방은진 그리고 김재범, 김무열, 정문성, 최재웅 등 공연계는 물론 스크린, TV 등에서 활약 중인 배우들을 발굴한 작품이기도 하다. 


‘지하철 1호선’은 ‘아침이슬’ 등으로 유명한 뮤지션이기도 한 김민기가 1991년 극단 학전을 설립하고 1994년 초연해 2008년까지 공연되다 지난해 10년 만에 부활한 작품이다.

독일의 폴커 루트비히가 집필하고 비르거 하이만이 작곡한 뮤지컬 ‘라인 1’(Line 1)을 김민기 각색·연출, 정재일 음악감독이 의기투합해 한국화한 작품이다.

지난해 10년만의 부활을 축하기 위해 원작자들이 다녀가기도 한 ‘지하철 1호선’은 연변처녀 선녀가 백두산 관광 중 만나 결혼을 약속한 남한 남자 제비를 찾아 서울로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녹록치 않은 서울 살이에서 만나는 인간군상의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유쾌하게 때론 서글프게 담긴 ‘지하철 1호선’에 출연하는 11명의 배우는 100명에 가까운 캐릭터를 소화해야 한다.

재능 있는 배우들을 발굴하기 위해 학전은 매 시즌 전 배역 오디션을 실시하고 있다. “오디션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배우들의 푸념처럼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기회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올 10월부터 공연될 ‘지하철 1호선’ 무대에 오를 배우들을 뽑기 위한 오디션도 어김없이 치러졌다.

7월 15, 16일에는 5월 24일부터 6월 24일까지 서류 접수를 한 469명(여자 276명, 남자 193명)이 7월 1, 2일 1차 지정곡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79명(여자 42명, 남자 36명)의 최종 오디션이 진행됐다. 

 

지하철1호선_공연사진12
지난해 10년만에 재공연된 ‘지하철 1호선’(사진제공=학전)

 

자유곡, 지정연기, 자유안무 순으로 진행된 오디션에는 김민기 연출이자 학전대표를 비롯해 임현주 안무가, 지난해 ‘지하철 1호선’의 조연출이자 배우 김은영, 노래지도 이민지, 윤정윤 연출부 팀장이 심사위원으로 나섰다.

심사기준에 대해 배우이기도 한 김은영 조연출은 “최종오디션이다 보니 김민기 선생님의 기준을 많이 염두에 두고 심사를 한다”며 “1인 다역을 소화해야하는 작품이다 보니 다양한 역할로 변신하는 능력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감각과 템포, 센스 그리고 배역을 넘나들며 상대방 배우에게 주는 영향이 중요합니다. 짙은 캐릭터가 보이면 ‘지하철 1호선’ 오디션에서는 오히려 불리해요. 연기도 기능적인 부분보다는 다양한 역할을 무대에서 거칠게 서로 주고받는 능력이 중요하죠. 특히 서민적이고 자극적인 반응을 상대 배우의 호흡에 맞게 받아치는 리액팅이 가능한지를 중점적으로 봤습니다.”


◇각양각색의 사연과 개성을 지닌 가능성 충만한 배우 지망생들의 향연
 

지하철 1호선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오디션 현장(사진제공=학전)


“한국어 대사를 잘 전달하고 특유의 맛을 살려 표현하는 능력을 봐야하는데 가장 적합한 것이 판소리죠. 지난해에는 남자는 ‘흥보가’, 여자는 ‘춘향가’를 연기하게 했어요.

‘지하철 1호선’ 관계자에 따르면 “대사 전달력과 맛을 살린 연기력을 가늠하기 위해 선택된” 올해의 지정 연기는 판소리 5바탕(춘향가·심청가·흥보가·수궁가·적벽가) 중 ‘수궁가’(남자)와 ‘춘향가’(여자)였다.

최연소 참가자인 스무살의 권강민과 불혹을 넘긴 김홍석을 비롯해 늦깍이 배우 지망생인 대학원생, 미리 4번의 졸업작품을 마치고 현업에 뛰어들 채비를 마친 대학 졸업예정자, 배우를 꿈꾸며 아역배우로 데뷔했지만 갑자기 어려워진 가정형편 때문에 접었던 꿈을 다시 꺼내든 청년, 성악과 출신의 앙상블 배우, ‘영웅’ ‘명성황후’ ‘만덕’ ‘이육사’ ‘안나라수마나라’ 등에 크고 작은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들까지 참가자들의 사연도, 개성도 각양각색이었다.

자신들의 개성을 잘 드러내는 자유곡으로는 다수의 참가자가 부른 ‘팬레터’의 김해진 넘버 ‘내가 죽었을 때’ 그리고 ‘노트르담 드 파리’ 중 그랭구아르의 ‘달’(Lune)과 콰지모도의 ‘불공평한 이 세상’(Dieu Que Le Monde Est Injuste), ‘킹키부츠’ 중 롤라 넘버 ‘홀드 미 인 유어 허트’(Hold Me in Your Heart)와 찰리의 ‘소울 오브 맨’(Soul of Man) 등이 작품의 인기를 증명하기도 했다.

더불어 임형주의 가곡 ‘천개의 바람이 되어’부터 ‘드라큘라’의 ‘더 롱거 라이브’(The Longer Live), ‘넥스트 투 노멀’의 ‘아임 얼라이브’(I’m Alive), ‘시라노’의 ‘나 홀로’(Alone), 만덕 ‘얼마나 기다렸나’, ‘헤드윅’의 ‘미드나이트 라디오’(Midnight Radio), ‘스프링 어퀘이크닝’의 ‘돈 두 새드니스’(Don’t Do Sadness), ‘웃는 남자’의 ‘모두의 세상’, ‘레미제라블’ 중 ‘자베르의 자살’(Javert‘s Suicide), ‘에어포트 베이비’ 등 다양한 작품의 넘버들이 불렸다.

지정 연기인 ‘수궁가’ ‘춘향가’ 역시 똑같은 부분이 주어졌음에도 단순하게 대사만을 읊는 참가자부터 구성지게 혹은 코믹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저마다의 개성을 담아 표현했다.


◇이래저래 인상 깊은 최연소 참가자, 스무살 권강민
 

지하철 1호선 권강민
7월 15일 ‘지하철 1호선’ 오디션에 참가한 스무살 권강민(사진제공=학전)
“최연소 참가자인데 스무살이라고 해서 놀랐어요. 어린 나이에 비해 에너지도 넘치고 표정도 너무 좋아서 좋은 배우들이 많이 자라고 있구나 생각했죠.”

노래지도를 맡은 이민지 심사위원의 전언처럼 인상적인 권경민은 펜실베니아에서 살다 가족과 함께 귀국했다.

“생애 첫 외부 오디션이었던 만큼 긴장되면서도 준비한 만큼 재밌게 보여준 것 같아요. 정말 하고 싶은 역할은 ‘안경’이지만 어떤 역할이든 받을 수 있다면 열심히 연구해서 관객에게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이렇게 오디션 소감을 밝힌 권강민에게 “왜 ‘넥스트 투 노멀’의 ‘아임 얼라이브’를 자유곡으로 골랐는가”라고 묻자 “오디션 준비를 하면서 ‘지하철 1호선’ 노래를 굉장히 많이 들었다. 작품의 넘버와 비슷한 분위기면서 정말 무대 위에서 놀 수 있는 곡을 찾다 선곡했다”고 답했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펜실베이아 발음”으로 아침에 기상해 오디션장으로 오면서 지하철에 겪은 과정을 영어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런 권강민에게 미국에서 오래 살다 와 지정 연기 ‘수궁가’를 준비하기 어렵지 않았는지를 묻자 “오히려 반가웠다”고 답했다.

“고등학교 때 공부하면서 ‘수궁가’ ‘춘향전’ ‘심청전’ 등을 열심히 공부한 적이 있어요. 최대한 일상에서 쓰는 저만의 언어로 해석해 전달하려고 했죠.”

자유안무에 대해서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타잔’을 보고 준비했다”며 “제가 대단한 테크닉을 가진 것도 아니고 아크로바틱에도 약하기 때문에 최대한 안무로 연기를 보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전했다.

“스토리를 찾기 위해 타잔을 무용으로 연기하려고 했어요. 관객들이 저를 보러 와주는 다재다능한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에요. 정석적인 배우가 아닌 ‘권강민’이라는 저만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올해의 ‘지하철 1호선’은 OB들의 홈커밍

지하철 1호선
지난해 10년 만에 돌아온 ‘지하철 1호선’을 축하하기 위해 독일의 원작자와 출연배우들, 김민기 대표가 모였다(사진제공=학전)

 

“지난해에는 ‘10년 만에 달리는 지하철 1호선’이었다면 올해는 OB들의 홈커밍 혹은 귀환의 해로 삼고자 합니다.”

김민기 대표는 10월 학전 블루에서 공연될 ‘지하철 1호선’에 대해 이렇게 전하며 “작년에는 OB들이 카메오로 2018년의 배우들과 같은 무대에 올라 공연했다면 이번에는 아예 1주일을 통으로 홈커밍 주간으로 삼고자 한다”고 귀띔했다.

“그 주간의 이름은 아직 생각 중입니다. 아직 세부적인 내용이나 이벤트는 계획 중이지만 그 일주일 동안은 전 배역을 OB들로 꾸려 공연될 예정입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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