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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음악에 미술 덧칠하는 록밴드 OK Go

[권익도의 White Cube] 독보적인 비주얼 뮤직비디오… 록밴드 오케이고(OK Go)

입력 2015-08-17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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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고
오케이고(OK Go)의 ‘니딩/게팅(Needing/Getting)’ 뮤직비디오. 이들은 쉐보레 차를 드럼 스틱으로 삼고 55대의 피아노, 288대의 기타 등 총 1100여개의 악기를 연주한다. (출처: 유튜브)

 

평소 음악을 들을 때 ‘보는 즐거움’을 덧칠한다는 건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다. 이를테면 시규어로스의 서릿발 어린 목소리에선 그들의 고향 아이슬란드가 생각난다. 다프트펑크의 전자음에선 헬맷과 피라미드 무대가 보인다. 스매싱펌킨스의 빌리코건 목소리를 들으면 청춘 엑기스를 쏟아 부은 것 같은 ‘1979’ 뮤직비디오가 그려진다. 더화이티스트보이얼라이브의 ‘번(Burn)’을 들으면 곱슬머리의 동그란 안경을 쓴 얼렌드 오여가 미소를 머금고, 콜드플레이의 매직을 트는 순간 어느 새 날개 모양의 일러스트 앨범 커버가 떠오른다. 그리고 오아시스를 들을 땐 항상 노엘 갤러거가 욕을 한 바가지 퍼붓는 느낌이 든다. “내 음악은 대단하고, 대단하고, 또 대단하지. 이 쓰레기 같은 놈들아!”

어쨌든 두 가지 감각이 뒤섞여 새로운 경험이 잉태된다는 건 참으로 경이롭다. 우리나라의 아티스트의 경우도 마찬가지. 고(故) 신해철은 서태지를 언급할 때 이렇게 말했다. 음악을 듣기만 하던 청각적 시대에서 시각적 결합의 시대로 넘어가게 한 인물이라고. 매 번 다른 음악 장르를 선보여도 그의 퍼포먼스, 헤어스타일, 패션 등이 가미되면 어느 새 그만의 색깔이 담긴 예술이 창조됐고 지금도 무대에서 색다른 모습을 보면 여전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OK go
오케이고(OK go)의 ‘히어 잇 고우스 어게인(Here IT Goes Again)’ (출처: 유튜브)

 

미국에는 역대급 ‘비주얼’을 뮤직비디오에 녹여내는 밴드가 있다. 바로 미국 얼터너티브 4인조 록밴드 ‘오케이고(Ok go)’다. 이들은 지난 2007년 ‘히어 잇 고우스 어게인(Here IT Goes Again)’이라는 뮤직비디오로 처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런닝 머신 위에서의 앙증맞은 춤사위로 순식간에 유튜브 시대의 ‘총아’라는 별명과 함께 그래미어워즈의 베스트 뮤직비디오 상까지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같은 해에 여세를 몰아 우리나라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도 이들을 섭외했고 무대에 오르자 소떼처럼 뛰어드는 관객들을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아 얘네, 핫하긴 핫하구나’라는 감탄사를 연발했었던 기억이 든다.

그래, 여기까진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해도 수긍할 수 있다. 안무만 조금 특이하게 짜고 무표정으로 런닝 머신 위를 폴짝 폴짝 날아다니면 누구라도 오케이고가 될 수 있었을 지도 모를 테니까.  

 

Ok go
오케이고(Ok Go)의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뮤직비디오 (출처: 유튜브)
Ok go
오케이고(Ok Go)의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뮤직비디오 (출처: 유튜브)

 

그로부터 3년 후 이들은 충격적인 작품 하나로 전 세계를 경악시킨다. 2010년 3월 1일 발표된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뮤비는 게재 직후 입소문을 타고 48시간 만에 140만 뷰(View)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한다.

뮤비 내용은 대략 이렇다. 하나의 구슬이 스피커 버튼과 연결된 줄을 당기고 이들의 음악 연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그 구슬은 또 다시 다른 구슬들을 때리고 여기 저기 널 부러져 있는 타이어, 레고 모형 자동차, 기타, 유리컵, 축구공을 움직이고 피아노마저 부순다. 고체에서 시작된 충돌은 기체로 넘어가고 마지막엔 액체인 빨강, 노랑, 파랑, 초록의 페인트 분사기로 전달돼 이들의 몸에 흩뿌려지면서 끝을 알린다. 이 모든 게 롱테이크 기법으로 촬영됐다는 점! 단순히 독특하기만 한 음악가를 넘어 뛰어난 예술가로서의 탄생을 알린 순간이었다.

이후에도 그들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2012년에는 로스앤젤레스 외곽의 한 농장에서 쉐보레 차를 드럼 스틱으로 삼고 55대의 피아노, 288대의 기타 등 총 1100여개의 악기를 연주하는 ‘니딩/게팅(Needing/Getting)’ 뮤비로 자신들의 스케일이 이만하다(?)는 걸 알렸다.

그것도 성에 안찼는지 작년에는 ‘실망시키지 않을게(I won’t let you down)’ 뮤비를 발표, 뮤직비디오에 새 역사를 쓰고야 만다. 출연자만 2400여명, 드론으로 이들을 하나의 도트로 표현해 인간 픽셀 아트를 완성시킨다. 사전에 철저히 계산돼 반복적으로 표현되는 그림은 마치 레니 리펜슈탈의 ‘의지의 승리’를 생각나게 하는 아찔함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예술을 위한 예술(L’Art Pour L’Art)’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더 빛난다. 제목에서처럼 팬들을 정말 실망시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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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고(OK Go)의 ‘실망시키지 않을게(I won’t let you down)‘ 뮤직비디오는 형형색색의 우산을 든 2400여명의 출연자가 한 곳으로 모여서 인간 픽셀 아트를 완성한다. 사진 속 점들은 우산을 든 사람들을 드론으로 찍은 모습이다. (출처:유튜브)
OKgo
오케이고(OK Go)의 ‘실망시키지 않을게(I won’t let you down)‘ 뮤직비디오는 형형색색의 우산을 든 2400여명의 출연자가 한 곳으로 모여서 인간 픽셀 아트를 완성한다. 사진 속 점들은 우산을 든 사람들을 드론으로 찍은 모습이다. (출처:유튜브)

 

‘실망시키지 않을게’가 포함된 이들의 네 번 째 정규 앨범 ‘헝그리 고스츠(Hungry Ghosts)’는 미국에서 지난해 10월 14일 발매됐지만 국내에는 올해 7월 29일이 돼서야 유통됐다. 국내 팬들은 이 엄청난 뮤직비디오를 보고도 음원 출시만을 초조하게 애태우며 기다린 게 사실이다. 그래서 아쉽고도 설레는 감정으로 글을 작성해봤다. 이들의 행보에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는 또 어떤 특유의 막노동으로 ‘미술적 음악’을 들려줄까 고민해본다. 우주에서 촬영한다에 한 표!

권익도 기자 kid@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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