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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떼창하고 요가하고 밤새 춤추고… 15만명 찾는 음악 축제 '글래스톤베리'

[권익도 기자의 White Cube] 반세기를 거친 영국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입력 2015-07-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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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톤베리
매년 글래스톤베리가 개최되는 영국 남서부의 서머싯(AFP)

 

브릿지경제 권익도 기자 = 1970년. 영국 남서부 서머싯에 사는 한 젊은 농부는 주말 동안 가수들의 공연을 볼 수 있게 자신의 농장을 개방했다. 당시 모인 주민은 대략 1500명 정도.

 

45년이 지난 지금, 이 농장에는 세계 곳곳에서 온 15만 명이 넘는 인파가 ‘음악’이라는 교집합 속에 하나 둘씩 텐트를 펼치고 돗자리를 깔기 시작한다. 

 

비록 이제는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이나 조니 캐쉬가 기타를 들고 무대로 뛰어 올라 오진 않지만, 사람들은 펄프의 보컬 자비스 코커와 함께 요가를 하고, 낯선 사람과 함께 부둥켜 울고, 입으로 원모양을 만들어 떼 창을 하고, 별을 보면서 밤새 미친 듯 춤춘다. 

 

텐트촌
글래스톤베리의 거대한 규모의 텐트촌(AP=연합)

 

다양한 개개인의 의사 표현이 오가는 아고라가 만들어지고, 시대정신이 음표에 두둥실 흘러 나온다. 

 

반세기. 어쩌면 변해야만 한다는 말이 자연스러울 법도 한 세월 동안 시간의 중력을 거스르면서 ‘여전한 것’들이 공존하고 있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향기를 머금고 있는 이 곳. 바로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열렸던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얘기다. 

 

페스티벌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패션(AFP=연합)

 

◇ 한국 전자음악의 영국 침략… 이디오테잎

25일 실버헤이즈 존. ‘푸시 팔러 누보’ 무대에 선 한국인 3명은 로켓 추진체가 날아가는 듯한 굉음을 선사하며 영국 EDM(Eletronic Dance Music)에 ‘코리아인베이젼’을 선포했다. 

 

이디오테잎
‘푸시 팔러 누보’ 무대에 오른 이디오테잎(출처: 이디오테잎 페이스북)

 

이디오테잎(Idiotape)은 정규 1집 타이틀곡 ‘이븐 플로어’를 틀며 글래스톤베리의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물 흐르듯 흘러가는 전자음 사이사이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는 파괴적인 드러밍은 관객들을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다. 

 

밴드 음악식으로 풀어낸 이디오테잎식 전자음악에 관객들은 “원 모어 송, 원 모어 송”을 연발했고 이디오테잎은 또 한번 ‘우주 폭발음’으로 화답했다.


◇ 이념과 음악의 조화… 빌리 브래그

26일 레프트필드 존. 사회적 문제에 앞장서는 ‘메신저’ 빌리 브래그는 이번 축제에서도 그의 적극성을 과감하게 드러냈다. 

 

무대에 오른 그는 노래를 부르기 전 마이크를 잡고 수천만의 관객에게 미국 연방 대법원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됐다는 소식을 알렸다. 

 

그리고 연거푸 맥주를 마시다가 1991년 발매된 자신의 싱글 앨범 수록곡 ‘섹슈얼리티’를 노래했다. 

 

“섹슈얼리티. 강하고 따뜻하고 거칠고 자유로운 섹슈얼리티. 너의 법 따위는 나에겐 안 통해.” 

 

그가 사전에 리허설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회적 이슈를 즉흥연주 방식으로 엮어낸 무대는 더없이 완벽했고 아름다웠다.


◇ 그 옛날의 ‘악동’과 명상을… 자비스 코커

27일 스톤브릿지 존. 주말이 시작된 오후, 브릿팝 밴드 펄프의 보컬이었던 자비스 코커와의 요가 타임이 시작됐다. 

 

요가타임
자비스 코커와 함께하는 요가 타임(출처: 가디언 캡처)

 

한때 펄프에서 사이키델릭한 사운드에 냉소적 보컬을 완벽히 버무려 냈던, 마이클 잭슨의 공연 무대에 뛰어 올라가 자신의 바지를 내리는 악동이었던 코커는 어느덧 멋드러진 수염을 기른 중후한 아저씨가 됐다. 

 

그래도 사람들에 대한 ‘흡입력’은 여전했다. 할 말만 하는 절제됨 속에 나름대로 무대에서 보여주던 위트를 깜짝 깜짝 선사했다. 

 

운동 전 200여명의 스트레칭을 챙기는 꼼꼼함까지! 코커는 요가 타임 내내 관객들에게 영화 속 타임슬립과 같은 추억을 선사했다.


◇ “달라이 라마, 생일 축하해요” 패티 스미스

28일 피라미드 스테이지 존. 일요일 오후 패티 스미스의 공연은 가히 이번 페스티벌의 절정이었다. 열정적이면서 펑키했고 동시에 시적이었다. 

 

달라이라마
패티 스미스(왼쪽)와 달라이라마(AP=연합)

 

무대에 선 스미스는 노래를 부르던 중 넘어졌지만 “나는 동물이라 이쯤이야 상관없어”라고 쿨(?)하게 넘어갔다. 

 

관객들에게 당신들의 자유를 축하한다는 의미로 손을 들어 올리라고 주문했고 곧이어 자칭 스미스의 열렬한 팬이라고 자처하던 달라이 라마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스미스는 역시 털털하게 80회 생일을 맞는 달라이 라마에게 생일 케이크를 한 입 베어 물라고 권했고 관객들에게 생일 축하곡을 부르자고 유도하기도 했다. 

 

콘서트 말미에는 줄이 풀어진 기타를 하늘 높이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이 기타는 나와 함께 한 세대들의 ‘무기’입니다.” 스미스는 더 없이 대범했고, 관객들은 모두 엄지를 추켜들며 열광했다.


◇ 더 없이 예술 같았던 비주얼 쇼 


글래스톤베리
아르카디아 존의 거미 무대(AFP=연합)

 

28일 아더스테이지 존에서는 케미컬 브라더스의 음악과 함께 엄청난 비주얼 쇼가 펼쳐졌다. 

 

온갖 형형색색의 LED 레이저가 한 폭의 추상화를 그리는 물감처럼 세상에서 아름다운 장면들을 전광판에 마구 흩뿌려댔고 사이키델릭한 음악은 묘하게 조화를 이뤘다. 

 

별처럼 총총. 케미컬 브라더스의 무대는 그렇게 축제의 마지막 밤하늘을 장식했다. 

 

무대에 부서진 지하철을 들여놓은 블록나인 존과 매년 등장하는 아르카디아 존의 거미 무대 역시 축제의 마지막 밤을 뜨겁게 달궜다. 

 

 

권익도 기자 kid@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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