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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제품에 '실버' 빼야 성공한다

입력 2015-02-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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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의 생신날 큰맘 먹고 설화수의 스킨 로션 세트를 구입했다.
 

설화수
출시 초반 고가의 가격으로 인해 중년들이 쓰는 화장품으로 포지셔닝 된 설화수. 지금은 뛰어난 성능으로 20대들이 샘플을 구매해 쓸 정도로 큰 인기몰이 중이다. (사진제공=LG생활건강)

보는 눈이 많아 대놓고 해외 브랜드를 쓰지 못하는 굴지의 재벌 사모님이 쓰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년 여성들의 워너비 화장품으로 불리는 제품이었다. 

 

요즘에야 고가의 에스테틱 제품들이 넘쳐나고, 백만원대 크림의 등장도 놀랍지 않지만 17년전 첫 출시된 설화수는 ‘한방성분 함유=노화방지’의 이미지가 강했다.

사실 여자라면 스무살 시절 “그 나이대는 화장 안 해도 예쁘다”는 말이 어떤 건지 절감하는 순간이 온다.

다소 기름진(?) 성분이 없는 제품을 바르면 다음날 화장은 들뜨기 일쑤다. 그런 면에서 설화수 제품은 당기지 않으면서도 적당한 유분기로 여성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온 브랜드였다.

시어머님은 놀라 “뭐 이렇게 비싼 걸…” 하면서 기뻐하셨다.

 

하지만 화장대에서 내가 준 제품은 쉽사리 볼 수 없었다. 왜 안 쓰시는 건지 여러번 여쭤봐도 “써야지. 지금 사용하는 거 다 바르고”라는 말만 돌아왔다. 높은 가격대로 인해 친정 엄마한테도 쉽게 사 드리지 못한 건데, 내심 서운한 마음이 앞섰다.

어머님이 (비싼) 설화수를 쓰지 않은 이유는 얼마전에야 밝혀졌다. 

 

어머님의 막내 여동생인 충주 이모님과의 통화를 우연히 듣고서였다. 이모님은 수화기 너머에서 대학교 2학년인 시조카가 아르바이트비로 사온 화장품이 피부에 맞지 않지만 “젊은 사람들이 쓰는 거라니 써 보려고”라며 소리 내어 웃고 계셨다. 

 

아뿔싸. 가격과 품질보다 중요한 건 바로 제품을 소비하는 수요층이었다. 내가 사다 드린 제품이 ‘나이 든 여성들이 쓰는 화장품’이기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걸 미처 몰랐던 것이다.

일본은 일찌감치 ‘실버 산업’이 발전한 나라다.

1980년대 후반부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장수 국가의 기반을 마련한 일본에서 히트친 제품들의 공통점은 ‘시니어’혹은 ‘실버’라는 단어가 없다는 것이다. 

 

CF와 포장에 ‘나이’를 표시하는 것도 패착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아름다운 50대가 늘어나면 일본이 변한다.’ 일본의 유명 화장품업체 시세이도가 몇 년 전 실버 시장을 공략한다며 내세운 광고 문구다. 

 

그러나 50대 이상을 겨냥한 이 안티에이징 화장품은 판매가 거의 되지 않았다고 한다. 제품을 구매하는 순간 ‘나는 늙었다’고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사회학자들은 인간에게는 2가지의 나이가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생체 나이.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나이. 자신의 실제 나이에 0.7을 곱한 나이가 스스로가 느끼는 나이란다.

그 말은 곧 60대인 신중년들에게 어필하려면 40대에게 어울리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 계산법으로라면 올해 39살인 나는 꽃다운 26살이다. 이참에 남자(편)나 바꿔볼까.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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