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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맛 깐도리·녹색혀 둘리바… 8090세대 '추억의 하드'

입력 2015-01-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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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년시절의 향수와 젊은 시절을 추억하는 프로그램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무한도전의 ‘토토가’에 나온 1990년대 음악들이 음원 차트를 점령하고, 고단했던 아버지 세대를 다룬 영화 ‘국제시장’이 곧 천만 관객 돌파가 유력시 된다.

깐도리

'깐도리'를 찾으세요? 수소문한 결과 '깐도리'는 제조사인 삼양을 거쳐 (주)하이디에서 소규모로 생산하고 있었다. 가격은 1200원. 꾸준히 찾는 고객들이 있어 사는 동네를 말하면 근처 슈퍼에 입점해 놓는다고 하니, 추억의 맛에 빠지고 싶은 사람은 참고하자.(043-881-5560)

누군가는 눈물을 글썽이며 이 같은 현상을 반기고, 다른 누군가는 ‘추억팔이’라며 폄훼할 수도 있지만 복고와 향수가 이 시대의 큰 흐름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지난해 세월호 사건과 더불어 정치권에 대한 불신등 사회적 불만도가 높아지면서 지난 세월을 추억하는 ‘힐링’컨텐츠를 통해 대중들이 위로 받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한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지친 영혼을 위로하는 방법을 꼽는다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식욕’을 꼽고싶다.

인간의 욕구중에 식욕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예민한 감각이다.

최근의 복고 물결을 보면서 어린시절 나를 힐링해주던 간식들이 다시금 생각났다.

만약 램프의 요정이 ‘가장 먹고 싶은 하드(그 시절 아이스크림이란 단어는 너무 길었다)가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깐도리’라고 말할 것 같다.

새우깡이 100원이던 1990년대 초 ‘깐도리’는 5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나를 위로해 줬던 ‘잇 아이템’이었다.

지금은 초등학교가 된 국민학교 저학년 시절, 외할머니가 준 500원으로 새우깡(100원)을 먹을까 고민하다 아이스크림 깐도리(50원)를 배터지게 사먹고 배탈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추억도 확인할 겸 주말을 맞아 방문한 대형마트의 아이스크림 코너에서 ‘깐도리’를 찾았지만 제품명을 아는 직원조차 드물었다. 동네 마트를 뒤지자 슈퍼 아줌마가 “요즘 누가 그걸 찾냐?”며 타박을 줬다. 그러고 보니 의외로 많은 하드들이 자취를 감췄다.

우유가 통째로 얼려 있는 듯한 ‘서주 아이스주’도 그중 하나다.

진한 색소가 들어 있는 아이스크림이 대세인 시절 하얗고 반듯한 모양의 서주 아이스주는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폴 바셋의 상하목장 밀크쉐이크 저리가라 할 정도의 진한 우유 맛으로 당시 아이들을 사로잡았다.

현재 서주 아이스주는 덴마크식 아이스밀크를 표방하며 인터넷에서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하얀색 바탕에 연두색 줄무늬가 그려진 포장은 비슷해도 뭔가 ‘고급화’된 비주얼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둘리바’는 또 어떤가.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던 ‘둘리바’는 먹으면 혀가 녹색으로 변해 괴물로 변신했다며 하루종일 친구와 뛰어 놀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자료 조사를 하다 안 한가지 사실. 1985년 출시된 ‘둘리바’는 하루에 17만 박스씩 팔아치우고도 모자라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지금의 ‘허니버터칩’ 버금가는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 우리 가족들은 각자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 있었는데, 아빠는 비비빅, 엄마는 누가바, 언니는 스크류바, 동생은 죠스바(먹으면 혓바닥이 까매져서)등 이었다.

그때는 부모님이 밋밋한 아이스크림을 먹는 게 이해 안됐는데 이제는 가장 먼저 ‘비비빅’을 짚는다. 깐도리가 없는 삭막한 하드 세계에서 유일하게 묵직한 ‘팥맛’을 주는 장수 아이스크림이니까.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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