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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믿는 게 더 힘든 사기극에 눈 뜨고 당한다

[기획부동산 사기]②리조트
진입로 뚫고 땅 파헤치고… 지역신문에 투자자 모집 광고 내 견학까지…

입력 2014-12-2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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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획부동산 사기를 저지르는 업자들은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리조트가 지어질 것이라고 광고한 후 투자자들의 견학까지 고려해 불법으로 산지를 훼손하거나 도로를 내는 수법 등으로 투자금을 받아 잠적하는 식의 사기를 일삼고 있다. (연합)

 

지난 3월, 강원도 춘천에 사는 박모(42)씨는 은퇴 전 일찌감치 노후 대비를 끝내놓기 위해 마땅한 투자처를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는 춘천에서 멀지 않은 원주에 리조트가 지어진다는 소식을 접했다. 최근 원주에 스키장이 들어서는 등 본격적으로 개발되는 것이라고 여긴 박씨는 이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어 지역 신문에 해당 리조트에 대한 투자자를 모집한다는 광고가 났으며 이에 박씨의 확신은 커져만 갔다. 당장에 전화를 걸어 견학 신청까지 마쳤다.

몇 주 후, 광고를 보고 모인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부동산개발회사 직원이라고 밝힌 몇 명과 함께 해당 리조트 부지를 방문했다. 이미 도로가 깔리고 있었고 부지에는 포크레인 등 중장비가 동원돼 땅을 파헤치고 있었다. 듬성듬성 있던 나무들도 베어져 있었다. 박씨는 이 땅이 자신의 노후를 책임져 줄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확신하고는, 투자를 결정했다.

투자금 입금 예정일 이틀 전, 그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을 들었다. TV에 나온 뉴스의 내용은 이랬다.

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은 리조트를 건설해 분양한다며 허가 없이 산지를 훼손한 일당을 3월 검거했다. 검찰청은 모 부동산개발회사 운영자인 차모씨와 김모씨 등 2명을 산지관리법 위반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하고, 같은 혐의로 건설회사 운영자 이모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원주시 소재 한 야산의 임야 1만6400여㎡에 리조트를 세운다는 명목으로 행정기관의 산지전용 허가 없이 나무를 베고, 진입도로를 내는 등 산림을 훼손한 혐의를 받았다.

조사 결과 차씨 일당은 훼손한 임야에 대형 리조트를 건설해 분양한다고 광고를 내고는 투자자들에게 약 300억원에 이르는 가짜 분양권을 판매하려고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박씨가 부랴부랴 알아본 결과 자신이 투자하려 했던 땅을 분양한 부동산개발회사의 대표들이 구속된 것을 확인했다. 그가 투자 예정이었던 금액은 대출 1억5000만원을 포함한 약 3억원. 이틀만 소식이 늦었어도 평생 모은 재산이 한순간 없어졌을 것이라 생각하니 아찔했다. 박씨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시는 달콤한 유혹에 빠지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다.

법무법인 혜안의 최원기 변호사는 “이처럼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듯한’ 부동산의 외형만을 보고 임야를 매수한 투자자가 잔금을 모두 치른 후에야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또 “기획부동산 사기업자들은 사람을 속이기 위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며 “매각 후에 투자자가 속은 것을 알고 문제 삼을 것을 대비해 기존 업체를 폐업하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의 몫이다”라고 덧붙였다.

박진혁 다원부동산연구소 대표는 “기획부동산 사기업자들 사이에선 개발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불법으로 임야를 훼손하는 행위 등은 이미 일반적인 사례가 됐다”며 “이 같은 업자들의 수법이 나날이 치밀해지고 있어 ‘눈에 보이는 그대로’ 믿는 것은 사기를 당하기 쉬운 행태”라고 설명했다.

신일진 상가투자연구소 대표는 “종목이 무엇이 됐든 ‘광고’를 하는 물건은 투자를 기피해야 할 대상 1순위”라고 말했다.

권성중 기자 goodmatter@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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