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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집 줄게, 두 집 다오··· 포트폴리오 '나누기'에 달렸다

[창간기획] '부동산 관리에 인생 후반전 달렸다'

입력 2014-09-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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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게 ‘도전’일 수도, ‘도박’일 수도 있다. 돈을 벌고 사는 것역시 ‘투자’일 수도, ‘투기’일 수도 있다. ‘도박’과 ‘투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하면 할수록 질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자산증식과 관리. 투자를 할 것이냐, 투기를 할 것이냐. 과거 개발연대에는 투기와 투자의 경계가 모호했다. 경제성장률이 연 10%에 육박했고, 은행금리는 연 15%를 넘나들 때 얘기다. 얼마나 오르느냐가 문제였을 뿐 집값, 땅값이란 원래 오르는 것이었다.

박정희 시절 아시아개발은행(ADB) 차관을 들여와 수도관을 깔고, 도로를 신설하고, 항구를 건설했다. 이때 사회간접자본시설(인프라)에 투입된 차관의 상당은 사실 주택차관이었다. ADB가 공여한 주택차관을 박정희 정권은 경제개발을 위해 인프라에 쏟아 부었다. 집은 짓지 않았다. 늘 집이 부족했다. 집은 ‘사는 것’이지 ‘사는 곳’이 아니라는 인식이 자연스러웠다.

노태우 정권이 분당 일산 등 수도권 5곳에서 신도시개발사업을 벌여 아파트를 대량 공급하고, 부동산에 세금을 무겁게 때려도 사라지지 않았다. 노무현 정권 때는 ‘버블 세븐’ 운운하며 ‘집을 사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여전히 집은 ‘사는 것’이었다. 사실 이때까지 ‘부동산 투기’는 투기가 아니다. 100전 100승이기 때문이다.

1997년 IMF 때에도 끄떡없던 ‘부동산 대마불사’ 의식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야 꺾일 조짐을 보인다. ‘하우스푸어’가 쏟아져 나온 뒤다. 이들은 집값이 오를 때 저금리에 과도한 대출을 일으켜 분에 넘치는 큰 집을 사놓고 집값 오르기만 기다리다 금융위기에 휩쓸려 큰 손해를 봤다. 집을 팔면 빚만 남는 ‘마이너스 포트폴리오’가 된 것이다.

‘하우스푸어’에 못지 않게 일반인 재산 구조도 불안하다. 지난 5월 현재 국내 가계 총자산대비 부동산자산 비중은 65.7%다(한국은행·통계청 국민대차대조표). 일본 39.8%, 미국 29.6%, 유로존 41.7%에 비해 매우 높다. 고령자일수록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겁다. 50세 이상의 경우 부동산 자산 비중이 70% 이상이다. 집을 빼고 나면 자산이 없는 셈이다. 2008년 경제위기가 재연되면 한국경제가 받는 타격은 그만큼 더 커지고 가계 대부분은 고꾸라질 것이다. 자녀 결혼 비용이라면 집이라도 팔아 치우는 게 일반 한국인의 정서다. 경제위기는 차치하고, 자녀의 결혼에도 많은 가계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은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월급처럼 따박따박’ 생활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에 높은 투자자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하우스푸어’ 경험이 사회문제가 되고, 2차례에 걸친 경제위기로 조기 은퇴가 고착되면서다. ‘투자’와 ‘투기’의 경계가 명확해지는 것이다.

나이 들수록 자산의 황금 포트폴리오 비율를 찾아야 한다. 인생 후반이 편안해진다.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려는 증거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2007년 도입된 국내 역모기지인 주택연금이 증거다. 불과 몇 년 사이에 가입자 1만6000건, 보증금액 22조원에 이른다(2013년 말 현재). 미국의 역모기지인 HECM의 최근 5년 계약 실적이 6894건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집을 자녀에게 물려주려 하기 보다 집을 유동자산으로 전환해서 노후자금으로 쓰겠다는 고령인구가 그만큼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자산의 황금 포트폴리오 재구성이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큰 집을 개조해서 일부를 임대를 주거나, 큰집을 팔아 작은 집 두 개를 사서 하나는 임대를 주는 쉬운 방법도 있다. 또는 지방의 상가나 택지를 분양받아 월수익을 올리려는 투자형태가 늘어나고 있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R&D소장은 한국에서도 간접 부동산 투자 상품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리츠 등 아직 활성화하지 않은 부동산 관련 금융상품이 선진국 수준으로 다양하게 개발되고, 부동산 투자에 대한 국민의식이 바뀌면 일본이나 미국, 프랑스 등과 같이 금융자산과 비금융자산 간 포트폴리오가 황금비율을 이룰 것이라는 것이다.

방형국 기자 waynecook@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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