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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아쉬움의 공존, 작품개발의 현장은 뜨거웠다…글로컬 시즌4 테이블리딩 ‘비더슈탄트’ ‘메이크업’ ‘뱅크시’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4 작가개발 스토리 3작품이 테이블리딩 현장!
김태형 연출·정은비 작가·최대명 작곡가 '비더슈탄트', 조수지 작가·고현정 작곡가 '메이크업', 추정화 연출·김홍기 작가·허수현 작곡가 '뱅크시'
신성민·주민진·김바다·안창용·이선근·김찬, 이지숙·서승원·최성원·박서하·장민수, 박한근·문성일·김히어라·임별 등 출연

입력 2019-06-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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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연습실에서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4 작가 개발 스토리 3작품이 테이블리딩을 진행했다. 사진은 ‘비더슈탄트’의 최대명 작곡가(왼쪽부터), 김태형 연출, 정은비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독일 나치 시절 아돌프 히틀러 학교에 입학한 열일곱 소년들의 성장극 ‘비더슈탄트’, ‘여성미’ ‘남성미’ 등 사회가 요구하는 잣대에 자신을 잃어버린 청춘들의 ‘메이크업’, 자본주의 부조리에 맞선 얼굴없는 화가 ‘뱅크시’.



2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연습실에서는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4 작가개발 스토리 세 작품이 테이블리딩을 진행했다.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은 뮤지컬 제작사 라이브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 동국대학교 산학협력단·더뮤지컬 협력으로 진행되는 신진 스토리작가 육성 지원사업으로 ‘팬레터’ ‘더캐슬’ ‘마리 퀴리’ 등을 탄생시켰다.

오전 10시 30분부터 ‘비더슈탄트’ ‘메이크업’ 그리고 ‘뱅크시’가 각각 김태형·추정화 연출 진행으로 테이블리딩됐다. 빈약한 개연성, 주인공 사연의 부재, 캐릭터들의 모호함, 불명확한 메시지, 동시대성과 치열함의 부족 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소재, 신진 작가의 가능성 등을 감지하기에는 충분히 뜨거운 현장이었다.


◇싸늘할 정도로 서정적인 노래 ‘비더슈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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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연습실에서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4 작가 개발 스토리 선정작인 ‘비더슈탄트’가 테이블리딩됐다. 안쪽부터 매그너스 신성민, 아벨 김바다, 하겐 김찬(사진=허미선 기자)

 

‘비더슈탄트’는 ‘카라마조프’ ‘붉은 정원’ 등의 정은비 작가, 뮤지컬 ‘익스페리멘탈 보이’, 콘서트 오페라 ‘위대한 개츠비’의 최대명 작곡가 작품이다. 1938~40년 독일 나치시대를 배경으로 매그너스 볼커, 아벨 루터, 프레드릭 칼, 하겐 악스만, 재스퍼 뮬러 등 다섯명의 열일곱 소년이 시대에 저항하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세상 일에 심드렁한 매그너스 역에 신성민, 셰익스피어 ‘햄릿’의 ‘죽느냐 사느냐’를 입에 달고 다니는 매그너스의 절친 아벨에 김바다, 체제에 절대 복종하는 프레드릭에 주민진, 무기상의 아들 하겐에 김찬, 배를 곯지 않는 것이 가장 절실한 재스퍼에 안창용, 이들을 이끄는 나치 청소년단 대표 쉬라흐와 히틀러에는 이선근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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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연습실에서 ‘글로컬 라이브 뮤지컬’ 시즌4 작가 개발 스토리 선정작인 ‘비더슈탄트’가 테이블리딩됐다. 왼쪽부터 쉬라흐와 히틀러의 이선근, 재스퍼 안창용, 프레드릭 주민진(사진=허미선 기자)

 

테이블리딩에 앞서 정은비 작가는 “독일 나치시대를 배경으로 한 청년들의 성장극”이라며 “5명의 소년이 킬러 사관학교에 들어가 매료되기도 하고 모순을 겪으면서 선택하고 성장해 레지스탕스를 결성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17세 소년들의 이야기인 만큼 치기어리고 장난스럽고 명랑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최대명 작곡가는 “독일 색채를 일부러 걷어내려고 밴드 사운드와 록 음악을 투입했는데 지금은 독일쪽 색채를 더할 방법을 고민 중”이라며 “쉬라흐로 인해 음악적 방향이 많이 바뀔 듯하다. 음악적으로 학생들이 서로 얽히고설키면서 앙상블을 이룬다”고 설명했다.

‘지키다’라는 뜻을 가진 ‘펜싱’의 상징성과 셰익스피어의 ‘햄릿’, 홀로코스트의 경험과 매그너스·아벨이 어린 시절부터 공유한 비밀, 이비규환의 비극에 곁들여지는 발라드 화음, 잔혹하면서도 시를 쓰는 쉬라흐 등처럼 극과 극이 맞붙는, ‘싸늘할 정도로 서정적인 노래’ 같은 요소들로 무장했다.


◇겉모습이 아닌 진정한 나를 위한 ‘메이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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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4 포스터(사진제공=라이브)

‘메이크업’은 풀 메이크업을 하게 된 남자와 메이크업이 제일 어려운 방송국 여기자를 중심으로 펼쳐가는 성장극이자 부조리극이다.

 

지난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창작지원작인 ‘엘리펀트 박스’ 등의 조수지 작가와 신예 고현정 작곡가가 함께 꾸린 작품이다.

치마를 입고 화장을 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고역인 방송사 기자 고수정은 이지숙, 인기 메이크업 뷰투버로 메이크업을 하지 않고는 외출하거나 사람과 대면 할 수가 없는 드래곤볼(여의건)은 서승원이 연기했다.

더불어 의건의 쌍둥이 여동생 여의주에 김히어라, 수정의 약혼자이자 방송국 사장 아들 박우성에 최성원이 참여했고 박서하·장민수가 주변인물들을 연기했다.

조수지 작가는 “고등학교 선후배 사인인 수정과 의건이 우연찮게 드래그 퀸(Drag Queen, 옷차림이나 행동을 통해 과장된 여성성을 연기하는 남자) 연쇄살인 사건을 해결하려 추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 과정 속에서 젠더 박스와 관념, 가족과 사회의 시선들로 인해 존재 그 자체로 사랑도, 인정도 받지 못한 채 폭력에 시달리고 상처로 외면하고 있던 진짜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며 “용서하고 화해하며 성장해나가는 2~30대 착한 아시아 청년들의 젠더리스 인류애 뮤지컬”이라고 덧붙였다.

“세상이 나눠놓은 젠더 구분, 그에 따른 미의 기준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와 사랑 받아야할 이유를 측량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이제 진짜 내가 원하는 내가 될 시간! Let‘s make up. Be yourself!”

조수지 작가 설명에 고현정 작곡가는 “작품 자체가 통통 튀는 만큼 음악도 캐주얼하고 신나게, 발랄함을 가득 담으려고 했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로 이야기가 진행된다”고 말을 보탰다.

“방송국, 유튜브 등을 배경 혹은 소재로 하다 보니 다소 가요스러운(pop, k-pop) 음악들로 구성했습니다. 누구나 듣기 쉽고 편하게 따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중독성 있는 멜로디를 쓰고 싶었습니다.”


◇세상에 발길질 하는 ‘뱅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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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연습실에서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4 작가 개발 스토리 선정작 ‘뱅크시’의 테이블리딩가 진행됐다. 왼쪽부터 추정화 연출, 김홍기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뮤지컬 ‘뱅크시’는 ‘길거리 낙서’로 폄훼되던 그래피티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미스터리한 아티스트 뱅크시(Banksy)에 대한 이야기다. 여전히 나이·얼굴·성별 등이 알려지지 않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뱅크시와 그에 매료된 옥스퍼드 휴학생 타일러, 뱅크시의 유일한 친구 아일라, 미술상으로 부를 축적한 타일러의 아버지 클라인 등이 꾸려가는 부조리극이다.

연극 ‘플레이리스트’의 김홍기 극·연출이 대본을 집필한 ‘뱅크시’ 테이블리딩에는 뱅크시 역의 박한근, 타일러 문성일, 아일라 김히어라, 클라인 임별, 코러스에 장민수·배유리가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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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연습실에서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4 작가 개발 스토리 선정작 ‘뱅크시’의 테이블리딩가 진행됐다. 왼쪽부터 뱅크시 박한근, 클라인 임별, 코러스 배유리(사진=허미선 기자)

 

김홍기 작가는 “영화 ‘기생충’의 주제의식과도 맞닿은 작품”이라며 “자본주의, 빈부격차, 현대미술의 허례허식 등에 날선 비판의식을 가진 예술가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이어 “뱅크시가 저격한 기득권, 부자, 정치인 등이 도리어 그 덕분에 부를 축적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보면서 흥미로웠다”며 “뱅크시의 전기라기보다 이 사회를 읽어내는 또 다른 시선”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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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연습실에서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4 작가 개발 스토리 선정작 ‘뱅크시’의 테이블리딩가 진행됐다. 왼쪽부터 코러스 장민수, 아일라 김히어라, 타일러 문성일(사진=허미선 기자)

 

세상의 부조리와 시대의 아이러니에 치열하게 저항하고 조롱하는 뱅크시, 예술 테러리스트, 범죄자, 진짜 예술가 등 뱅크시에 대해 극과 극의 평을 내놓는 세상, 그의 낙서에 500배까지 오른 집값, 고가에 낙찰된 자신의 그림 ‘풍선을 든 소녀’를 반쯤 파쇄했지만 보다 비싸게 팔려나가는 쓴웃음 나는 현실, 보다 빠르게 그리기 위한 궁리 끝에 생각해낸 스텐실 그래피티 등의 이야기가 담겼다.

이 시대를 향해 치열하게 저항하고 통렬한 독설을 날리는가 하면 속 시원하게 발길질을 해대는 뱅크시 캐릭터를 어떻게 진화시켜갈지를 궁금하게 하는 작품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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