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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김병수 한국미술평론가협회장 “이질적인 것들의 어우러짐, 이희중이 선취했던 글로컬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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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4-10-09 18:00 | 신문게재 2024-10-1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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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김병수 한국미술평론가협회장(사진=허미선 기자)

 

“이희중 선생님의 화면을 대부분 전통적이고 민속적이라고 얘기하죠. 쉽게 말하면 ‘로컬’, 지역적이라는 뜻이거든요. ‘글로벌하다’는 전 지구적인 것이잖아요. 다르게 표현하면 서구적인 것이 보편적이라는 뜻이죠. 별개의 것 같은 이 두 가지가 이희중 선생님의 한 화면에 어우러져 있습니다. 그것이 이희중 선생님이 1980년대부터 선취했던 글로컬리티(Glocality)죠.”

김병수 제26대 한국미술평론가협회장은 이희중 작가 작품세계의 핵심에 대해 “이질적인 것들의 충돌이 아닌 어우러짐, 조화”라고 짚었다. 더불어 “그 글로컬리티는 지금 이 시기에 이희중을 조명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희중 작가
이희중 작가(사진제공=이희중갤러리)

“(홍익대학교 졸업 후 1985년 떠난) 독일에서 서양 미술사를 공부하면서 오히려 한국적인 걸 찾았죠. 무속, 민화 등에서 영감받은 한국적이고 민속적인 것이 글로벌 보편성을 획득하는 방식을 독일 유학 중 깨달으셨습니다. 서양 미술적인 감각과 한국의 민속적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고 한데 어우러지면서 글로벌 보편성을 반영하고 있죠.”

석운 이희중은 무속신앙, 민담, 불교 등 전통소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표현한 작가다.

 

전통의 차용과 각색, 끊임없는 변주에 이은 자기화를 반복하며 작품 속에 삶의 철학과 기호화된 우주관을 형상화하고 응축하는 데 매진했다.

“한국적인 것과 서양적인 요소의 조화에서 더 나아가 구상과 추상, 세밀함과 단순함 등도 한 화면에 나타납니다. 이질적인 것들이 하나의 화면에서 충돌하기보다는 화해하고 조화하하면서 동시대적인 글로컬리티 반영은 물론 다양한 시각들이 중첩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곤 “그 예가 ‘푸른 환상’ 시리즈”라며 “우리 전통 회화 방식들을 일종의 그라피티 혹은 아이콘처럼 표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봄밤’ ‘달에게 보내는 노래’ ‘봄의 정취’ ‘몽환적 풍경’ ‘나비의 꿈’ 등은 동양적인 산수화 속에 서양의 패션 패턴이나 문양 등이 한 화면에서 어우러진다.

“1995년작인 ‘무제’ 역시 무속적이고 우리 고대 민화 같은 것들을 동시대적인 패션 문양처럼 치환해내고 있습니다. 한 화면에 공존하는 그 두 가지가 무슨 상관인지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도 있지만 어떤 관계가 있는지 그 감각이 읽히기도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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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중 작가의 2019년 유작 ‘무제’(사진제공=이희중갤러리)

 

그 글로컬한 감각은 발굴돼 반복되고 지향되면서 이희중의 작품세계에 고스란히 응축됐다. 그렇게 이희중이 선취했던 글로컬리티는 5주기 추모전 ‘이희중 0426: 무한을 향한 시선’(Yi Hee-choung 0426: A View Towards Infinity, 10월 10~18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2전시실)에 전시되는 100여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소천 5년만의 첫 대규모 개인전으로 1980년대 제작한 ‘산과 용’부터 ‘우주’ ‘첩첩산중’ ‘푸른 형상’ ‘문자’ ‘풍류’ 연작, ‘승천하는 용’ ‘용의 눈’ ‘창조의 손’ ‘만다라’ ‘밀월여행’ ‘푸른 밤’ ‘달과 나비’ ‘새 천년의 소망’ 등과 2019년 작업한 유작들까지 그의 작품세계가 총망라된다.

그가 태어나고 소천했던 4월 26일을 제목에 차용한 이번 전시는 유가족인 권정옥 이희중갤러리 대표와 아들 이호진, 그의 첫 제자로 기획총괄을 맡은 다발킴(김지영) 작가, 평론가들이 한 마음으로 마련해 의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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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중 작가의 ‘붉은 해’(사진제공=이희중갤러리)


그는 소천 직전까지도 “내 작품 속에 들어가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했을 만큼 그림에도, 용인대학교 회화과 교수부터 문화예술대학 학장까지를 역임했던 교육자로서도 남다른 열정의 소유자였다.

 

그의 첫 제자이자 5주기 추모전 ‘이희중 0426: 무한을 향한 시선’ 총괄기획자인 다발킴은 “교육자로서 이희중 선생님은 저를 항상 괴롭히는 스승이었다”며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불러다 앉히시고는 이런저런 조언을 주시곤 했던, 예술가로서 저의 성장과정에 가장 많은 에너지를 불어넣어주신 선생님”이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그의 작가 동료이자 생전 술친구이기도 한 성동훈 조각가는 “그의 예술세계 안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내용들은 굉장히 서사적이고 서정적이며 아름답다”며 “그림 자체가 이희중 작가의 성품이다. 작품 속에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를 보면 해맑았던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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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중 작가의 ‘관조’(사진제공=이희중갤러리)

 

개막일에는 이희중의 예술세계를 재조명하는 ‘라운드테이블 비평세미나’가 열리고 한가람미술관 전시 후에는 용인 소재의 이희중갤러리로 옮겨 기획전(11월 1일~12월 31일)을 이어간다. 권정옥 대표에 따르면 “현재 카이스트박물관 내 이희중전시관 개관 및 영구전시를 카이스트박물관측과 협의 중이다.”

“1990년대 평론가들이 말하는 이희중과 지금 바라보는 이희중은 전혀 달라요. 같은 시대라도 그의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은 천차만별이었죠. 그만큼의 다양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다양한 레이어들이 중첩되고 컨텍스처(Contexture)를 세우고 맥락이 만들어져 하나의 화면을 구성하죠. 그 화면 자체가 이후 세대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작품을 봐도 전혀 다른 해석, 비평이 나오거든요. 이는 지금의 K팝이 지닌 글로컬리티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그의 작품들을 해명하고 해석하는 작업은 이제 시작이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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