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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외래어 순화를 위한 선결 과제

입력 2024-10-07 10:30 | 신문게재 2024-10-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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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영 금융증권부 기자
최근 한글문화연대와 기자협회가 주최하는 ‘쉬운 우리말글 기자상’ 소식을 알게 됐다. 기사나 방송보도에서 외국어 낱말 대신 쉬운 우리말을, 외국 문자 대신 한글을 잘 쓰는 기자에게 시상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취지는 공감하나 아쉬운 면이 있다.

지난해 발표된 문화체육관광부의 ‘외국어 표현에 대한 일반 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언론 기사에 사용된 외국어 표현 3500개 중 응답자의 60% 이상이 이해하는 단어는 1080개(30.8%)에 불과했다. 일례로 ‘노키즈존(no kids zone)’은 70세 이상에서 평균 4.3%만이 이해하고 있었다.

기자에게 순화된 우리말 사용을 권장하려면 정부와 유관 단체는 기존 번역부터 다듬을 필요가 있다. 번역에 있어 경제성이나 명료성이 부족하면 현장에서 사용하기 어렵다. 국립국어원은 ‘ESG경영’을 ‘환경·사회·투명경영’이라고 다듬었는데, 가운뎃점이 2개나 들어가 경제성이 떨어진다. 빅카인즈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이달까지 ‘ESG경영’이라고 쓴 기사는 2343개인데 ‘환경·사회·투명경영’으로 표기한 기사는 201개로 채 10%도 못 미쳤다.

우리말 사용 문화는 단시간에 이뤄지기 어려운 과제다. 언어의 경제성과 명료성을 따져 순화된 말글이 실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말 ‘캠페인’이나 ‘시상식’뿐만 아니라 사회적 과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퀘벡 주 정부 산하 프랑스어청은 ‘대(大)용어 사전’을 통해 200개 분야에서 300만개의 외래어를 순화했는데 편찬에만 30년이 걸렸다고 한다.

국립국어원의 노력에 힘입어 댓글(리플), 동아리(서클) 등이 다듬은 말로 자리 잡은 것처럼 다른 외래어도 ‘적절히’ 다듬어준다면 기자들의 사용 빈도도 늘고 독자인 시민들도 이해하기 수월해질 것이다.

노재영 기자 no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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