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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한국 기업 지배구조 시험대

입력 2024-10-02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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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장형진 고문과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사진=각 사 제공)
영풍 장형진 고문과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사진=각 사 제공)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면서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번 고려아연 사태는 국내 대표 제조업체의 경영권 다툼을 넘어 취약한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와 경영 승계 문제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2일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최대주주인 영풍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경영권 인수 시도에 맞선 현 경영진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세계 최대 아연 제련업체이자 국내 비철금속 산업의 핵심 기업인 고려아연을 둘러싼 이번 분쟁은 기업 가치와 주주 이익, 국가 경제적 이해관계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그 파장이 만만치 않다.

특히 이번 사태는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 취약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고려아연의 경우, 장씨 일가(33.14%)와 최씨 일가(15.61%) 간 지분 불균형이 지속되며 경영권과 소유권의 불일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는 많은 한국 기업들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로, 경영권 분쟁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번 갈등은 올해 초 한미약품에서 발생한 창업주 가족 간 경영권 다툼이 법정 공방으로 확산된 사례와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 한미약품의 경우, ‘진흙탕 싸움’으로 비유되는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주가가 크게 요동친 바 있다.

반면, 이번 갈등 상황은 20년 전 LG그룹의 계열 분리 사례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2004년 LG그룹은 57년간의 동업 관계를 정리하며 LG와 GS로 계열 분리를 성공적으로 단행했다. 양측은 장기간에 걸쳐 분리를 준비하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합의를 이루었다. 65:35 비율의 인적분할을 통해 자산을 명확히 나누었고, 각 그룹의 미래 전략과 사업 방향에 대해서도 상호 합의를 이루었다.

고려아연 사태는 몇 가지 측면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고려아연은 국가 기간산업과 직결된 기업으로, 이번 사태가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또한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 문제는 경제 안보 차원의 이슈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기업 내부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GS 분리 사례처럼 장기적 안목에서 기업과 주주 모두의 이익을 고려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고려아연 사태는 한국 기업 지배구조의 취약점을 다시 한번 드러내며, 주주가치와 국가 경제적 이익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라는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재계와 금융권은 이번 고려아연 사태의 해결 과정을 주시하고 있으며, 그 결과가 향후 유사한 경영권 분쟁에 대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한 경영 승계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길 기대한다.

정은지 기자 blu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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