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오피니언 > 새문안通

[새문안通] 세금과 민심 이반

입력 2024-10-02 06:38 | 신문게재 2024-10-02 19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호랑이보다 무서운 게 세금이다.” 공자와 그의 제자들이 엮은 경전, 논어에서 ‘가혹한 정치(무리한 세금 징수)’를 한 마디로 꼬집은 표현이다.

서양에서는 1688년, 명예혁명으로 영국 왕이 된 윌리엄 3세가 반란 진압 비용 충당을 위해 호화주택에 세금을 부과했다. 처음에는 벽난로 유무로, 그 뒤에는 창문 수가 기준이 되면서 창 없는 집들이 나타났다. 1698년, 러시아 황제 표트르 1세는 수염에 세금을 매겼다. 역사상 첫 창문세와 수염세다. 1700년대 중반,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꼽히는 벤저민 프랭클린는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것은 세금과 죽음 뿐”이라고 탄식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금의 물리력은 관습을 넘어 생활양식까지 통째로 바꿔버린다. 전 세계 어느 나라나 증세의 출발은 세수 부족에서 출발한다. 우리 정부도 올해 세수가 30조원 안팎 덜 걷힐 것으로 보고 있다. 4분기에 들어 세수 추계부터 내년 예산까지 나라 살림살이 문제로 시끄러울 조짐이다.

지난해 정부는 세수 결손을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기금 간 전출금이나 예탁금, 이자지급 유예 등을 통해 16조4000억원을 메웠다. 여기에 지방교부금 미지급으로 18조6000억원, 부처 사업계획 변경이나 지출조정 축소로 7조5000억원을 줄였다. 불용처리 규모가 40조원을 훌쩍 넘긴 것이다. 부족한 세수를 지방 예산이나 사업예산으로 충당한 셈이다.

올해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더 걷거나 돌려 쓰거나의 차이 뿐…. 우리가 진짜 걱정하는 부분은 정부지출 감소가 성장률 저하를 거쳐 실물경기 악화란 악순환의 고리 형성한다는 부분이다. 일부 학자는 어떤 세금을 부과하느냐로 봉건과 근대를 가른다고도 한다. 일부 국가는 비만세나 호흡세, 횡재세 같은 희한한 세금을 붙인다고 한다. 틈만 나면 국민 주머니를 파먹는 게 세금이라지만, 이런 세금은 민심 이반을 부르는 법이다.

- 錫 -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