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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르노코리아 노사, 대화가 필요하다

입력 2024-09-26 14:12 | 신문게재 2024-09-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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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기 산업IT부 기자
‘파업 날벼락’이라고 해야 할까. 요즘 르노코리아를 보면 ‘이렇게도 안 풀릴 수가 있나’라는 걱정 아닌 걱정이 든다. 이번에 새로 나온 ‘그랑 콜레오스’가 어떤 신차인가. 야심작, 승부수 이런 말로는 부족하다. 르노코리아가 그야말로 사활을 걸었던 신차다. 개발 기간만 4년, 투입된 금액은 1조원이 넘는다. 노조 파업에 이런 노력이 하루아침에 날아갈 판이니, 회사로선 속이 썩어 들어간다.

노조 파업에 르노코리아는 목표의 절반밖에 그랑 콜레오스를 생산하지 못한다고 한다. 비노조원을 투입해 한대라도 더 생산하려 부분직장폐쇄를 결단했지만 이번엔 김동석 노조 위원장이 단식투쟁으로 맞서고 있다. 그동안 회사의 소극적인 기본급 인상과 경쟁사 대비 낮은 평균임금을 생각하면 노조 마음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파업을 현 노조 집행부의 재선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해선 얻을 게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간 무분규 타결을 이끌었던 김 위원장이 태도를 강경노선으로 바꾼 것은 대의(代議)가 아니라는 비판이 노조 내부에서조차 쏟아진다. 결국 속내는 올해 말 예정된 노조 위원장 선거를 노렸다는 것이다. 노조의 결속력을 높여 현집행부의 재집권을 위한 노림수라는 비난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지금 르노코리아는 위기 상황이다. 지난해 매출은 최근 10년 새 최저치를 기록했고, 연간 판매량은 반토막이 났다. 영업이익도 38%나 줄었다. 2020년과 2021년엔 적자를 내기도 했다. 올해 사정도 좋지 않다. 올해 누적 판매량은 작년 대비 28.3%나 빠졌다. 믿었던 건 그랑 콜레오스뿐이었는데 이마저도 노조 파업에 제대로 팔아보지도 못하고 있다. 신차를 기다렸던 고객도 ‘전전긍긍’이다. 내차가 나오길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지만 생산 라인을 탄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의를 저버린 노조 파업은 르노코리아에 치명적인 상처만 낼 뿐이다. 지금은 파업보단 대화가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천원기 기자 100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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