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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인류 마지막 산업혁명

5차 산업혁명과 아리스토텔레스의 꿈
2400년 전 고민한 궁극의 ‘자동노예’는 AI!

입력 2024-09-25 06:58 | 신문게재 2024-09-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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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남석 산업IT국장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도 베틀의 북이 천을 짜고, 현악기 리라가 스스로 연주 된다. 가정에서는 사람들이 하인을 둘 필요가 없어지고, 주인에게는 노예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온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자신의 저서 ‘정치학’에서 그렸던 이른바 ‘자동노예시대’에 대한 갈망이었다. 물론 그 전제로, 다이달로스(그리스 신화 속 장인)가 만든 동상이나, 헤파이스토스(대장장이 신)가 만든 제기처럼 도구들이 명령을 받거나 주인의 뜻을 스스로 헤아려 일하는 경우로 단정했지만 말이다.

24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는 “그것들은 스스로 작동해서 올림포스산 위에 있는 신들의 회의 장소로 들어갔다”고 적었다. 마치 오늘날 자동화, 혹은 인공지능(AI)시대의 단면이 떠오를 법한 문장이다. 어쩌면 그는 헤라 여신이 천마를 몰고 신전에 들어설 때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장면이나 호메로스 ‘일리아스’의 한 구절, 혹은 그 보다 더 편한 세상을 꿈꿨는지 모를 일이다.

인류 문명의 발전은 산업혁명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방향성은 죄다 편리와 효율이었다. 후대 학자들이 인류의 삶을 뒤흔든 거대한 변화의 물결들을 차수로 구분해놓은 지점도 같은 결이다. 지금까지 인류 문명은 총 네 차례의 커다란 차수 변화가 있었다. 증기기관을 기반으로 한 기계화를 시작으로 전기를 기반으로 한 대량생산,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지식정보, 초연결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 혁명이 그것이다. 이른바 1~4차 산업혁명이다.

4차 산업혁명기에 살고 있는 현대 인류는 지금 5차 산업혁명기를 논하고 있다. 물론, 사탕보다 달콤한 문명의 이기에 대한 기대감과 인류 스스로 진화할 수 있는 마지막 산업혁명이란 불안감을 동시에 갖고 있다. 어쩌면 이후에는 산업이란 구분 자체가 사라지거나 인간이 아닌 기계가 스스로 차수를 더해가는 진화를 거듭할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어찌됐든, 아리스토텔레스가 꿈꿨던 상상은 이제 인공지능 기술을 타고 범용인공지능(AGI) 시대를 향하고 있다. 그리고 불과 수년 내 현실화될 공산이 크다. 그 시기를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향후 5년 후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3년 내로 각각 압축을 장담하고 있다. 미래학자이자 컴퓨터 과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2029년이면 AI가 인간 지능에, 2045년에는 인류 지능을 넘어선 것”이라고 설파하고 있다.

그 요체는 수년 내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이는 AI 기술이고, AGI와 ASI(초인공지능)로의 경쟁적 진화를 가리키고 있다. 이런 흐름은 지난 2022년 챗GPT 탄생 이후, ‘미래’ 혹은 ‘5차 산업혁명’이란 포장 아래 ‘째깍째깍’ 익어가고 있다. 아직까지 실체에 대한 확실한 정의는 없지만, 5차 산업혁명은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세상, 즉 휴먼테크놀로지(Human technology)시대로 압축돼 가고 있다.

이쯤에서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기원전 아리스토텔레스가 상상했던 완전 ‘자동노예’ 탄생을 목전에 둔 지금 인류를 본다면 과연 탄복할까. 우리는 과연 올바른 좌표를 향하고 있는 것일까.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자칫, 우리 모두가 인공지능을 너무 쉽게 자동노예와 등치시키는 순진함, 아니 치명적인 오류에 대한 걱정이다. 5차 산업혁명을 놓고 ‘인류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산업혁명’이란 표현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송남석 산업IT국장 songni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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