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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성찰적 인간의 덕목

입력 2024-09-29 14:11 | 신문게재 2024-09-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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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 부시기획 부사장,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공자는 시중(時中)의 덕목을 군자의 도리로 여겼다. 때와 장소에 맞는 처세술을 강조한 것이다. 비지니스맨의 설득술도 마찬가지다. 눈치없는 놈은 평생 고생이라고 상사가 부부 싸움을 한 다음날 결재 서류를 들고 가는 사람이 있다. 결과는 불문가지다. 비서에게 상사의 심기부터 물어봐야 했다. 점심 이후에 발표를 해야한다면 초반의 집중력을 잡아 줄 위트있는 인삿말이 결정적일수도 있다. 설득은 타이밍의 기술이다. 상대의 수용성이 최고조일 시기를 찾아내라.


정보의 배치와 순서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진다. 하느님에게 기도하는 도중에 담배 피워도 되냐고 묻는다면 불쾌해 할 것이다. 순서를 바꾸면 상황이 달라진다. 담배 피우는 도중에 기도해도 되냐고 묻는 것이다. 순식간에 믿음의 부족에서 믿음의 충만으로 뒤바뀐다.

법정의 변호사가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을 처음에 해야 유리할까? 아니면 마지막에 해야할까? 초반에 자신의 결론을 밝히는 것을 초두 효과(primacy effect)라고 하고 말미에 주장을 펴는 것을 최신 효과(recency effect)라고 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설득할 내용의 가짓수다. 설득할 내용이 간단하거나 경쟁자가 별로 없어 설득 메시지가 명확하게 전달될 것이라고 판단되면 처음에 제시하는 것이 좋다. 두 명만 토론할 경우엔 먼저 나서라는 뜻이다. 텅빈 상태에서 듣는 첫번째 이야기라 전달력이 방해받지 않기 때문이다.

경쟁자의 수가 작다면 먼저 나서라. 그러나 설득 내용이 많을 경우엔 마지막 순간에 제시하는 것이 유리하다. 발표자가 5명이라면 마지막 다섯번째가 좋다는 말이다. 뒤로 갈수록 메시지가 많아져 기억하기 어렵고 혼선도 생기기 때문이다. 의사 결정 직전의 마지막 정보가 최근 정보로 기억에 남는다는 점에 유의해라. 인간의 뇌는 처리해야 하는 일이 많아지면 앞선 정보를 바탕으로 이후의 정보를 짜맞추는 경향이 있다. 처음에 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전체의 내용을 비교하고 해석하는 맥락 효과는 그렇게 생겨난다.

설득의 빈도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짝사랑하는 상대의 앞으로 자주 지나가면 호감을 얻을 것이란 심리학자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첫눈에 기본점수라도 받았다면 가능성이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빨리 돌아서는게 현명하다. 중립이거나 호의적으로 지각된 메시지는 접할수록 호감이 증가하지만 부정적으로 지각된 메시지는 반복해서 접하면 역효과만 쌓인다. 처음에 좋으면 점점 더 좋아지고 처음에 싫으면 더 싫어진다는 뜻이다.

광고효과도 마찬가지다. 캠페인 효과가 높지 않다고 판단되면 주저없이 내용을 바꾸어야 한다. 비호감으로 시작한 평가는 횟수가 누적되면 역반응만 초래할 뿐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잘못을 알고도 그대로 밀고 나가다 스스로 무덤을 파는 부류를 많이 접했다. 자신의 모자람을 보지 못했거나 모자람을 알더라도 그것이 자신의 성공 요인이라고 착각한 탓이다. 이런 유형은 자수성가한 중소기업 오너분들에게 많은데 구멍가게 시절의 작은 성공에 취해 아집과 독단의 왕국속에서 우물안 개구리가 되버린 탓이다. 어찌 기업가들 뿐만이랴. 최근의 돌아가는 정국을 보면 성찰적 인간은 학생들에게만 요구할 덕목은 아닌 듯 하다.

 

김시래 부시기획 부사장,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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