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정치 · 정책 > 정책

'5인 미만 사업장'도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가능할까

노동계, 사업장 쪼개기 등 횡행…인원수 법 차등적용 드물어
경영계, 연차·추가수당 등 영세 중소 사업주 지불능력 고려해야
천편일률 확대 적용 시 재래시장 할머니도 처벌 받을 수 있어

입력 2024-09-22 15:05 | 신문게재 2024-09-23 3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김문수
지난 5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전국 기관장 회의를 진행했다.(노동부)

 

최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적용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노사정 안팎으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단계별 확대적용’이 아닌 천편일률적인 적용이 이뤄질 경우 인구·산업 대전환기인 현 시점에서 채용인원 감소, 영세사업장 줄폐업 등 부작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22일 노동부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과 관련해 실태조사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은 도입 당시만 해도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만 적용됐다.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 한 것은 규모가 작은 영세사업주의 관리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로, 소규모 사업장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였다. 이후 정부는 45년이 지난 1998년에서야 11조 2항(적용범위)에 따라 5인 미만 사업장에 ‘일부 조항’을 적용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했다.

최근 이 같은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것은 지난 5일 김 장관이 “오랜 기간 논의됐지만 답보 상태인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이를 두고 노사정은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지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대변인은 “근로기준법이 도입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인원수로 법을 차등 적용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노동 환경이 열약한 것이 현실이고 사업장 쪼개기 등을 통해 휴가를 쓰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이 지난 2022년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470명·사업주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유·무급 연차휴가가 있는 비중은 13.2%에 그쳤다.

경영계는 영세 중소 사업장들의 경제적 부담 등을 이유로 아직은 이르다는 견해다. 경총은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시 4인 고용 사업장을 기준으로 연 42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한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5인 미만 사업장 근기법 적용이 명분은 있지만, 실제 적용한다면 영세 업장은 경제적 부담이 많이 따를 것”이라면서 “채용인원 감소, 인사·노무 전문 인력의 부재 등의 부작용이 있어 저항이 굉장히 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시 강행법규인 ‘연장근로가산수당’, ‘연차휴가근로수당’ 등도 변수로 지목된다. 당사자 간의 합의와는 무관하게 강제적으로 따라야만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근로기준법과 무관하게 재래시장에서 평생을 장사해온 할머니가 근로자와 분쟁이 생길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남궁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직 정부의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지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는 단계적인 적용 쪽”이라면서 “개별 사업장의 부담, 근로자의 본질적인 권리, 국가 경제에 미칠 충격, 행정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근로기준법 확대적용 시 법 조항 중 10개 중의 7개를 적용했을 때와 10개 중 3개만 했을 때의 추계비용은 달라질 수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실태조사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전국사업체 614만개소 중 86.5%(531만개소)가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집계돼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에 관한 논의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정다운 기자 danjung638@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