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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안젤라 게오르규, 비평과 비난 사이

입력 2024-09-22 14:16 | 신문게재 2024-09-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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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

한 대학교 글로벌스포츠산업학과에 재학 중이라는 학생이 지난달 게재한 ‘파리 올림픽을 빛낸 스포츠 마케팅’ 칼럼을 보고 메일을 보내왔다. 수업의 일환으로 스포츠 마케팅에 관한 칼럼 비평문을 작성하는 과제를 수행 중인데 자신이 작성한 비평문을 보고 의견을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올림픽이 지나치게 상업화됐으며 겉으로는 멋지고 새로운 개막식이었으나 선수단 출신 국가를 잘못 소개하는 등 보여지는 것에만 집중하느라 정작 중요한 부분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생각을 밝혔다. 스포츠의 역할, 스포츠가 지나치게 상업화될 경우의 문제점 등 다양한 논문자료를 찾아 반박의 근거를 조목조목 적었다.

스포츠의 가치를 손상시키는 과도한 스포츠 상업주의를 누군들 찬성할까. 그러나 파리올림픽 개막식 운영의 실수를 후원 기업 스포츠 마케팅과 연관짓는 것은 비평의 기제가 다르다. 기업 후원의 중요성을 강조한 내용임을 설명하며 내 칼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세심하게 비평을 해줘 고맙다고 회신했다.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좋았겠지만 큰 행사를 개최함에 있어 크고 작은 실수와 사고는 있기 마련이다. 비단 실수뿐 아니다. 문화 차이,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의견 등을 대하는 모습은 참으로 냉정하다. 때론 공격에 가까울 때도 있다.

최근 이슈가 되었던 오페라 사상 전무후무한 성악가의 ‘무대 난입’ 사건을 보자.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한 오페라 ‘토스카’ 마지막 공연에서 벌어진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의 무대 매너에 대한 비난여론은 혹독했다. 남자가수가 솔로 앵콜곡을 부르는 중 게오르규가 무대에 올라와 항의해 극의 흐름을 방해했다. 결국 커튼콜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퇴장했다. 이후 커튼콜 파행, 까탈스러운 성깔머리, 몰상식한 매너, 이름값 못한 디바 등 비난과 조롱이 온라인을 달궜다. 심지어 전남편에 대한 험담 기사도 나왔다. 주최사인 서울시오페라단에게 책임을 묻자는 얘기도 있었다.

세종문화회관이 게오르규 측에 사과를 요청하겠다고 했고 논란이 걷잡을 수 없게 되자 게오르규는 “앙코르를 하지 않기로 사전 합의가 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오페라단은 계약 조건에 앙코르에 관한 내용이 없었다는 입장문을 내며 이 사건은 ‘누구의 말이 진실인가’ 양상으로 치달았다. 잇단 비난과 비방, 인신공격 그리고 끝끝내 책임자를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격한 언어들이 안타까웠다.

긍정적인 변화를 위한 비판이나 비평, 공연의 작품성에 대한 기사가 아쉬웠다. 어떤 결말이 나든 그녀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보여진, 프로답지 않은 태도는 어떤 말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논란은 곧 해프닝으로 끝나고 잊혀지겠지만 게오르규는 그 많던 한국팬의 상당수를 잃게 됐음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번 논란으로 뜻밖의 정보를 알게 됐다. 오페라 공연 중 앵콜곡을 부르는 것이 실례가 아니라는 것. 덩달아 오페라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토스카’와 푸치니를 검색해보고 게오르규의 젊은 시절 노래부르는 모습과 베이스 바리톤 사뮤엘 윤 그리고 주제곡을 사무치게 잘 부르는 바람(?)에 이번 앵콜 사건의 사달이 된 테너 김재형의 기사와 공연영상도 찾아서 보았다. 그들의 영상과 음악을 보며 새삼 오페라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지금 막 칼럼 비평문을 써보낸 그 대학생에게서 또 메일이 왔다. 본인 또한 기업들의 후원 중요성에 동의한다며 답장해 주어 고맙단다. 아니다. 내가 더 고맙다.

 

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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